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진 "다른 색깔 보여주려 너무 오래 기다렸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10.3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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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예진 ⓒ이명근 기자 qwe123@


'달콤살벌 예진아씨' 박예진(28)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오는 11월 11월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청담보살'이다. 카리스마 있는 점쟁이이자 운명의 짝을 찾는 로맨스의 주인공은 '달콤살벌'이란 그녀의 별명과 썩 잘 어울린다.

1999년 '여고괴담2'로 데뷔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박예진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여배우로 자리잡은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그녀는 작품 속에선 시원하게 웃는 순간조차 많지 않았던 도도하고 차가운 여인이었다.


그러던 그녀에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 바로 지난해.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는 박예진이 던진 승부수였다. 박예진은 겁 없이 펄떡 뛰는 생선을 손질하고, 재빠른 토종닭을 손으로 잡고, 깜찍한 콧소리로 소리 내 웃으며 스물여덟 유쾌한 아가씨의 모습을 찾았다.

이번 영화에 바로 그런 박예진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이렇게 편안하게 현장에 가서, 웃으며 즐겁게 촬영한 것은 처음"이라며 활짝 웃었다. 거기엔 모험 끝에 오랜 목마름을 푼 행복이 담겨 있었다.

-박예진의 첫 본격 코미디 연기다.


▶다행히 제가 막 나서서 망가지면서 하는 건 없었다. 잔잔한 웃음이 나오는 자연스러운 코미디여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과격하고 자극적인 코미디보다는 로맨틱 코미디가 좋다. 또래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박예진의 이미지가 정말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참 많이 바뀌었다. 한 번 물꼬가 트이니까 기회가 따라오더라. 연기자들이 다른 걸 하고 싶어도 틀을 깨기가 쉽지 않다. 제의가 안 오는 걸 어떡하나. 이미지가 한 번 갇히면 캐스팅 제의도 그 자리를 맴돈다.

-그런 답답함이 박예진에게도 있었겠다.

▶차갑고 도시적이고 세련되고…. 그런 역할을 많이 했다. 한번도 제 나이 또래의 평범한 밝은 여자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 외모도 그렇고 이미지도 그런데 연기까지 그런 것 만 하니 사람들이 날 다 차가운 사람으로 봤을 거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대표적이다.

▶사실 '발리' 경우는 연기하기 굉장히 어려웠다. 인물 자체가 어려운데다 얼음같은 여자였다. 그때 내 나이가 20대 초반이었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이거 끝나면 연기 그만둬야 되는 거 아닌가 고민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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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예진 ⓒ이명근 기자 qwe123@


-'청담보살'에선 어느 작품보다 진짜 박예진 같은 모습이 나온다.

▶그런 걸 보이고 싶었다. 지금껏 그런 장르나 연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이번엔 제 색깔을 끄집어내서 입힐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움이나 일상적인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표현하려니 쉽지는 않더라.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제 나이도 이제야 찾았다. 거의 처음이다. 어렸을 때부터 성숙해 보이는 사람들이 나이 들으면 동안 소리를 듣는다는데, 내 얘긴가 싶다. 나도 어릴 때 성숙한 역할만 하면서 '30대 땐 좀 괜찮으려나' 그랬다.(웃음)

-영화에서 태랑은 삼겹살 대신 꽃등심을 좋아한다. 혹시 박예진도 그런가.

▶삼겹살 완전 좋아한다! 아침부터 먹을 수도 있다. 특히 살찔만한 음식들을 좋아한다. 김치찌개, 파스타, 피자, 보쌈…. 초콜릿도 매일 먹는다. 몸에 좋다고 살 안 찔만한 건강식 음식 먹느니 굶고 말자는 주의다.

