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남' 작가들 "예쁜 배우들로 순정만화 그렸다"①

[줌마총각 솔직 담백 ★직격 인터뷰]

김수진 문완식 기자 / 입력 : 2009.12.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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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은(오른쪽)-홍미란 작가 ⓒ송희진 기자 songhj@
"네가 날 좋아하는 걸 허락해준다."

지난 11월 26일 종영된 SBS '미남이시네요'(연출 홍성창)의 극중 대사다. '태경' 장근석이 '고미녀' 박신혜에게 사랑을 '허락'하는 말인 이 대사는 엉뚱함과 아이돌그룹의 리더다운 '허세'를 고루 갖춘 태경의 캐릭터를 100%반영,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홍자매' 홍정은(36), 홍미란(32)작가의 재치가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 드라마는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아이리스'와 맞불 경쟁을 펼치며 시청률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들의 전작인 MBC '환상의 커플', KBS '쾌걸춘향','쾌도홍길동', SBS '마이걸' 등에 뒤를 잇는 '홍자매표 드라마'로서는 손색없는 최고의 트렌디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현재 '미남이시네요'는 시즌2 제작을 요구하는 열혈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을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 이 드라마를 끝내고 드라마 프로모션차 대만 길에 오르는 홍자매 작가를 만났다. 서울 홍익대학교 인근 카페 '작업실'에서 만난 두 사람. 아줌마(김수진)-총각(문완식)기자가 쏟아내는 직격탄을 재치 넘치는 답변으로 여유 있게 받아 넘겼다.

-시즌 2 제작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줌마)


▶홍미란(이하=미란)=시즌2를 하기는 힘들 것 같다.

▶홍정은(이하=정은)=시즌2 제작요구는 이 드라마 게시판에서 좋아했던 시청자들만 하고 있다. 하하.

-시청자 실망이 크겠다. (총각)

▶미란=지금 당장은 다른 드라마가 잡혀 있어서 시즌2에 대한 아직은 하지 않고 있다.

-대진운 때문에 그런지 시청률은 그다지 나오지 않았다.(줌마)

▶미란=시청률은 드라마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잘 나왔으면 하는 부분인데 아쉽다. 드라마 끝나고 나서 배우들도 좋아하고, 다들 '좋았어요!'하니 잘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다들 드라마 끝나고 나서 행복하게 생각해서 만족스럽다.

▶정은=저도 같은 생각이다. 드라마 하면서도 재밌게 얘기를 했고 배우나 스태프, 제작사 모두, 적이 있으면 더 똘똘 뭉치듯이 더 똘똘 뭉쳐서 한 것 같다. 시청률이 잘 나왔으면 좋았겠지만(웃음). '쫑파티' 분위기가 지금까지 중 가장 좋았다. 분위기만으로는 시청률 50%를 넘은 분위기였다. 선물도 더 많이 들어오고(웃음).

-주부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줌마)

▶미란: 캐릭터가 사랑을 받으니까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이런 드라마 같은 경우는 예전에 순정만화 보는듯한 느낌이 나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멜로라인도 쉽기 때문에 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예쁘고 좋은 사람이 사랑하니까 보기에고 기분이 좋지 않나.

▶정은=다른 드라마면 주인공 하고 사귀고 싶은 캐릭터들이 많은데. 저희 드라마는 30, 40대 여자 분들이 좋아했던 것은 내가 고등학교나 대학교 다닐 때 첫사랑이나 순전 만화 보던 그 때의 설렌 감정을 떠올리는 것 같다. 이번 판타지는 보는이로 하여금 젊었을 때로 돌아간듯한 판타지를 준 것 같다. 제 또래 친구들은 예전 고등학교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줬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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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란 작가 ⓒ송희진 기자 songhj@
-'홍자매' 드라마를 보면 결핍된 느낌의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한다.(총각)

▶미란=그래야 일단 채워가는 느낌이 나지 않나. 너무 완벽하면 잃어가는 느낌이 들 텐데 우리 드라마는 결핍에서 시작해 채워가는 느낌을 주려고 한다. 태경의 부족한 것을 고미남이 채워주듯 말이다.

▶정은-불 같이 만나서 사랑을 해가는 드라마가 아니라, 저희는 생판 모르는 이상한 애들 둘이 만나서 사랑을 시작할 때 쯤 끝나는 이야기다. 그런 것을 관계로 보여 주다보니 처음에 이들의 모자란 부분이 부각돼 보이는 것 같다.

-'환상의 커플'의 나상실이나 이번 '미남'의 황태경도 그렇고, 배우의 재발견에 능하다.(줌마)

▶미란=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 대본을 쓰기 시작한 적은 없다. 저희 드라마는 드라마 초반부터 캐릭터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거기에 빨리 동화가 되는 편이다. 그래서 배우 자체가 드라마 등장인물처럼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정은=배우에 초점을 두고 대본을 쓴 적은 없다. 그 캐릭터에 배우가 빨리 동화가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만족스런 캐릭터가 있나.(총각)

▶미런=한 작품 끝나고 나면 다른 캐릭터들을 생각하기 힘들다. 전작이나 '미남'이나 다른 캐릭터를 생각을 할 수 없다.

