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명으로 예명 삼은 스타 누구?

최보란 인턴기자 / 입력 : 2009.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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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위부터 시계방향)고준희, 김민희, 송채환, 남정임


배우에게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분신과 같다. ‘구준표’ 이민호, ‘태봉이’ 윤상현과 같이 인기를 끈 캐릭터가 수식어처럼 따라 붙기도 하고, 극중 이름이 연기자의 본명보다 유명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인지도가 낮은 신인들은 배역명으로 개명하거나 예명으로 삼는 일이 많다. 캐릭터의 인기에 힘입어 자신을 홍보하려는 전략이다. 데뷔작에서 맡은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경우, 역할명으로 활동하게 되기도 한다.


최근 영화 ‘꼭 껴안고 눈물 핑’으로 첫 주연을 맡은 고준희는 원래 김은주라는 본명으로 데뷔했다. 2007년 MBC 미니시리즈 '여우야 뭐하니'에서 극중 고현정의 동생인 모델 고준희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이후 예명도 고준희로 지었다.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 MBC '나는 달린다’, ‘여우야 뭐하니’를 비롯해 영화 '걸스카우트'등으로 쌓인 인지도에도 불구, 주저 없이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다.

‘똑순이’ 김민희 역시 이름으로 인한 곡절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1978년 MBC 드라마 ‘봄비’로 데뷔하면서 배역 이름을 따라 김민희를 예명으로 삼았다. 본명은 김윤경이지만 당시 드라마에 동반 출연한 중견 탤런트 김윤경과의 변별을 위해 예명을 지었다. 현재는 김민희로 아예 개명을 한 상태다. 김민희는 1980년 TBC ‘달동네’에서 똑순이 역으로 국민적 스타가 됐는데, 이로 인해 한때 그녀가 똑순이로 개명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60년대 문희, 윤정희와 더불어 트로이카를 이루던 최고의 은막스타 남정임. 본명이 이민자인 그녀는 1966년 이광수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유정’으로 아시아영화제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예명 남정임은 ‘유정’에서 그녀가 연기했던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상대역 김진규의 전부인이었던 배우 이민자와 동명이라 이름을 바꾸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KBS 1TV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KBS 2TV ‘첫사랑’ 등으로 유명한 중견 탤런트 송채환(본명 권소연)도 배역에서 예명을 따왔다. 1991년 영화 ‘장군의 아들2’에서 김두한을 연모하는 강인하고 꼿꼿한 기생 송채환 역으로 데뷔하면서 극중 이름을 예명으로까지 사용하게 된 것이다.

1974년작 영화 ‘토지’에서 어린 서희 역을 열연했던 배우 송은숙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는 ‘토지’ 이후 몇 년간 서희라는 이름으로 연기활동을 펼쳤다. 현재까지도 본명보다는 원조 서희로 더 유명하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93년 사망한 미국의 여배우 앤 셜리(본명 다운 이블린 패리스). 그녀는 1934년 동명의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빨간머리 앤(원제 Anne of Green Gables)’에서 주인공 앤 셜리를 연기한 후 이를 예명으로 삼았다.

이 밖에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극중 톱스타인 정준호의 매니저 수호 역을 맡았던 배우 이상훈도 현재 이수호라는 예명을 쓰고 있다.

한편 화제의 드라마 SBS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의 오빠 강재 역을 맡았던 최준용은 당시 인터뷰에서 “실제 이름을 강재로 개명할지 진지하게 고민중”이라고 깜짝 고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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