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김동건 ⓒ송희진 기자 songhj@ |
1985년생인 김동건(24), 남자배우로 한창 꽃을 피워야 할 나이 스물 넷. 더군다나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천사의 유혹'(연출 손정현, 극본 김순옥)에 꽤나 비중 있는 인물에 캐스팅됐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런데 김동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는 요즘 자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시청률도 20%를 훌쩍 넘기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이유가 뭘까.
"가발 쓴 것 때문에 하루에 수십 통의 쪽지를 받아요. 휴~ 그냥 연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면 겸허히 받아들이겠는데 '가발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이 안 된다' '가발 쓴 모습이 보기 싫다'며 막무가내로 욕을 하실 때면 많이 힘들어요."
좋은 말도 한 두 번이다. 하물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매일 연거푸 들으면 당연히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그는 스물 넷, 어린 나이에 가발을 쓸 수밖에 없는 사연을 털어놨다.
"'천사의 유혹' 들어가기 직전이었어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든 일들이 한꺼번에 생겼고, 스트레스가 커지다 보니 원형 탈모가 생겼어요. 처음엔 그냥 덤덤했어요. 남자고, 머리를 미는 것에 거부감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천사의 유혹'에 출연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캐스팅 제의를 받은 직후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 김동건이 가발을 써야한다는 사실에 조금은 당황했을 작가와 PD도 처음에는 고민했지만 흔쾌히 김동건과 함께 하기를 선택했다.
연기 열정이 더욱 불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런데 가발이 거슬린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을 만날 때마다 김동건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혹여 '천사의 유혹'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 가 조바심이 났다.
더욱이 원형탈모만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을 더욱 행복하게 느꼈을 것이란 안타까움이 그를 더욱 힘들 게 했다.
"탈모만 아니면 저 같은 신인에게 얼마나 좋은 기회에요. 좋은 작가님과 감독님 그리고 작품을 만났잖아요. 이제 열심히 연기만 하면 되는데…."
탤런트 김동건 ⓒ송희진 기자 songhj@ |
순간 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 가발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감당하기 힘든 심적 고통을 가져왔다. 다행히 '천사의 유혹' 출연진들은 그를 친 동생처럼 보듬어줬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한진희, 차화연 선생님께서 주축이 돼 다들 한 가족처럼 한 마음으로 움직여요. 또 소연이 누나나 배수빈 형도 스트레스 너무 받지 말라며 동생처럼 챙겨주세요. 다들 고마운 분들 뿐인데 제가 기운내야죠.(미소)"
이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곤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믿음직스런 배우가 되겠다며 약속의 말을 했다.
"연예인이 아니라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너무 판에 박힌 소리라고요? 저한텐 절실해요. 아시잖아요. 제 머리로 연기하는 게 얼마나 많은 부담이 되는지."
김동건은 그래도 "감사하다"고 했다. 지금은 힘든 순간들이 분명 그를 더 성장하게 만들 테니까.
"작품 처음 들어갈 때는 가발을 왜 썼는지 말할 수 없었지만, 이제 툭 털어놓으니 시원해요. 이제 작품에만 몰입할래요. 원형탈모 때문에 가발 쓴다고 미워하지 마시고,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