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
배우 고두심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22일 개봉을 앞둔 장진 감독의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통해서다.
19년간 '전원일기'의 맏며느리로 살았고, 여러 작품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표 어머니상을 그려 온 고두심. 그러나 나라를 위해 이혼을 생각할 만큼 강단있고, 결코 남성에게 밀리지 않는 위엄있는 여성 대통령이란 옷도 그녀에게 썩 잘 어울린다. 각종 연기 변신을 마다하지 않았고, 특별한 날엔 번개머리를 할 만큼 파격적이기도 한 고두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다.
-영화를 처음 본 소감은?
▶자화자찬하고 싶다. 너무 웃기는 일이지만.(웃음) 장진 감독이 재미있게 잘 꾸몄더라.
-첫 여성 대통령을 연기했다. 모델이 있었나?
▶딱히 모델을 세우지는 않았다. 우리 영화는 정치 이슈가 아니라 대통령이란 이면의 인간적인 면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여성 대통령이 있지도 않았다.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라고 생각하고 좀 편안하게, 나를 그냥 가져가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영국 여왕이 한국에 온 적이 있지 않나. 오랜 세월 왕실에서 굳어진 모습과 눈빛이 할머니라도 멋있더라. 모델로 삼지는 않았지만 그런 자세나 느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장진 감독이 처음부터 여성 대통령에 나를 두고 썼단다. 속으로 너무 좋은거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앞부분에 대변인으로 잠깐 나오길래 읽다말고 전화를 했다. '대통령도 아니구만.' 그랬더니 끝까지 읽어보라더라. 다 읽고 흔쾌히 출연하겠다고 했고, 어떻게 근사하게 할까 속으로 생각했다.
고두심 ⓒ사진=유동일 기자 eddie@ |
-장동건, 이순재와 영화의 세 축을 맡았다.
▶출연 분량이 성에는 안찬다. 큰 작품만 한 것도 아니고, 주인공만 한 것도 아닌데 이 작품은 이상하게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다. 드라마를 손놓고 여유롭게 촬영한 것도 이유일 거다.
-장동건과 잠깐이지만 호흡을 맞춘다.
▶첫 촬영 첫 신이 장동건과 악수하는 장면이었다. 악수하며 동건이를 보니 정말 멋있는 거다. '진짜 잘생겼구나' 그게 내 첫 마디였다.
-영화에서는 드라마와 다른 독특한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러고보니 영화에서는 왜 그렇게 나를 파는지 모르겠다. 생각 못한 지점인데 제가 심어온 이미지와 다른 영화들이 있었다. 엄태웅과 연애하는 영화(가족의 탄생)라든지, 박상민씨와 키스신(이혼하지 않는 여자)이라든지. 키스신 땐 양치를 몇 번이나 하고 갔는지. 기자들이 와서 그거만 봐서 얼굴 뜨거워 혼났다. 그 때만 해도 젊었나보다. 뻔뻔스럽게 했다.(웃음)
-실제 여성 대통령이 된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정치가 대부분 남자들에 의해 이뤄지지 않나. 여성 대통령이 나올 법한 시대라 해도 어디 그게 만만하겠나. 나야 대통령은 생각지도 않았고, 배우가 내 길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렸을 때 꿈을 이루고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에 만족한다.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한류배우, 할리우드 꿈꿀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가고 싶지도 않고 누가 시켜주지도 않을 것 같다.(웃음)
-정계 입문 제의를 받은 적은 있었는지.
▶안 받아봤다고는 말 못한다. 받아도 한 마디로 일축한다. '제 길이 아닙니다. 제 길을 잘 걸을게요'라고.
-다양한 캐릭터를 해왔지만 연기하고 싶은 역이 또 있을까?
▶내가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해서 오지도 않는다. 다만 왔을 때 그 인물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젊었을 때야 젊은 연인 역을 많이 못해서 여배우로서 갈증이 있긴 했다. 감독들한테 '연인 역할 하는 얼굴은 따로 있냐'고 애교로 얘기하고 그랬다.(웃음) 그 시점 벗어나고부터는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공감대를 얻을까, 기막히다는 말을 들을까가 고민되더라.
-20대로 돌아가 멜로연기를 한다면 호흡하고 싶은 후배는?
▶다 해보고 싶죠 뭐. 장동건을 비롯해 이병헌, 조인성, 현빈…. 근사하고 잘 생긴 인물도 좋고, 물론 송강호씨 같은 분과도 해보고 싶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 우리 시대엔 이정길 선생님이 우상이었다. 촉촉한 눈에 빠져서 연기하게 되고 그랬다.
-고두심 하면 국민 엄마에 국민 맏며느리인데.
▶사실 '국민'이라는 칭호가 왜 붙은 건지 모르겠다. 너무 남발하는 것도 같고. 이미자 선생님 처럼 50∼60년 뭔가를 하면 붙일 수도 있겠지만 요즘엔 2∼3년 된 사람도 '국민'이요 하니까. 그냥 고두심한테는 '국민'자 빼는 게 낫겠다고 잘난 척 한 번 해 봤다. 물론 싫지는 않다. 그런 역할 때문에 붙여주신 거니까. 그런데 무겁다. 괜히 그 범주를 벗어나면 안될 것 같다.
-영화에 개인의 행복과 공인으로서의 행복이 충돌하는 지점이 등장한다. 배우 고두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나.
▶그런 지점이 있을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 주변 선배님들하게 그런다. 오래오래 끝까지 하는 사람이 더 지독하다고. 결혼해서 알아보시면 알 거다. 좋은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끝까지 가는 사람이 질기고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