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안재환 사망 1년..그리고 그 후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09.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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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고 안재환이 숨진 채 발견된 지 오는 8일로 1년이 된다.

고 안재환은 지난해 9월 8일 서울 하계동의 한 주택가 도로에 세워진 승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 시점은 발견 10∼15일 전으로, 연탄가스 중독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촉망받던 배우가 36살의 짧은 생애를 그렇게 마감했다.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1996년 MBC 25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안재환은 각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친근하고도 다정한 이미지로 사랑받아 온 연기자였다. 한해 전 11월 동갑내기 개그우먼 정선희과 결혼식을 올려 많은 축하를 받기도 했다. 비보가 날아든 것은 그가 결혼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때였다.

유서에서도 고인의 아내 사랑이 묻어났다. 그가 남긴 4장의 유서에는 "국민 여러분, 선희를 사랑해 주세요", "사랑한다 미치도록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안재환의 사망 소식에 그의 지인들 뿐 아니라 팬들도 패닉에 빠졌다.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아내 정선희였다. 당시 정선희는 이른바 촛불 비화 발언으로 진행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가 MBC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DJ로 복귀, 조금씩 힘을 찾아가던 때였다. 정선희는 실신을 거듭하며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빈소를 지켰다. 동료 연기자들은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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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속속 그 죽음을 둘러싼 의문점이 커가기 시작했다. 사업가로 변신한 안재환은 화장품 사업과 영화 제작에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사업 부진과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수십억원대의 사채까지 얻어 빚 독촉에 시달렸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숨지기 전 달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섰으며, 21일 정선희와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전화기를 꺼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눈물을 뒤로 하고 고인의 시신은 발견 3일 뒤인 11일 경기 고양시 벽제동의 추모공원 하늘문에 안치됐다.

유가족은 고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고인의 부친은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내 아들은 사채 때문에 죽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못 갚으니까 압력을 가한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재환이가 왜 청춘을 버렸겠나", "자살이라고 사인은 했지만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토로했다.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 제기는 끊이지 않았다. 고인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채권단이 방송과 인터뷰를 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안재환이 빌린 돈은 사채가 아니며 개인 기업가들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사건은 유가족과 부인 정선희의 갈등으로도 얼룩졌다. 유족은 9월 25일 재수사를 요청했다. 안재환의 작은 누나 안미선씨는 "내 동생은 사채 때문에 죽을 사람이 아니다" "자살이 아니다"며 기자들과 만남을 자처했다. 실종 신고를 만류했던 부인 정선희의 출국을 금지시켜달라며 경찰서를 찾기도 했다. 안재환의 누나는 채권자들이 고인을 납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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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이어졌다. 최진실은 고 안재환에게 25억원에 이르는 사채를 융통해줬다는 루머가 돌아 고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고인의 시신이 발견된 지 채 보름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최진실은 이영자와 함께 고 안재환의 시신이 안치됐던 병원을 찾을 정도로 가까운 지인이었다. 그런 그녀 역시 10월 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최진실은 생전 사채 루머에 크게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안재환 유족의 의문 제기도 이어졌다. 경찰은 10월 중순 수사를 확대하기까지 했다. 고 안재환의 유서 필적 대조 작업도 벌였다. 사채와 관련한 납치감금 의혹설도 일었다. 누나와 채권자 원모씨의 대질 심문도 진행됐다. 안재환의 타살을 입증할 동영상 및 유서가 증거로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유서는 친필이라는 국과수 조사 결과가 일찌감치 나왔다. 타살을 입증할 동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던 김모씨는 거짓 주장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던 유족은 그를 결국 고소했다. 경찰은 납치 감금 의혹은 없다는 수사 결과를 전했다. 때가 지난해 11월 28일.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된 지 약 80일만에 사건이 자살로 종결됐다.

그 사이 일본에서 칩거하던 정선희는 귀국, 지난 4월 13일 SBS라디오 진행자로 방송에 복귀했다. 7개월만의 방송 복귀였다.

고 안재환의 가족들은 SBS 라디오 제작진을 통해 밀봉된 문서를 전달했다. 급기야 안재환의 큰누나 안광숙씨는 정선희가 가족들을 외면한다며 지난 4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40억 사채설의 진실은 정선희만이 알고 있다며 빨리 진실을 밝혀달라고 촉구하기까지 했다.

현재까지도 유가족들의 의문 제기는 끝나지 않았다. 고인의 부모는 지난 5월 정선희가 DJ로 활동중인 SBS를 찾아 면담을 요구했다. 누나 안광숙씨는 지난 6월 동생의 사망 경위를 밝혀달라며 재수사 촉구를 위한 서명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제 안재환이 숨진 채 발견된 지 1년, 8일에는 그의 유해가 안치된 고양 추모공원 하늘문에서 그의 1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그가 실제 언제 숨을 거뒀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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