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내삶을 포기한 적 없어.. 행복하고 싶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9.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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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 ⓒ이명근 기자 qwe123@


배우 김민희(27)에게는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액세서리를 하든 얄미울 만큼 멋지게 소화하는 그녀는 많은 여인들에게 늘 선망의 대상이다.

허나 외형에 쏠리는 맹목적인 관심이 여배우에게 좋기만 할 리 없다. 어느덧 11년차의 배우가 된 김민희가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김민희는 섣불리 헤어나오려 하는 대신, 자신에게 쏠리는 눈길을 자연스럽게 감싸안고 배우로 커가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성장을 증명했다. 드라마 '굿바이 솔로'와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는 그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김민희가 데뷔한 지 꼭 10년이 되는 2009년 말, 그녀의 새 영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이 개봉을 앞뒀다. 세대별 톱 여배우 6명을 모아 가상과 실제를 오가는 상황을 그린 이 희대의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패션과 화보에 능한 20대의 대표 여배우 김민희로 분했다. 김민희는 "수다떨며 놀듯 찍었다"며 즐거워했지만, "욕심이 안 찬다"고 문득 속내를 내비쳤다.

-영화에선 어떤 여배우로 나오나.

▶당당하지만 좀 무관심하고 시니컬한 모습도 있는, 여러가지가 섞인 모습이다. 까칠하기도 한데 선배들과 두루두루 어울리는 둥글둥글한 모습도 있다. 유일하게 딴지를 걸 수 있는 배우가 막내 옥빈씨 뿐이어서 무관심한 척 얄밉게도 한다. 영화를 못 봐서 딱 이런 캐릭터라고는 못하겠다.


-그 속에서 진짜 김민희가 드러나기도 하나.

▶조금씩 다 제가 들어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저를 연기하다보니 제일 편한대로 연기하게 된다. 느리고 서툰 말투도 그대로 나올거다.

-사실 김민희 하면 패셔니스타를 많이 떠올리는데.

▶영화에서도 그런 측면이 있다. 화보 촬영이 아주 능숙한 배우로 나온다.

-옷태 보면 부러운 게 사실이다.

▶어차피 가면 다 예쁜 옷 골라서 입혀준다. 칭찬이 기분 좋지만, 사실 요즘엔 볼륨있는 몸매를 선호하지 않나. 저는 어디서 명함도 못 내민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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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 ⓒ이명근 기자 qwe123@


-김민희는 사진 프레임 속에서 유난히 빛나는 배우였는데 언젠가부터 달라졌다.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제 모습보다 움직이는 것이 더 좋다. 그 재미를 안 지가 얼마 안됐다.

화보를 참 많이 찍었다. 이젠 빨리 끝내는 법을 알았다고나 할까. 사진은 여전히 흥미진진한 작업이지만 11년을 했으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 거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덜 익숙하다. 캐릭터도 있고, 대사도 있고, 움직이고 말하며 행동하는 게 더 어렵고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게임도 그렇지 않나. 쉽게 잘 될 때보다 조금 헤매다가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 더 신이 난다.

-배우로 성장하는 게 느껴진다. '굿바이 솔로'가 그랬고, '뜨거운 것이 좋아'도 그렇고.

▶저한테 그런 걸 기대하지 않았는데 딱 다른 모습으로 나오니까 더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점수를 더 주신 거지.

-분위기를 타고 빨리 다음 작품을 할 줄 알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작년 여름 드라마 '연애시대' 이후 첫 작품이다.

▶본의 아니게 꽤 쉬는 기간이 있었다. 출연하려 했던 작품들이 다 못 들어가게 됐다. 나도 빨리 하고 싶었는데, 다작할 운명이 아닌가보다. 왜 안되는 걸까.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스물아홉이 된다. 조급증은 없나.

▶조급증이 조금 있다.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여배우로서 제일 좋은 시기가 아닐까 한다. 많은 역할도 할 수 있고. 그런데 20대가 다 가지 않나. 나중에 시간이 흘러 '이게 내 20대 때 작품이야' 하고 싶은데, 그래서라도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다.(웃음) 사실 아쉽다. 올해 이 작품 하나 했지만, 이거 하나론 욕심에 안 찬다. 내년엔 꼭 들어가야지.

-이젠 촬영장 가면 막내가 아니다.

▶항상 막내고 스태프가 다 저보다 나이 많았는데 요즘엔 어린 후배들이 많아졌다. 이번에도 옥빈씨가 막내고, '뜨거운 것이 좋아' 땐 훨씬 어린 소희씨가 있었다. 이젠 내가 하는 일에 더 책임감이 생긴다. 더 일에 집중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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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민희 ⓒ이명근 기자 qwe123@


-'여배우들'이란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보니 어떤가.

▶별다를 거 없다.(웃음) 특별히 더 좋고 나쁘고 그런 거 없다. 똑같다. 그냥 많이 관심을 받는 정도. 물론 좋은 점이 많다. 알아보고 좋아해주시는 분도 많고, 음식점 가서 덤도 얻고.

-연애도 그렇고, 일거수일투족이 다 관심받고 하는 게 힘들진 않나.

▶신경을 꺼야지. 일일이 신경쓰면 살 수 없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보호 방법이 다를 거다. 그냥 별 일이 아니라고 쉽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더이상 여배우이고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

▶이제야 여배우 대열에 들어섰는데 그만두고 싶을리가. 그건 아니다.(웃음) 힘들었던 순간 같은 건 의외로 빨리빨리 잊어버린다. 외롭거나 힘들 땐 끙끙 앓지만 잊어버리고 나면 언제 그랬지 한다.

-혹 여배우로 살기 위해 뭔가를 포기하지는 않았나.

▶없었던 것 같다. 제 삶을 포기한 적은 없다. 내가 배우라서 굳은 결심을 하고 뭔가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나름의 행복이 중요하지 않나. 나는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는 주의다. 이거, 내가 여배우이길 포기한 건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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