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무한도전'의 봅슬레이 특집, 벼농사 특집, 달력,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 |
MBC '무한도전'의 1년이 지나간다. 유재석과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전진, 길 등 '무한도전'의 일곱 남자들은 봅슬레이 썰매에 몸을 실었고, 벼농사를 지었으며, 가수로 무대에 섰고, 뉴욕의 요리사가 됐다. 2005년 '무모한 도전'에서 '무리한 도전'을 거쳐 '무한도전'이 된 프로그램의 역사처럼, 이들의 도전도 무모하고 무리한 시도에서 무한한 도전으로 진화했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프로젝트로 현실과 호흡하는 '무한도전'은 이미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를 시험 중이다. 일회적인 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전에 임하는 과정과 자세, 그 의미와 한계까지 야무지게 담는 것이 '무한도전' 스타일. 그 가운데서도 남다른 도전과 의미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순간들을 꼽아봤다.
◆그들도 울고 시청자도 울었다.. 봅슬레이 특집
지난 1월 방송된 '봅슬레이 특집'은 올 한해 '무도'의 시작을 감동으로 열었다. 국내에 경기장 조차 없어 일본으로 떠난 국가대표 선발전을 지원하러 나선 것. 한 해 전 9월부터 프로젝트를 준비한 '무도' 팀은 정식 선수로 등록까지 마치고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했다. 전진과 정형돈의 부상으로 마지막 썰매에 오른 것은 박명수, 정준하, 유재석 등 평균연령 39세들. 57초40의 기록으로 완주에 성공한 이들은 비록 국가대표 선발에는 실패했지만 도전의 참다운 의미를 일깨웠다. 지켜보던 정형돈과 전진도, 수백만 시청자들도 뜨거운 눈물을 함께 나눴다.
'무한도전'의 비인기종목 사랑은 일회성 도전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모자와 티셔츠 등을 팔아 수익금으로 선수들을 지원했고, 스폰서 구하기에도 힘을 보탰다. 생생한 리얼리티와 배꼽잡는 재미, 가슴 찡한 감동을 동시에 잡은 '봅슬레이 특집'은 지난 9월 제 36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 작품상부문 연예오락 TV부문상의 영예를 안았다.
◆웃음속에 숨은 뜻..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
경제살리기 특집, 자영업자 응원으로 진행된 '박명수의 기습공격' 이후 지난 6월 방송된 '여드름 브레이크'는 공들여 준비한 '무한도전'의 여름 특집으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배신과 반전을 거듭하는 예측불허의 스토리, 6명의 '빡빡이'가 등장한 볼거리도 물론 호평 받았지만 시청자들을 더욱 감동시킨 것은 그 속에 꼭꼭 숨겨놓은 사회적인 메시지였다. 연예인아파트, 남산시민아파트, 오쇠동 등 배경이 된 주요 공간이 철거 지역이었고, 돈 가방 300만원이 철거민의 이주금과 일치했다. 보물찾기 하듯 메시지를 찾아내면서 시청자들은 더욱 열광했다.
억지로 계몽하지 않고 속없이 웃기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슬쩍 의미를 담는 것은 '무한도전'의 특유의 어법이다. 최근 뉴욕 특집을 두고 일었던 일련의 논란을 두고 '미안하디 미안하다' 노래를 부르며 화답한 것이 그 예다.
◆노래하며 기부했더니 대박.. 듀엣가요제 특집
7월의 '무한도전'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기성 작곡가들과 인기 가수들이 참여한 '듀엣가요제'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와 모양새는 비슷했지만 완성도는 기성 가수 못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선보인 음원과 음반은 대박이 났고, 제작진은 앨범을 5만장 한정판매해 매진시키기에 이르렀다. 가요계가 바짝 긴장할 정도였다. 수익금을 모두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겠다는 약속과 신명나는 여름 노래에 시청자들이 공명했다. 신나게 웃고 즐기면서도 나눌 수 있다는 '무한도전'의 제안에 시청자들이 기꺼이 동참한 셈이다.
'무한도전' 측은 기꺼이 약속을 지켰다. 그 수익금은 어려운 가정 형편의 장학생을 위해 기부했고, 지난 연말 달력 판매 수익 일부와 함께 아프리카 구호 기금으로도 사용했다.
◆농사의 보람, 수확의 기쁨.. 벼농사 특집
'무한도전' 멤버들은 올 한해 농부로도 변신했다. 친환경 농법으로 수확한 쌀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기 위해서였다. 멤버들은 봄부터 땅을 고르고, 볍씨를 뿌려 모판을 만들고, 모내기를 하고, 김을 매고, 추수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멤버들의 땀방울이 흐르고 낱알은 점점 여물어갔다. 멤버들은 따로 촬영이 없는 날도 시간을 내 논을 찾아 돌볼 만큼 열의를 다했다.
친환경농법으로 수확한 쌀을 거두는 기쁨은 동료 연예인들도 함께했다. 김범, 카라, 에픽하이, 바다, 쥬얼리 등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입대하는 전진은 마지막 추수를 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기도 했다. 모내기에 함께한 2PM의 재범은 한국비하 논란으로 미국으로 떠난 뒤 촬영분이 전파를 타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도' 제작진은 수확한 쌀 100가마니를 약속대로 기부하는 한편, 일손을 거든 스타들에게도 전하는 넉넉한 인심을 과시했다. 시애틀의 재범을 위해서도 의미있는 쌀을 남겼다.
◆탈북 소녀복서의 키다리 아저씨로.. 복싱 특집
'무한도전'의 비인기 종목 사랑은 2007년의 스포츠댄스, 2008년의 체조, 육상, 레슬링과 여자핸드볼, 에어로빅, 2009년 초의 봅슬레이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1월에는 새터민 출신 소녀 복서 최현미 선수의 든든한 지원자로 '무한도전'이 나섰다.
WBA 여자 페더급 세계챔피언인 최현미 선수가 11월까지 2차 방어전을 치르지 못하면 타이틀을 뺏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무한도전'은 훈련비를 지원했고, 1500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큰 몫을 했다. 프로모터는 물론 경기 중계와 진행도 맡았다. 이들의 응원 속에 최현미 선수는 결국 타이틀을 지켜냈다. 복싱 특집은 아직 방송되지 않았다. 당시의 감동은 이제 브라운관을 통해 맛볼 차례다.
◆기부의 연례행사.. 달력 특집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무한도전'의 달력 만들기는 기부의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처음 본격 판매에 들어갔던 '무한도전' 달력은 무려 50만부가 팔려 5억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지난 4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올해 달력은 현재까지 무려 40만부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나 다름없는 달력 사진 촬영 미션을 지키겠다며 지난 10월 진짜 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6월 달력사진을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찍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결국 '무한도전'은 약속을 지켰고, 1주일 넘게 뉴욕에 머물며 '식객' 프로젝트, '악마는 구리다를 입는다' 특집, '느와르' 특집 등을 완성하는 등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을 소화했다. 뉴욕 전역을 도는 미션을 수행할 때는 공정무역(Fair trade)을 내세운 커피점 '씽크커피'를 찾아가는 섬세함으로 또 한 번 찬사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