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우 ⓒ이명근 기자 qwe123@ |
배우 서우(24)가 일을 냈다. 박찬옥 감독의 영화 '파주'에서 서우는 여주인공 최은모 역을 맡았다. 영화 '미쓰 홍당무'로 "괴물같은 신인이 나왔다"는 평가를 얻으며 화려하게 주목받은 지 1년.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 이어 영화 '파주'까지, 서우는 한 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든든히 책임지는 주연배우가 되어 관객 앞에 다시 섰다.
반응은 심상치 않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벌써부터 '파주'와 서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으니. 서우는 "제 모습은 부족함이 많아요"라고 웃으며 영화 홍보에 열심이다.
"저희 영화가 좋다는 소문이 좀 많이 났어요. 그런데 소문이 아니에요. 영화가 좀 좋아요. 헤헤."
서우의 말이 제 출연작을 사랑하는 팔불출 주연배우의 입에 발린 소리만은 아니다. 언니의 남편, 아내의 동생 사이의 9년에 걸친 이야기를 찬찬히 그려가는 영화 '파주'는 조용하지만 묵직한 힘을 가진 작품이다. 두 남녀의 절제된 감정의 표현이 가슴 저릿하게 다가온다.
여중생부터 20대의 여인까지 성장하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서우는 단연 돋보인다. 지금껏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어떤 가능성'을 서우는 입증해 보였다.
배우 서우 ⓒ이명근 기자 qwe123@ |
서우는 "여러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영화를 찍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박찬옥 감독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파주'를 위해 모였을 때, 기대감보다는 부담감이 컸단다. 처음에도 자신을 위한 시나리오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너무 좋은 시나리오라고는 생각했지만 저한테 온 건 아니겠지 했어요. 감독님 처음 만날 때도 '저 되게 힘들 것 같아요' 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탐나는 도다' 찍고 힘들고 지친 때이기도 했거든요. 감독님이면 왠지 해결해주실 것도 같고, 막 넋두리를 했는데 그러다보니 크랭크인이었어요."
안개 많은 도시 '파주'처럼 영화는 시종 부옇고, 주인공들에게 닥친 사건들도 안개로 가린 듯 선명하지 않다.
처음 서우의 얼굴이 가득 담긴 단독 포스터가 나왔을 때도 서우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 마치 금기에 도전한 도발적인 한 소녀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진 영화처럼 비칠까봐. 그것이 '파주'에 누가 될까봐.
배우 서우 ⓒ이명근 기자 qwe123@ |
"제가 마치 베드신을 찍은 것처럼 기사가 났을 땐 속상했어요. 하지만 어차피 영화를 보면 아실 텐데 혹 오해를 부를까 걱정도 되고, 진짜 베드신을 찍으신 두 여배우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혹여 그런 걸 기대하고 오신 관객이 그 하나 때문에 영화에 실망하실까봐 속상했어요.
저도 알아요. 영화가 우리끼리 잘 만들었다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 하지만 우리 영화가 돈 많이 들여 재미를 끌어내려 한 작품은 아니잖아요. 조금은 루즈한 느낌이더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삶이 보여야 하는 거잖아요. 개봉한 다음에 영화 좋다는 입소문을 듣고 와주시는 관객이 저는 더 기쁠 것 같아요."
혹 베드신 자체에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물었다. 서우는 답했다. "베드신에 거부감은 없어요. 영화에 필요한 신이면 당연히 찍어야죠. 아직은 그걸 하기에 부족한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하기 싫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래서 사실이 아닌 기사가 더 싫었고요."
그녀의 대답은 분명하고 명료했다. 이런 서우의 모습은 지울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한편 안개처럼 흐릿한 영화 속 채은모와는 딴판. 사실 오목조목 또렷한 서우의 이목구비는 '탐나는 도다'같은 만화적 캐릭터와 더 잘 맞물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서우는 "화장 지우면 안 또렷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영화 보시면 아실 걸요. 아, 또렷하지 않구나. '미쓰 홍당무'에선 주근깨 찍고, 입술엔 본드를 발라서 멍해보이게 만들었고, '탐나는 도다'는 더 동글동글하게, 눈도 더 커보이게 찍었어요. '파주'는 맨얼굴로 뿌옇게 나와요. 채은모는 너무 튀어서도, 이상해서도 안됐으니까요."
배우 서우 ⓒ이명근 기자 qwe123@ |
서우는 영화 속 은모의 모습을 박찬옥 감독에 비유했다. "저는 가만히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파주'스럽게 만들어 주셨다"며 슬며시 공도 돌렸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박찬옥 감독님을 닮은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말투도 따라가는 것 같고. 영화를 보면 심지어 키도 비슷해 보여요. 감독님의 힘이란 어쩔 수 없구나. 박찬옥이란 사람의 영향이 크구나 그랬어요."
앙큼한 그녀. 이렇게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배우에게 각종 출연 제의가 쏟아지는 건 당연한 일일 지 모른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우는 "누군가를 서포트하며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처음 시작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주연보다는 조연을 더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눈썰미 있는 감독이며 제작자들이 과연 그녀를 가만 둘까? 혹 지난해의 연기상 수상 행진이 또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할 만도 하건만. 그녀는 이번에도 딱 잘라 말했다. 역시 서우다.
"상이요? 기대하신 분이 많은데…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안 받을 것 같아요. 이번엔 못 받을 것 같아요! 진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