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임성균 기자 |
KBS 2TV 주말 특별기획 '열혈장사꾼'(극본 홍승현 유병우, 연출 지병현)이 새로운 직업 드라마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열혈장사꾼'은 자동차 영업사원인 하류(박해진 분)가 진정한 사랑과 성공을 쟁취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밝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
이 드라마는 첫 회부터 자동차 영업 세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을 그리며 전형적인 캐릭터와 개연성이 무시된 스토리의 병폐에서 조금은 거리를 둔 듯 보였다.
지난해 다양한 직업 드라마들이 안방극장에 선보여졌으나 주로 변호사, 의사, 방송사 PD 등 그동안 반복적으로 다뤄진 소위 전문직 종사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보험사의 보험사고 조사원을 주인공으로 한 MBC 시즌드라마 '라이프 특별조사팀'이 독특한 소재로 그나마 차별화를 꾀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국내 드라마 최초로 자동차 영업 사원들의 꿈과 열정 그리고 애환을 본격적으로 다룬 '열혈장사꾼'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등장인물의 배경이 되는 직업이 아닌 직업의 세계 자체를 심도 있게 다루고자 하는 노력은 드라마의 다양성 추구와 질적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
시청률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90년대 트렌디 드라마의 모형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다툼'에만 집중하는 것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일종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김명민 주연의 MBC '하얀거탑'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다양한 장르의 직업 드라마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던 것에 비해 올 해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KBS 2TV 수목극 '파트너'가 에피소드 형식을 띠며 리얼리티와 인간 고뇌의 조망이라는 직업 드라마의 요건을 비교적 충실히 따랐지만 흥행에서 빛을 못 봐 아쉬움을 남겼다.
'열혈장사꾼'은 한정된 소재와 형식으로 연명해온 한국 드라마의 문제점을 일부 수정하며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이야기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극중 러브라인 구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 영업사원들의 치열한 삶을 통해 본 돈과 성공 그리고 인생 이야기'라는 기획의도처럼 이 드라마는 주인공 하류의 성장통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하류가 영업의 노하우를 알아가는 과정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늘 시청률이 문제인 것. 이럴 때 제작진 입장에서는 러브 라인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열혈장사꾼'이 초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리얼한 직업의 세계'와 '살아있는 캐릭터'의 조합으로 뻔하지 않은, 부족해도 그들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뚝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