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말하는 여배우로 산다는 것

김현록 김건우 기자 / 입력 : 2009.1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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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근 기자 qwe123@


한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아름답고 화려하고 늘 주목받는 여배우들은 실제로 어떤 모습일까? 이런 궁금증에 영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은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지 모른다.

'여배우들'은 여배우들이 여배우들을 연기하는 작품. 20대부터 60대까지, 화보를 찍기 위해 모인 톱 여배우 6명의 가상 반 실제 반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흥미진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중 다섯명은 각기 다른 여배우로서의 삶을 고백했다. 윤여정,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이 그들이다. 여배우들이 말하는 여배우로서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윤여정 "치뤄야하는 대가가 좀 많다"

배우 윤여정은 '여배우들'의 맏언니다. 올해로 예순둘. 신뢰감 있는 성격파 배우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고 있는 그녀는 여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점이 있지만 살면서 치뤄야 하는 대가도 많은 직업이라며 담담히 털어놨다.

"나를 감추는 신비주의도 아니니까. 내게 있는 면을 누구에게 들킬까 두려워하거나 아까워하지 않았다. 내 나이가 되면 더 그렇다. 지킬 것이 많고 다 부둥켜 안고 간다면 어떻게 하나."


"그냥 시집가서 남이 잘 벌어주는 돈 갖고 살면서 사는 인생도 있다. 하지만 여배우는 이 나이까지 일하면서 예술과 노동의 경계선을 오가는 직업이지 앟나. 살며 치뤄야 하는 대가가 좀 많다. 내 경우는 인생이 제 궤도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아들 딸 가정을 꾸미고 잘 살다가 그게 잘 안됐을 때 온 시련이 내게는 그 대가였다."

"그 시절엔 이혼한 게 큰 일이었다. 그 때는 이혼이 금기시되는 시절이었다."

◆고현정 "가십도 너무 멀리하면 안되는 것"

미스코리아로 화려한 데뷔, '모래시계'의 영광, 재벌가와의 결혼과 이혼, 드라마틱한 복귀와 성공. 배우 고현정의 삶에는 여배우의 질곡이 고스란히 담긴 듯 하다. 행보 하나마다 세상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그녀는 "가십도 너무 멀리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스캔들, 명성, 질투, 콤플렉스… '여배우들'의 여섯 배우 중에 그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자유로울 수 있는 이는 없을 거다. 저는 그 정도는 좋은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굳이 사생활란 게 없었다. 어찌됐든 다 알려져 있고.

후배들한테도 그런다. 전세기를 탈 능력이 있어서 타는 건 좋은데 그게 여러 사람들에게서 분리되는 순간을 즐기는 건지, 아니면 간첩처럼 아무도 모르게 살고 싶은건지 잘 구분하고 욕망을 가지라고. 자기가 원하는 걸 잘 알아야 한다고."

"여배우로 사는 건, 좋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여기에 갖다놓지는 않았을 거다. 원하고 추구했으니까 수영복 입고 세종문화회관에 선 거지.

분명히 얻는 게 많을 거다. 타고 난 것도 있겠지만 주위의 도움과 행운이 없이는 여기에 올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감사해야 할 부분이다. 보은해야지. 그래서 가십도 너무 멀리하면 안되는 거다."

"(결혼 후 연기를 하지 않았던 10년 동안에는) 여배우로서의 자의식이고 뭐고 없었다. 나름 다이나믹했다. 그게 연기의 자양분이 된 것 같다. 그래서 100% 얻은 것만 있다고 하는 거다. 어찌됐건 그래서 제가 화제에 오를 수 있는 거 아니겠나."

◆최지우 "다시 태어나도 여배우이고 싶다"

'지우히메' 최지우.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주목받는 한류스타로 데뷔 후 줄곧 성공 가도를 달려온 그녀다. 그녀에게도 동굴에 숨지 않는 한 사생활을 보장할 수 없는 여배우로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최지우는 "다시 태어나도 여배우이고 싶다"고 당당히 말했다.

"다시 태어나도 여자 배우이고 싶다. 여배우이기에 민감한 것은 사생활 아니겠나. 동굴에 살지 않는 이상 사생활이 100% 보장은 안 된다. 또 힘든 것은 의도되지 않게 왜곡되게 비춰지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기승전결 없이 알려지거나, 어떤 이야기인줄 모르고 앞뒤 상황이 빠진 채 알려진다. 결국 내가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시 숨고 싶어지고, 도마 위에 안 오르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이와 상관 없이 소심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여배우는 촬영장의 꽃이 않나.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위로를 받더라도 여배우가 많이 받지 않을까."

"솔직히 제가 연기파 배우 아니다. 과연 여배우란 호칭이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욕심이 생긴다. 연기라는 게 하면 할 수록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15년차임에도 불구하고 한계에 부딪친다. 제가 작아지는 순간을 맛보는 것 같다. 제 이름을 갖고 해야 하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김민희 "여배우의 삶? 별다를 거 없어요."

스물아홉의 배우 김민희. 모델로, 패셔니스타로 어려서부터 이름을 알린 그녀는 기대 속에 배우로 성장하고 있다. 늘 화려한 조명과 남들의 시선에 둘러싸여 살지만 그녀가 말하는 여배우의 삶은 "그냥 많이 관심을 받을 뿐" 다른 사람과 "별다를 게 없다"고.

"여배우의 삶이라고 별다를 거 없다 특별히 더 좋고 나쁘고 그런 거 없다. 똑같다. 그냥 많이 관심을 받는 정도. 물론 좋은 점이 많다. 알아보고 좋아해주시는 분도 많고, 음식점 가서 덤도 얻고."

"(지나친 관심에는) 신경을 꺼야지. 일일이 신경쓰면 살 수 없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보호 방법이 다를 거다. 그냥 별 일이 아니라고 쉽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여배우로 살기 위해 포기했던 건) 없었던 것 같다. 제 삶을 포기한 적은 없다. 내가 배우라서 굳은 결심을 하고 뭔가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나름의 행복이 중요하지 않나. 나는 행복하고 즐겁게 살자는 주의다. 이거, 내가 여배우이길 포기한 건가?"

◆김옥빈 "지독한 외로움"

김옥빈은 '여배우들' 프로젝트의 막내다. 남다른 개성으로 독특한 작품에 출연하며 주목받은 그녀. 돌발 발언으로 각종 가십의 주인공이 되면서도 늘 '김옥빈 식으로' 돌파했던 그녀는 "지독한 외로움"을 호소했다.

"여배우이기 떄문에 감수해야 했던 것? 지독한 외로움이다. 나는 이런 모습이 아닌데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을 지켜줘야 하는 것. 과도하게 쏠리는 관심이 사람을 괴롭게 만들기도 한다. 쉽게 털어놓을 수 없고 어떤 테두리 안에서만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지금은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중이다."

"된장녀 논란이 아닐까. 그게 제일 파장이 컸다. 사실 미디어의 피해자는 제 쪽인데 그냥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 어찌됐건 내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가고 싶었다."

"2006년에 미니시리즈 주연을 처음 맡았다. 일 시작하고 이 바닥 생리도 전혀 모를 때 주연을 맡아 하나하나 혼나며 배웠다. 욕먹고 매일 화장실에서 울었다. 자존심도 상했지만 '다음엔 내가 이런 일을 겪지 않겠어' 다짐했었다. 그러고 나니 그 다음이 모두 수월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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