▶정은=시작할 때는 보는 사람들이 다 (배우와 캐릭터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배우 때문에 홍자매 살았다' 이렇게 얘기한다. 시작과 끝날 때 반응이 다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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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고미남은 어떤 캐릭터였나.(총각)

▶미란=아이돌그룹에 들어가는 여자아이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남장여자가 아닌 걸 보여 주려고 했다.

미남이 부분은 굉장히 순수하게 보여주자고 잡고 갔다. 이제껏 보여줬던 캐릭터 중 가장 순수한 캐릭터다. 춘향이나 상실이 다 센 캐릭터였는데, 미남이는 다른 별에서 온 느낌을 주려했다. 아이돌의 세계란 것 자체가 판타지 공간이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는 이야기 또한 비현실적으로 그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미남이는 오로지 '사랑'으로 가기만 했다. 초반에는 미남이가 약간 생활력이 강해서 아이돌이 안하던 청소나 빨래를 시킬까도 했는데 오히려 다른 애들보다 더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가는 걸로 방향을 바꿨다.

▶정은=처음에는 수녀가 아닌 이상한 외국에서 온 걸로 설정했다. 그런데 외국 촬영이 제작비상 불가능하다고 했다(웃음). 어쨌거나 인물의 배경 자체를 색다른 곳에서 들어온다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저희가 말투자체도 공손하니, 평소에 쓰지 않는 말투로 설정했다. 처음에 군대식 '다나까'로 안했는데 신혜가 생각한 것 같다. 순종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그런 것 같다.

▶미란=신혜가 워낙 얼굴도 순하고, 사랑스럽게 연기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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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란 작가 ⓒ송희진 작가 songhj@
-마지막에 미남을 아프리카로 보낸 이유는?(총각)

▶정은=미남이와 친하신 수녀님이 우간다에 계시는 것으로 설명이 됐는데 편집됐다. 엔딩에서 어감도 그렇고.(웃음)

-장근석의 연기는 만족스러웠나?(총각)

▶미란=태경이는 워낙 센 캐릭터였는데 장근석이 잘 해줬다.

▶정은=처음에 태경의 캐릭터를 잡을 때 '남자 상실이'로 잡았다. 대사 쓸 때 어투가 약간 상실이 어투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이 보실 때 '베바'의 '강마에'라고 보신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대사를 약간 풀어줬다.

-태경의 극중 "네가 날 좋아하는 것을 허락해준다"는 인상이 깊이 남는다.(총각)

▶미란=캐릭터가 잡히면 대사 풀기가 쉬워진다.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캐릭터가 대사를 써 주는 것 같다.

▶정은=캐릭터가 잡히면 우리 둘이 작품과 관련해 말을 안 해도 이야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극이 흐르다 약간 흔들리면 서로 짚어주기도 한다. 장근석 씨에게 전화해서 '태경이 캐릭터는 캐릭터를 유지해야 한다. '고미남'이래야지 '미남아'이러면 안된다고 하면 잘 알아들었다. 영리한 배우였다.

-신우를 홀대했다는 소리도 있었다.(총각)

▶미란=여자가 3명이 아니라 1명이 나오기 때문에 누군가 하나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에서 신우의 역할은 시청자들이 신우를 좋아해서, 신우가 그렇게 아픈 것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이 아프게 만드는 그런 역할이다.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들어와 '어떻게 신우한테 그렇게 하나'이러면 이 캐릭터는 성공한 것이다.

-제르미(이홍기 분)는 너무 방정맞게 묘사된 것 같다.(총각)

▶미란=제르미 자체가 단순한 캐릭터였다. 원래는 단순 무식한 캐릭터였는데 이홍기 씨가 맡게 되면서 예쁘게 그려졌다. 저희가 이홍기 씨 팬이라서 보면서 더 좋아졌다.

▶정은=처음엔 근육도 있고 여자와 스캔들도 많은 '마초'같은 캐릭터였다(웃음). 사실 제르미 신이 편집과정에서 많이 잘렸다. DVD감독판에서 살릴 예정이다.

-'미남이시네요' 총평을 하면?(줌마)

▶정은=지금까지 한 5개 드라마 중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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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줌마)

▶미란=드라마하면서 다른 드라마 아이디어가 샘솟는다(웃음). 일하기 싫을 때 딴 생각이 많이 난다.

-자매가 함께 작업을 하는데 조율은 어떻게 하나?(줌마)

▶미란=우리는 몰입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쌓아서 이야기를 만든다는 느낌이다.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하자고는 안한다. 싫어하는 게 비슷하다. 서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 것은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는다. 가령 이야기가 잘 안나가니까 '미남이와 태경이가 자야겠다' 이런 얘기는 안 한다(웃음).

▶정은=저희 대본은 앉아서 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둘이 맥주를 마시다가 아이템이나 대사가 나오기도 하고 운전을 하다가도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같이 살아야 한다. 5년 정도 거의 24시간 붙어살았기 때문에 텔레파시 같은 게 통하는 것 같다(웃음). 가끔은 꿈도 같이 꿀 때가 있다. 운전하다 웃기는 애기하다가 웃는 지점도 똑 같다.

▶미란=다른 세상 얘기만 생각하니까 둘이 생각하는 부분도 비슷한 것 같다.

▶정은=자매니까 더욱 그런 면도 있고. 쟤가 죽으면 어떨까 걱정하는 게 쟤가 죽으면 나 혼자 대본을 어떻게 쓸까가 더 걱정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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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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