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데뷔 4년 만에 드디어 MBC 주말극 '탐나는 도다'를 통해 주연 자리를 꿰찬 신예 이선호를 만났다. 그는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출 공부를 하던 중 182cm의 큰 키에 이국적인 마스크로 디자이너 정광효에게 발탁됐다. 게다가 신인으로서는 파격적인 대우인 메인모델, 런웨이를 통해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이며 각종 CF모델로서도 활약했다.
그러던 중 그는 2005년 '해변으로 가요'에서 무명의 해양구조대원으로 등장해 연기자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연기를 하면서 참 재미를 느꼈다는 그는 연출보다는 연기가 자신의 적성임을 깨달고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발을 디뎠다.
드라마 '눈의 여왕', '에어시티', '정조암살 미스터리-8일' 등 여러 작품 활동을 했으나 연기자는 힘들었다. 알아주는 이 없이 2년 동안 공백도 가져보기도 했으며 하루하루 쌓여가는 부모님들의 걱정도 그에게는 마음의 부담이었다.
그러던 중 그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유명 연기 학원에서 공부를 하고자 미국행을 결심하는 순간 '탐나는 도다'의 주연으로 뽑혔다는 희소식을 듣게 됐다.
그로부터 1년 후, 그는 얀에 흠뻑 취해 살았다. "얀이란 인물 특성상 여러 외국어를 소화해야 했어요. 영어는 제가 중고등학교 시절을 미국에서 보내 그런지 따라갔지만 일본어는 대학 시절 배운 것이 전부라 난감했죠. 일본인 친구에게 부탁해 녹음해 온 발음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죠."
그래서일까. 그의 완벽한 일본어 실력과 이국적인 외모에 토종 한국인이 아니라는 오해도 받기 부지기수. "저는 그렇게 봐주시는 것이 더 좋아요. 배우로서 여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작품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아닐까요."
그는 얀 인물을 소화하기 위해 머리도 빡빡 밀었다. "원래 시원한 머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매번 조금만 길어도 신경이 쓰여요. 아직 촬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짧게 만들어야죠."
"그래도 얀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면 가장 씽크로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에요. 만화 원작이다 보니까 마니아 분들이 버진(서우 분)이나 규(임주환 분), 윌리엄(황찬빈 분) 정도로 저에게 기대하세요. 하지만 제 인물은 좀 더 창조된 얀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배우의 생김새가 원작과 다를지라도 시간을 가지고 대중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원작을 무작정 쫓아하기 보다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많은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리곤 얀 역시 원작과는 좀 다른 인물로 소화해보고 싶었다던 욕심도 비췄다.
한국 나이로 서른을 코앞에 둔 그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사실 '탐나는도다'가 샤방샤방한 친구들로 채워졌잖아요. 주환이도 그렇고 찬빈이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기지 않은 것을 어쩔 수 없잖아요. 저는 남자다움으로 승부하고 싶어요."
모델 활동도 해왔던 터라 운동도 열심히 했다는 그는 근육질 몸매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이번에 노출신이 있었는데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운동해서 몸을 더 장조림으로 만들었을 텐데 안했더니 소시지 몸이 됐어요. 하하. 하지만 개울이 차니까 약간 장조림 몸처럼 나오더라고요. 만족스러웠죠."
그에 따르면 장조림 몸은 탄탄하게 조여진 잔 근육이 많은 몸, 소시지는 큰 근육들로 채워진 몸이다.
그리곤 짐승 아이돌로 불리는 2PM이 부럽다고 말했다. "아이돌 하면 착하고 순한 꽃미남 이미지인데 그 친구들은 세련되고 몸도 좋고 이미지가 남성다워서 좋아요."
그는 이어 배우라면 누구나 섹시한 이미지도 갖추길 원하지 않겠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했다. 이에 옆에 있던 매니저가 '탐나는도다' 촬영 현장에서 중견 여자 배우들로부터 이선호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고 살짝 귀띔했다.
'누나들의 로망이었네요'라는 기자의 말에 이선호는 "누나들의 로망이 아닌 욕망이 되고 싶어요"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일순간 인터뷰했던 공간이 웃음으로 번졌다.
마지막으로 이선호는 기자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해외 영화제에도 꼭 설 것이에요. 제가 아카데미나 칸에 갈 때 기자님 꼭 취재하러 오셔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