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윤 PD ⓒ사진=Mnet |
1%만 넘겨도 소위 대박이라는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에서 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10일 11회로 종영한 케이블채널 Mnet '2NE1 TV'가 바로 그 주인공.
'2NE1 TV'는 그간 가요 프로그램 외에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던 4인조 신인 걸그룹 2NE1의 24시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다른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에 무작정 방송을 시작, 해적 방송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부지고 똘똘하던 이미지의 리더 CL은 허당, 귀여운 산다라박은 깨방정, 리드보컬 박봄은 8차원, 공민지는 팀 내에서 가장 어른스러운 막내 등 무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이며 인기 가도에 더욱 가속도를 냈다.
그렇다면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는 누굴까. '2NE1 TV'는 '미려는 괴로워', '오프 더 레코드 효리', '스트리트 사운드 테이크 원' 등을 연출, 감각적인 영상미와 독특한 콘셉트의 방송들로 이미 정평 난 최재윤 PD가 다시 한 번 그의 재기발랄함을 보여준 작품이다. 또한 그간 최재윤 PD가 갖고 있던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가뿐히 갈아치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NE1 TV'의 종영은 사실 최재윤 PD에게 가장 아쉽지 않을까. '2NE1 TV'가 종영하던 날,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2NE1과 함께 종영파티 준비를 하고 있던 바쁜 최 PD를 붙잡고 얼마나 아쉬운지, 뭐가 가장 아쉬운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어봤다.
종영파티를 위해 카페를 찾아 마지막 방송을 감상하던 2NE1은 '왜 우리가 아닌 PD를 인터뷰하느냐'는 눈빛을 보내기도 했지만.
-'2NE1 TV' 마지막회가 방송 중이다. 아쉽겠다.
▶방송에 앞서 막 테이프를 넘겨서 아직 종영한 것 같지 않다. 에피소드별로 출연자가 다른 게 아니고 한 출연자와 오래 프로그램을 찍다보니 끝나면 후유증이 좀 심하다. 이번에는 한 출연자와 계속 만난 것도 아니고 YG패밀리가 모여사는 마을에 다녀오다보니 더 한 것 같다.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바로 휴가를 떠날 생각이다.
-3%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시청률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시청률을 위해 프로그램에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글에 답글 달아주는 게 더 낫다고 본다. 원래 콘텐츠가 매체를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이블채널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시청률이 낮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약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2NE1 TV'를 연출하면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나.
▶2NE1의 경우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이 강한 친구들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10대와 20대는 취향이 없는 세대다. 이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안에 불꽃을 가진 친구들의 생각과 삶을 좀 보여주고 싶었다. 본받으라는 게 아니라 16살짜리도 저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걸 보고 생각 없이 사는 이들이 좀 반성하라는 거다.
-몇 달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2NE1의 매력은 뭔가.
▶겉으로는 마냥 밝아 보이지만 속이 무척 깊다. 애교 있는 모습 같은 건 방송을 본 사람들이 아는 정도다. 정도 되게 많다. 사람을 만나다보면 어느 순간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라는 가정 하에 대화를 나누게 된다. 하지만 2NE1 멤버들은 대충 넘겨짚어서 '너네 이렇잖아'라고 대화했을 때 아닌 경우가 많았다. 보통 민지가 가장 어른스럽다. 다라나 봄이는 평소엔 굉장히 어려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 얘네가 어리지 않지' 하고 느껴질 때가 있다. 알 수 없는 애들이다.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2NE1의 휴가를 촬영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아무래도 CL이 리더다 보니 CL을 쫓아갔었는데 밤에 스타일리스트 양갱, CL과 함께 이야기 하다 나이 이야기가 나왔다. 양갱이 나이를 물어보길래 '너희보다는 많지' 그랬는데 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을 줄은 몰랐다. 한국 나이로 내가 34세인데 양갱이 23세, CL이 19세더라.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했다.
-2NE1 뿐만 아니라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이들 가운데 재발견 된 사람이 있다면.
▶테디와 양갱. 연예인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다 알고 우러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한다. 테디는 원타임 때보다 자기를 더 많이 알아본다고 하더라. 대한민국 젊은이들 중에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방송을 마쳤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2NE1의 전체적인 균형을 좀 볼 수 있었던 것 같지만 개개인에게는 일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중심이 다 너무 다른 친구들이어서 이제는 그 다른 점을 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찍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또 어떤 프로를 만들어보고 싶나.
▶한 시간짜리 인터뷰인데 그냥 원 테이크(중단 없이 한 번에 촬영하는 것)로 가는 프로그램을 찍어보고 싶다. 원 테이크는 그만큼 정교한 짜임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잘 짜여지고 돌발 상황까지도 준비된 생방송 인터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