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뚫고 하이킥'의 4각 러브라인 주인공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정음, 최다니엘, 윤시윤, 신세경. |
돌아온 김병욱 PD의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이 연일 화제다. 2006년 연말부터 9개월간 방송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던 '거침없이 하이킥'(이하 '하이킥') 이후 약 2년만에 돌아온 '지붕킥'은 당초 '하이킥2'로 알려지며 제작부터 화제가 됐다. 그 인기몰이는 전작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다.
'지붕킥'은 전작 '하이킥'과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많은 공통점이 보인다. '야동순재'에서 '멜로순재'로 캐릭터는 바뀌었지만 든든한 아버지 이순재가 여전히 집안의 가장을 맡고 있고, 정일우 김혜성 등 전작의 주인공들이 간간이 카메오로 등장해 웃음을 안긴다. '하이킥' 당시 교감이었던 홍순창은 교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하이킥'과 '지붕킥'의 공통점은 젊은 네 남녀가 이루는 4각 러브라인이다.
'하이킥' 당시엔 까칠한 체육교사 민용(최민용 분), 터프한 고교생 윤호(정일우 분), 맹하지만 순수한 선생님 민정(서민정 분), 민용의 전 부인이자 민정의 친구인 신지(신지 분) 등 4사람이 러브라인을 이뤘다.
핵심이 된 것은 민용, 윤호, 민정의 3각 러브라인. 전 부인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료 교사인 민정에 대한 감정을 갖게 되는 민용, 민용을 한결같이 바라보면서도 철없는 제자의 구애가 싫지 않은 민정, 선생님을 좋아하며 삼촌과 사랑을 두고 경쟁하게 된 윤호는 유쾌하지만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민민커플(민용-민정), 윤민커플(윤호-민정) 지지파가 신경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4각 러브라인 주인공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민정, 최민용, 정일우, 신지. |
'지붕킥'에선 건조하기 짝이 없는 레지던트 지훈(최다니엘 분), 까칠한 고교생 준혁(윤시윤 분), 천방지축 된장녀 대학생 정음(황정음 분), 속 깊은 산골소녀 세경(신세경 분)이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지세커플(지훈-세경)과 준세커플(준혁-세경)이 알고보면 세심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두 남자와 순수한 세경의 잔잔한 떨림을 그려간다면, 지음커플(지훈-정음)과 준음커플(준혁-정음) 커플은 실수투성이 정음을 두 남자가 마음껏 구박하는 가운데 언듯 속내를 비치는 유쾌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커플들이 풍기는 분위기며 세부적인 관계의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4각의 러브라인, 한 여자를 사이에 둔 삼촌과 조카의 은근한 경쟁, 까칠하지만 세심 남자 캐릭터는 '하이킥'과 '지붕킥' 똑같이 닮은 꼴이다. 여기에 식구나 다름없는 고교생 조카의 친구가 등장해 의외의 러브라인을 선사한다는 것도 비슷해 흥미롭다. '하이킥'에선 하숙범 김범이 김혜성과 '남남커플'을 연상케 했고, '지붕킥'에선 비스트 이기광이 정음을 짝사랑하며 상큼한 분위기를 더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범과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기광 |
'하이킥'과 다른 '지붕킥' 러브라인의 특징이라면 커플의 향방이 일찌감치 정리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자신의 처지를 실감한 세경이 지훈을 포기하는 듯 눈물을 흘리고, 준혁이 손난로에 쪽지 편지까지 세경에게 전하며 마음을 공개해, 팽팽했던 4각의 러브라인이 '준세커플'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 '지붕킥'의 러브라인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이 흥미진진하고 인간미 넘치는 시트콤이 결말이 날 때쯤 슬쩍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김병욱 PD가 늘 그래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