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허준의 눈물고백 "내가 번 돈이 가장 좋다"(인터뷰)

김수진 기자 / 입력 : 2009.09.2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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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송희진 기자 songghj@


내로라하는 재능으로 무장한 예능인들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예능판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있다. 방송 중인 KBS 2TV 토요 예능프로그램 '천하무적 토요일'(연출 최재형)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중인 허준(31)이 그 주인공이다.

허준을 만났다. 허준은 지난 2001년 1인 인터넷 라디오 DJ로 데뷔했다.


"언제나 접속자는 0명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접속자에 1이라는 숫자가 찍히는 순간, 희열에 불탔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나는 그때부터 무명이 아닌 것이다. 내 얘기를 들어주는, 내 방송을 접하는 단 1명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 순간부터 무명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준의 방송생활은 이날로부터 시작됐다. DMB 방송을 거쳐 케이블 채널 온게임넷에서 게임 해설을 맡게 됐다. 케이블 채널의 진입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명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그를 반대했다. 그를 그 자리에 앉혀준 사람은 담당PD다. 모든 제작진의 반대를 무릎 쓰고 "허준에게 단 한 번의 출연 기회를 주자"는 PD의 간절함으로, 허준은 연장계약까지 성사시키는 결과를 이뤄냈다. 허준은 자신에게 기회를 준 양송철PD와 지금도 끈적이는 인연을 쌓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천하무적 야구단'에 출연하게 기회를 준 최재형 PD와 자신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조언해준 김석윤 PD에게 전하는 감사의 말을 시작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죽는 순간까지 방송을 할 수만 있다면.."

'천하무적 토요일'에서 그의 존재감은 회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혹자는 그의 재치 넘치는 입담에, "코미디언 아니냐"고 착각할 정도다. 그는 자신을 향한 시선이 고마울 따름이다. "코미디언?" 허준은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라고 손사래를 쳤다.

"누군가 내게 '10년 동안 지금의 유재석을 시켜주겠다'고 해도 나는 싫다. 지금 정도라도 평생 방송만 할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방송을 죽는 그 순간까지 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상상한다. 죽음을 직전에 둔 내가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그동안 제 방송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로 저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라고. 이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만 해도 즐겁다. 하지만 빨리 죽고 싶지 않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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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송희진 기자 songghj@


눈물고백.."아..아버지는 그날 혼자 나타나셨다"

허준이 사로잡은 건 비단 시청자의 마음 뿐 아니다. 지난해 일을 통해 알게된 작가와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그는 당시 자신의 미래를 믿고 평생을 약속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있다.

더불어 지상파 TV에 나오는 자신을 보며 너무나 기뻐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허준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허준이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어머니는 신경쇄약에 걸렸고 집안의 행복 또한 사라져갔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야했다. 가스배달, 쌀배달, 각종 영업, 신용카드 단말기 판매, 야구팀 '북돌이' 등으로 돈을 모았다.

20살이 갓 넘었을 때, 그는 오전 5시 기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놀이터 3곳을 돌며 버려진 병을 모아 하루 식사를 마련했다. 모아진 병을 팔면 라면 1개를 살 수 있었다. 그 라면을 끓여서 하루 종일 나눠 먹었다. 허준은 이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 없이 할 수 없는 이야기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눈물샘은 마르지 않았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어려운 가정형편은 좋아질 기미가 없었고, 그 와중에 아버지의 환갑이 찾아왔다.

"돈을 모으고 빌리고 빌려서 거금 10만원을 만들었다. 아는 식당에 10만원어치 음식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하고 아버지께 친구분들 모시고 식사를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한 참 만에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신 아버지를 보고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 자리에 아버지는 홀로 나타나셨다. 아..아버지.."

허준은 그 날 반드시 성공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2년. 허준은 방송을 통해 벌어들인 첫 수입 5만원을 모아 50만원을 만들었고, 그 돈으로 서울 노량진 횟집에서 생일파티를 해드렸다.

자신의 땀으로 모아진 단돈 10원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세상에서 내가 번 돈이 가장 소중하다"고.

"모든 상황에는 캐스터가 필요하다"

허준은 자신을 캐스터라고 명명하지 않았다. 모든 상황에는 해설자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철학에서다. 그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MC 유재석, 강호동 역시 해설자의 역할을 멋지게 소화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MBC '무한도전'이나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코너에 각각 출연중인 유재석과 강호동도 프로그램에 중심을 잡으며 중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춘향 선발전, 동물들의 경기, 스포츠, 게임 등 가리지 않고 다 참여했다. 가령 동물들이 걸어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다고 치자. 중계라는 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행동의 의미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리가 뒤뚱거리는 것을 보면서 '다리가 다친 것 같습니다'고 하면 그 상황으로 본다. 중계자의 역할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중요한 상황이 되고, 중요한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상황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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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 ⓒ송희진 기자 songg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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