몸매 관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다. 몰랐다는 게 맞겠다. 먹어도 잘 찌지 않는 체질이었고, 남들도 나처럼 다 잘 먹고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안 찐다고 막 먹었더니 찌더라. 2∼3년 전부터 조절도 하고 관리도 했다. 그래도 보통 여자보다 많이 먹는다.(웃음)

-임창정과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많이 도와주셨다. 창정이 오빠가 없었다면 우리 영화가 어떻게 나왔겠나 할 정도다. 배울 점이 너무 많다. 왜 임창정 하면 독보적인 코미디 배우인지 쏙쏙 와 닿더라.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다를 수 있지만 특히 코미디는 배우 역량에 따라 영화 색깔이 굉장히 달라질 수 있더라. 창정이 오빠가 그랬다. 감독을 꿈꾸고 있어서 그럴까, 전체를 보면서 웃음을 살리셨다.

-해피엔딩도 오랜만이다.

▶이번에 한풀이를 했다. 해피엔딩에 목말랐다. 나도 예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항상 뭔가 힘든 인물들을 하니까. 항상 슬프고 힘들고 그랬다.

아무래도 사람은 촬영장 분위기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장 즐겁게, 많이 웃으면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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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예진 ⓒ이명근 기자 qwe123@


-박예진이 겪은 그런 드라마틱한 변화를 얘기하는 데 '패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처음 들어갈 땐 어땠나.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내가 전혀 색깔 없는 신인도 아니었고, 그 전에 했던 작품이 전혀 상반된 이미지였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배우로서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난 내 다른 색깔들을 보여주려고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가능성을 보이고 싶다는 갈증을 풀기 위해서 스스로 모험을 한 거였다. 그런데 내 밝고 일상적인 모습을 그렇게 좋아해 주실 줄은 몰랐다. 친구들이 '사람들이 네 이런 면을 알아줘야 되는데' 그러긴 했다. 그런 말들이 모험을 할 수 있는 용기가 됐다.

-'달콤살벌 예진아씨' 별명은 마음에 드나?

▶달콤살벌하다는 별명은 나한테 딱 맞는 것 같다. 내가 아주 상반된 면이 있다. 대담하면서도 소심하다. 안 친하면 할 말 없을까봐 안부전화도 못한다. 문자도 써놓고 '∼요'로 끝낼까 '∼용'으로 끝낼까 한참 고민한다. 그런데 산길 간다거나, 벌레 잡는 건 하나도 안 무섭다. 예외는 있다. 나방이나 바퀴벌레에는 난리난다. 집에 커다란 나방이 들어와서 난리 끝에 화장실에 가두고는 4일간 화장실을 못 쓴 적도 있다.

-'패떴' 당시에 그렇게 러브라인을 만들려고 애썼는데 잘 안되더라.

▶저희 프로그램 자체가 러브라인이 쉽지 않다. '패밀리' 아닌가. 굳이 택하라고 해도 각자 매력이 너무 달라서…. 사실 내 남자 취향도 스스로 모른다. 알면 소개라도 해달라고 할텐데.

-20대 후반인데 그래도 진한 사랑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나.

▶20대 때 연예를 심하게 못했다. 그게 좀 아쉽다. 어찌 보면 그랬기 때문에 상처 덜 받고 살았는지 모른다. 그래도 뭔가 결혼하기 전에 연애를 좀 해야하지 않나 필요성을 느낀다.

-대쉬하는 남자 많지 않았나?

▶생각보다 대쉬하는 사람도 안 많았다. 한번 찔러보기 편한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랬나 보다. 남자들에게 여자로 보호받고 싶어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편해지면 먼저 막 대하고. 더욱이 예전엔 보이는 이미지도 도도하고 그랬으니까. 사람을 만나봐야 사람 보는 눈도 생긴다는데, 그게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패떴' 하면서 일등 신붓감으로 떠올랐는데.

▶결혼? 우리나라 여자가 결혼해서 살림하면서 일도 하는 게 얼마나 위대한지 모른다. 내 몸 하나 추스르며 일하기도 힘든데, 엄두가 안 난다. 순간의 기분에 덜컥 뭔가를 저지를 나이는 지난 것 같고, 언젠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제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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