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붐, 그가 '부티'났던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11.0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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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 ⓒ홍봉진 기자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기 싫었어~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기 싫어~’

이건 가수 김민우의 ‘입영열차안에서’ 가사다. 20여년이 지나도 군대 가는 사람들만 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불후의 명곡이다. 며칠 전에도 갑작스레 군대 가는 이 사람을 보면서 자동적으로 ‘입영열차안에서’가 생각났다. 그가 누군가~하면 바로 만능 방송인 붐이다.


그렇다. 붐은 만능 방송인이다. 가수로 데뷔를 했으나 딱히 뜨질 못했다. 대신 그 끼를 바탕으로 어떤 프로그램에서든지 춤과 노래, 온갖 가수들의 패러디를 그야말로 신명나게 보여준다. 입담과 재치로 각종 온갖 프로그램에서 썰렁할 때마다 웃겨주는 감초 역할도 톡톡히 한다. 그래서, 그를 밖에서 대~충 볼 때는 ‘싼티’란 한마디로 단정지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함께 일해 보면 안다.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 방송인이며, 또 얼마나 ‘감있는’ 방송인인지를 말이다.

그의 남다른 ‘노력’과 임기응변에 능한 ‘감’은 케이블 TV의 VJ로 활약하다가 공중파 방송국으로 옮기게 되는 한 사건(?)에서 바로 알 수 있다. 케이블의 모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과거 김희선 졸업식 장면을 취재해야 해서, 졸업식을 갔는데... 100여명의 기자와 방송사 취재 카메라 때문에 당시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붐에겐 김희선의 인터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서, 생각한 그의 깜찍한 작전은 이랬다. 취재진들이 모두 모여서 단체 인터뷰하는 그 시간에, 붐이 번쩍 손을 들고 큰 소리로 질문했다. '김희선씨 학사 따셨네요? 그러면 석사도 따실 건가요?' 하자, 김희선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또 말했다. '그럼 학사 다음 석사, 그대는 나의 천사~' 이랬더니 김희선이 박장대소를 했다. 재미있는 걸 워낙 좋아하는 김희선은 붐이 누군진 잘 몰랐지만 그 재치가 마음에 들어서 손을 잡아주며 답례를 했다.


그래서, 쟁쟁한 다른 연예정보프로그램을 다 제끼고 붐이 진행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선 김희선과의 단독 장면을 아주 크게 잡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당시 M본부의 '섹션TV'의 담당 PD 귀에 들어갔고, ‘그 별난 놈(?)’을 데려오자고 얘기하면서 공중파로 진출하게 됐다. 붐은 당시 이런 이야기를 회상하면서 참 운이 좋았다고 얘기했지만, 아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운’이 아니라, ‘노력’과 ‘감있는 재치’가 그에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단 얘기다.

제작진 입장에서 신인을 등장시킬 때, 과감함이나 확신이 없으면 함께 하자고 제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한 명의 자리를 이미 다 알려진 사람이 채워주면 프로그램에 안정적일 거란 걸 알지만, 신인은 잘되면 ‘모’지만, 잘못하면 ‘도’니까... 웬만해선 모험하지 않는단 말씀. 그러니 붐을 데려온 제작진은 분명히 그의 ‘감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고, 그래서 과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붐과 함께 일해 본 제작진이라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에서 뭔가 좀 재미있었으면 하는 부분에선 마치 제작진의 마음을 읽은 듯 붐은 튀어나가서 웃겨주며, 조용한 다른 게스트들에게 넉살좋게 다가가 그들이 돋보이도록 잘 받쳐준다. 그게 일명 ‘싼티’로 비춰지겠지만, 실제로 제작진에겐 그것이 얼마나 ‘부티’나게 값진 일인지 모른다는 얘기다.

붐의 이런 모습이 점점 빛을 발하며 각종 MC에, ‘붐카데미’에, 조만간 그는 MC로 쫙~ 발돋음할 것 같았는데... 아쉽다. 이 시점에 군입대를 하게 됐으니, 제작진 입장에서도 너무나 안타깝다. 하지만, 분명히 믿는다. 제대하고 나서도 붐 특유의 ‘노력’과 ‘감’으로 지금의 모습 이상의 뭔가를, 예상치 못한 뭔가로 시청자에게 다가올 것이란 걸 말이다. 아무쪼록 1년 8개월 동안 건강하고, 군대에서도 빛과 소금 같은 군인으로 모두에게 사랑받길 바란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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