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 조형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09.11.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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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진 기자
얼마 전 MBC '세바퀴(세상을 바꾸는 퀴즈)'의 '시인의 마을'이라는 코너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형기가 쓴 자작시... 이렇다.

제목 : 나는 누구인가?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몇 년째 출연하지 못했고,

세바퀴를 열심히 해도 코미디언 축에도 끼워주지 않는...

나는 누구인가?


하느님께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그냥 웃기는 놈.

그렇다. 조형기는 웃긴다. 그래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영화보단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본다. 어떤 채널을 돌려도 볼 수 있는 몇 명 중에 꼭 끼는 사람 아니냐 이 말이다.

누군가는 그의 자작시 내용처럼, 탤런트가 너무 오락프로그램에만 나오는 거 아니냐며 농담반, 진담반 얘기하지만, 아니다. 방송 제작진에겐 그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여기서 '필요'라는 단어에 주목해야한다. 이 '필요'란 단순히 여러 게스트들 자리 중에 한 자리를 채우면 되는 '숫자 맞추기'의 의미가 아니다. 한 명이지만, 열 사람 몫을 하는 사람이다.

'옷'이 신체를 가리고 보호하는 의미지만, 멋있고 예쁜 옷을 입었을 때, 흔히들 '옷이 날개다'라고 하지 않는가. 조형기는 그런 사람이다. 단순히 신체를 가리고 보호하는 의미의 '옷'이 아니라, 사람이 날개 달린 천사로 보이게 만드는 예쁜 옷처럼, 어떤 프로그램이든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란 얘기다. 그렇담, 그가 달아주는 '날개'는 어떤 걸까?

그의 시처럼 그는 웃긴다. 하지만, '웃긴 사람'을 떠올릴 때, 오로지 조형기 한 사람만 떠오르는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개그맨, 탤런트, 가수 등등 웃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그 많은 웃기는(?) 사람들 중에서 유독 조형기를 섭외하고 싶어한다. 도대체 그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말해서, 어떤 프로그램이든 그 프로그램에 딱 맞는 역할을 해준다. 아~ 이게 뭔 소린지... 좀 애매한가? 다시 풀어서 설명해보겠다. 어떤 프로그램이 토크쇼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쫙 풀어주고, 어린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프로면 어린이들 시각에 맞춰주고, 몸을 사용하는 버라이어티면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온몸 던져 열심히 해준다는 말씀.

이래도 어려운가? 다시 얘기해보겠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각자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그 캐릭터가 공주병이든 어설픔이든 산만함이든 나약함이든... 다른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서 항상 자신이 가진 캐릭터만을 보여준다. 그러나 조형기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얼핏 보면 입담 좋은 탤런트로만 보여질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이상이다. 프로그램이 약간의 교양성이 있다면, 재미있는 얘기를 하고나서 언제나 공익적으로 마무리해주거나 MC가 출연자들에게 좌지우지되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옆에서 잘 받쳐주는 등 제작진의 가려운 등을 정확한 위치에서 긁어준다는 말씀. 그래서, 새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에선 특히나 조형기를 원한다. 프로그램의 큰 컨셉트는 있지만, 처음이라 잘 정리되어있지 않은 세세한 부분들을 그가 제대로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또 하나. 대부분의 게스트들은 자신이 돋보이기를 원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화면에 비춰지는 양(?)이 많아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조형기는? 욕심이 없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돋보이려고 애쓰기보다는 다른 게스트의 얘기에 한 마디 더 해서 재미있게 마무리 지어주거나, 큰 소리로 웃어줘서 웃음소리만으로도 스튜디오 전체에 웃음 바이러스를 뿌려주는 등 자신보단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내용이 재미있도록 도와준다는 얘기다. 그러니, 방송가 제작진이 그를 사랑할 수밖에.

때문에, 그의 자작시를 살짝 바꿔본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몇년째 출연하지 못했고, 코미디언 축에도 끼워주지 않는... 조형기는 누구인가? 방송 제작진은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은 프로그램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라고.'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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