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가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국가대표'는 개봉 초 960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에 밀려 약세를 보였었다. 하지만 개봉 3주차에 일일관객수를 넘어서더니 드디어 '해운대'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가대표'는 21일 560개 상영관에서 2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13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보다 9만 명 많은 관객을 모은 것이다. 이 같은 '국가대표'에는 약점을 강점으로 만든 힘이 있다.
▶ 신인 배우들의 향연, 알고 보면 신선함
'국가대표'에 가장 부족한 점은 배우 인지도였다. 김지석 김동욱 촤재환 등 아직까지 톱스타로 하기에 부족한 배우들이었다. 하정우를 메인으로 내세웠지만 관객동원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여기에 하정우가 '티파니에서 아침을' 촬영 관계로 홍보에 나서지 못해 개봉 전 관계자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영화의 재미와 함께 신인 배우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동안 충무로에는 20대 남자배우들의 기근이란 평가가 많았다. 조인성 등과 같은 배우들이 군 입대를 하면서 그 나이 대의 역할을 할 배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새로운 얼굴에서 충무로의 미래와 함께 웃음을 발견했다.
이 같이 신선함을 줄 수 있었던 이유로는 배우들의 무대인사 투어도 한 몫을 했다. 하정우는 영화 홍보 초반에는 활동을 못했지만 중후반에는 매일 극장에 무대인사를 갈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입담, 사인 OST CD등 다양한 이벤트에 큰 환호를 보냈다.
스포츠영화의 식상함, 알고 보면 감동 블록버스터
'국가대표'는 비인기종목인 스포츠영화를 소재로 한다. 이에 앞서 개봉했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킹콩을 들다'의 영화들과 비교됐다. 이들 영화는 대부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종목에 선수들이 모여 고군분투 끝에 승리를 쟁취하는 눈물의 드라마가 담겨 있다. 물론 '국가대표'도 이 같은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대표'는 다른 스포츠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스포츠를 영화의 볼거리 이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에는 스키점프 점수 환산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지만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오직 하늘을 날아 멀리 착지하면 된다는 기본적인 상식만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대신 선수들 개개인의 사연이 초점을 맞췄다. 서로 마음 안 맞는 이들이 마음을 합해 하나가 되는 과정보다, 각각 개인이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의 범위를 넓혔다. 군대를 갈 수 없는 형제, 어머니를 찾는 입양아의 안타까운 마음, 아버지로 거듭나는 한 남자 등 주위에서 만나기 힘들법한 이야기지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소문 안 난 잔치, 관객들의 만족도는 2배
사실 '국가대표'가 300만 관객을 넘어설 때까지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영화의 인지도였다. '국가대표'는 마케팅 초반 실화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라는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이 단기간에 인지도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었지만 오히려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관객들이 단순한 스포츠영화로 인식한 것이다.
이 소문 안 난 잔치에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입소문 덕분이었다. 300만을 넘어선 것도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1주차로 개봉한 '해운대'가 이미 1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어떤 영화보다 많은 감동을 준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타 영화보다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었다.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얻은 수확은 더 큰 기쁨을 준다. 관객들은 "'국가대표' 재미있다"는 평가 하나로 극장을 찾아 웃음과 눈물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국가대표'는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녀는 괴로워' 660만 기록을 깨기 위해 달리고 있다. 역대 스포츠 영화 1위에 올라선 '국가대표'의 새로운 기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