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방송가에 '국민MC'라 불리던 강호동과 유재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한 입담과 대중 친화력을 무기로 2009년을 뜨겁게 달군 MC들은 프로그램 곳곳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2009년 맹활약했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해준 이도 있고 여자로는 드물게 고군분투한 MC계 잔다르크도 있었다.
올 한해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유 있는 MC들을 살펴봤다.
먼저 '개그맨이 본업 맞냐?'는 의구심이 들 만큼 웃기지 않은 개그맨 이휘재. 이제는 개그맨보다 MC란 호칭이 잘 어울리는 이휘재가 가랑비에 옷 젖듯 조용히 방송가를 사로잡았다.
그가 웃기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오랜 방송 경험에서 나오는 연륜과 편안한 진행 실력이다. 이 능력은 MBC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를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이휘재는 MC 3인의 핵심멤버로 자리 잡아 매회 출연하는 게스트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과정을 통해 돋보이진 않지만 게스트들의 끼를 무대 위로 이끌어 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바람기 있는 남자'의 대명사였던 이미지를 웃음을 위한 요소로 적재적소에 사용하며, 고정 게스트인 이경실 선우용녀 등과 이를 소재로 거침없는 농을 주고받는다.
또 하나 그의 장점은 신구세대의 중간다리가 돼 준다는 점이다. 어른 세대에는 아들 같고, 젊은 1,20대 연예인들에게는 편안 형 같은 이미지가 MC로 자리 잡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세바퀴'에는 이휘재와 함께 2009년을 빛낸 2명의 MC가 더 있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MC로 활약 중인 박미선과 막말 개그의 원조인 개그맨 김구라다.
박미선은 올 한해 '줌마 전성시대'를 이끈 대표 인물로 아줌마 특유의 거침없는 입담과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개그맨 특유의 투철한 정신으로 각종 프로그램에 침투했다.
KBS 2TV '해피투게더'는 물론 '세바퀴' 그리고 최근 MC를 맡은 스토리온의 '친절한 미선씨'까지 여성 특유의 친화력으로 예능계 안방마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김구라의 선전도 눈부셨다. 과거 인터넷 방송을 통해 숱한 연예인들을 울린 탓에 그의 지상파 입성이 더욱 돋보인다. 현재 그는 SBS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과 '절친노트', MBC '일요일일요일 밤에', '세바퀴' 등 셀 수 없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한때는 같은 연예인이지만 연예인이 싫어하는 개그맨에 뽑히던 그가 어떻게 지상파 MC가 됐을까. 무엇보다 막말 논란도 정면 돌파하는 과감(?)함이 한 몫 했다.
자신이 욕설을 퍼붓던 가수 문희준을 '절친노트' 첫 게스트로 초대했으며, 함께 MC까지 보는 등 오히려 과거 이미지를 역이용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 '촌철살인'의 맛은 살리되 지상파에 맞는 언어 구사를 통해 지상파에 걸맞은 MC로 재탄생했다.
원조 국민MC인 신동엽의 활약도 꾸준했다. SBS가 MBC '선덕여왕'을 피하기 위해 월화드라마를 오후 9시에 편성하는 바람에 '신동엽의 300'이 '선덕여왕'과 붙게 됐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변함없는 진행 능력을 뽐냈다.
'300' 진행 중 방청객과 자유롭게 대화를 주고받아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이끌어 냈으며, 곤란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하는 20대 여성 관객이 "부모님이 보실까봐 말 못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이 시간에 '선덕여왕'을 보신다'라고 말해 웃음을 빵~ 터트리는 등 방송 곳곳 그의 뛰어난 재치가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