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2일 개봉한 '2012'는 14일까지 111만 6282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2012'는 개봉 첫날 30만명을 동원, 일찌감치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2012'는 마야인이 예언한 지구 종말의 해 2012년에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로 인류가 멸망의 위기를 맞는 과정을 거대한 스케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극장가 비수기인 11월 '2012'는 관객을 불러 모을 주요한 영화 중 하나로 꼽혔다.
'2012' 흥행을 보는 한국영화인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우선 '2012'가 모처럼 극장에 관객을 불러 모으는 것에 대해 이견은 없다. 그동안 극장가는 여름 성수기가 끝난 뒤 극심한 비수기를 겪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200만명에 그칠 정도로 극장이 텅 비었다. 계절적인 원인도 있지만 폭발적인 흥행력을 가진 영화가 부족했던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와중에 '2012'의 등장은 일단 극장 관계자들을 웃게 하고 있다. 또 뒤이어 개봉하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에게도 희소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백야행' '홍길동의 후예' 등 11월 한국영화들로서는 극장에 관객이 가득 차는 현상을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는 심정이다. 감히 청하지는 못해도 바라마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다.
'2012'에 하루 앞서 개봉한 '청담보살'도 반사작용을 받고 있다. '청담보살'은 첫 주 60만명을 동원할 전망인데 '2012' 없이 '청담보살'만 개봉했다면 이 정도 효과를 보기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12'의 흥행은 한국영화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있다. '2012'는 국내 스크린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00여 스크린을 확보, 또 다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앞서 '집행자'와 '하늘과 바다' 등 한국영화들이 교차상영 논란을 겪은 데 이은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2012'는 현재 박스오피스 2위와 3위를 기록 중인 '청담보살'과 '굿모닝 프레지던트'가 확보한 스크린 수보다 더 많은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관객이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시스템인 셈이다.
스크린 독과점과 '퐁당퐁당'은 한국영화계에 고질적인 문제이다. 또 동시에 찾아오는 문제이기도 하다.'집행자' 제작사가 '2012'가 개봉하면서 '퐁당퐁당'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2012'는 분명 관객을 다시 극장에 불러 모으고 있다. 이런 현상은 11월 뿐 아니라 12월 개봉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고 다양한 영화들은 '2012' 뿐 아니라 한국영화 기대작이라 불리는 영화들 틈에서 사그러질 것이다.
'2012' 흥행을 보는 영화인들의 마음이 복잡한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