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지우 ⓒ이명근 기자 |
최지우는 스스로 "제가 연기파 배우는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10일 개봉 예정인 영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을 통해 여배우라는 호칭에 욕심이 난다고 전 했다.
"솔직히 연기력 논란에 대해 창피하기도 하다. 여배우라는 호칭이 괜찮을까 생각이 들면서도 욕심이 난다. 연기라는 게 하면 할 수록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한계를 느낀다. 15년차나 됐는데 내가 이것 밖에 안되는지 생각도 든다. 작아지는 순간이 많은 것 같다"
그녀는 여배우라는 것, 인기라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놓아주어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세월도 그렇고 인기라는 게 그렇잖아요. 높이 있으면 내려올 날이 있는데. 이제 히메라는 호칭 앞에 여배우라는 말이 당당하게 붙었으면 좋겠어요. '선덕여왕'의 미실이 부러울 따름이죠."
-영화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궁금한데.
▶처음에 영화 관련된 분이 최근 유행한 '분장실의 강선생님'과 같은 영화라고 했다. 배우들끼리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얇았다. 겁이 덜컥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드라마처럼 짜여진 대본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데, 이 영화는 순발력과 애드리브를 요구했다. 감독님도 촬영 중에 어떤 대사가 어울리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한없이 쟁쟁한 선배님들 앞에서 작아지는 경험을 했다. 첫 촬영 후에는 잠도 못 잤다. 내가 괜히 이 작품을 했구나, 당시 주위 사람들이 반대도 했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는 가뜩이나 성격이 소심한데 라며 걱정했다.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용기가 났다. 첫 촬영 장면이 고현정 언니와 싸우는 신이었는데 스스로 용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촬영을 거듭하면서 의외로 짜릿했다. 오히려 나중에는 좀 더 대사를 해볼 걸이라는 생각도 했다.
-영화 속에 지우는 얼마나 진짜 최지우와 비슷한지.
▶영화 속 모습이 전부 인간 최지우는 아니다. 실제 제 성격이 나오는 부분도 있다. 어떻게 보면 반반인 것 같다. 그런데 감독님이 저를 얌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름이 영희이거나 직업이 술집 작부 같으면 상관없는데 지우라는 이름으로 얌체 역은 좀 그랬다. 그래서 머리를 맞대고 연기했다. 평상시 지우라 면 이런 대사를 안 하겠지? 많이 조심스러웠다.
사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했더라도 빠져나갈 방패가 있다. 관객들에게 이건 영화라고 이야기하면 되지 않겠나(웃음). 촬영하면서 선배님들이 마음을 열어주셔서 편하게 촬영했다. 아직 완성본을 못 봤는데, 불안한 마음도 있다.
-최지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했을 때 "최지우씨가 합류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외였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저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저에게 이번 영화는 용기가 필요했다.
사람들에게 제가 어떻게 비쳐지는지 몰랐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네가 이런 애 인줄 몰랐었어. 너의 새로운 모습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게 많은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욕심을 내지 않았던 것 같다. 뭔가를 내려놓고 한발자국 나선다는 느낌이었다. 제목의 '여배우들'처럼, 여배우로서 한 발자국 나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 다. 이미숙 선배가 "네가 언제까지 히메야. 네가 공주야"라며 "출연하기 잘했다"고 말했다.
배우 최지우 ⓒ이명근 기자 |
-일본에서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잊혀지는 게 두렵지 않은지.
▶인혀 진다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그것을 너무 붙잡고 있으면 슬퍼지는 것 같다. 사람은 살면서 어느 정도 내려놔야할 부분이 있다. 세월도 그렇고 인기도 그렇고, 높이 있으면 내려올 날이 있는 거다. 과거에 이랬는데 이것들이 감히 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하지만 히메라는 호칭이 너무 좋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제 그 앞에 여배우라는 호칭이 당당하게 붙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결국 히메라는 호칭 때문에 차기작 선택이 어려웠던 것 같은데.
▶이득 보다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었다. 한류 배우들이 작품을 선택할 때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다. 일본 팬들만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국 팬 없이 어떻게 여배우라는 호칭을 쓰겠나.
-여배우라는 호칭에 욕심을 냈다는 것은, 15년차이지만 지금까지 다르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제가 연기파 배우 아니다. 그래서 연기라는 부분에 있어서 살짝은 창피하기도 하다. 과연 호칭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욕심이 생긴다. 연기라는 게 하면 할 수록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15년차임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친다. 제가 작아지는 순간을 맛보는 것 같다. 제 이름을 갖고 해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같이 연기한 배우 중에 생각과 달랐던 사람이 있는지.
▶저한테 민희를 제외한 다섯 명 전부 새로웠다. 이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인맥을 통해서 만들어졌던 영화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가 손해 보는 느낌이었다. 다른 분 들은 서로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대사를 맞출 수 있는데 저는 쉽지 않았다. 거기에 제가 얄미운 캐릭터였으니. 제가 얼마나 속상했겠나.
특히 현정 언니의 경우, 학창시절 현정 언니의 드라마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 그렇기 때문에 제 눈에 보인 또 다른 여배우의 모습이었다. 무척 어려웠다.
제가 쉽게 다 가갈 성격이 못돼 힘들었지만, 언니가 너무 털털하고 솔직하게 대해줬다. 또 연기적으로는 확실하게 고수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그래도 연기 15년 차인데 이것 밖에 안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언니 앞에서는 확실히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여배우이고 싶은지. 어떤 부분에서 여배우라는 점이 힘든지.
▶다시 태어나도 여자 배우이고 싶다. 여배우이기에 민감한 것은 사생활 아니겠나. 동굴에 살지 않는 이상 사생활이 100% 보장은 안 된다. 또 힘든 것은 의도되지 않게 왜곡되게 비춰지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기승전결 없이 알려지거나, 어떤 이야기인줄 모르고 앞뒤 상황이 빠진 채 알려진다. 결국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숨고 싶어지고, 도마 위에 안 오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이와 상관 없이 소심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이유는 무엇인지?
▶여배우는 촬영장의 꽃이잖아요(웃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위로를 받더라도 여배우가 많이 받지 않을까요.
-배용준과 애니메이션 '겨울연가'를 작업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겨울연가'는 26개짜리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7년 전과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회차가 지나가면서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더빙이라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연기가 더 쉬운 것 같다. .
- 배우 최지우에게 색다른 모습을 기대해도 되는지.
▶아직 안해 본 역할들이 많지 않나. 한정된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 독일까 약일까를 생각했던 것 같다. 파격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지만 시간에 쫓기고 싶지는 않다. '선 덕여왕'의 미실 같은 캐릭터는 부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