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동안 이미지 변신?..인생 한방은 없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9.12.1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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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일 기자 eddie@


임수정, 앳된 얼굴이지만 이제 서른이다. 아직 시간은 그녀를 비켜간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 임수정이 자신에게만 허락된 시간을 잡아둘 수는 없는 법. 배우로서 임수정은 또 다른 도전이 필요했다. 23일 개봉하는 '전우치'(감독 최동훈, 제작 영화사집)는 마침 그녀에 필요한 작품이었다.

임수정은 '전우치'에서 철부지 과부와 배우를 꿈꾸는 스타일리스트, 그리고 팜므파탈 이렇게 세 가지 캐릭터를 선보였다. 깊이보단 넓이가 중요했다. 그녀는 이런 모습들을 "앞으로 임수정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예고편"이라고 했다.


사실 그녀는 아팠다.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혼자만이 알 수 있는 고독과 좌절이 '전우치' 촬영 내내 함께 했다. 현장에선 밝았다가 돌아서면 밀려오는 외로움에 밤을 지샜다. 그리고 일어섰다. 임수정이 앞으로 더 보여줄 게 많다며 자신하는 건 혼자만의 싸움에서 이겨냈기 때문이다. 임수정을 만났다.

-'행복' 이후 차기작을 '전우치'로 선택해 의외였다. '슈퍼맨' 여주인공처럼 보여질 수 있는 역이니깐.

▶나 스스로 그런 것을 하고 싶었다. 배우도 많이 나오고 캐릭터도 많고. 분량이 크든 적든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최동훈 감독님이 하지 않나.


-기자회견 때 기존 최동훈 감독 영화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다음 작품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분명히 최동훈 감독 전작과 다른 게 있다. 그게 장점이고. 하지만 난 속고 속이고 머리 쓰는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대놓고 캐스팅 좀 해주세요라고 한 것이다.(웃음)

-'전우치'에서 세 가지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임수정에 처음으로 섹시함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섹시하다는 소리 처음 듣는다.(웃음) 기쁘다. 짧게나마 세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처음이었다. 나 이런 면도 있어요, 라고 맛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다는. 뭐랄까, 앞으로 임수정이 어떻게 하겠다는 예고편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동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었단 뜻인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강박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언제까지 동안도 아닐테고 시간을 거스를 수도 없지 않나. 또 동안에 이런 이미지를 갖은 후배들이 속속 등장할테고. 어떻게 하면 임수정에 대해 대중과 언론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거부감없이 바꿀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전우치'는 그 결과물인가.

▶세상에 한방은 없다. 데뷔 이후 보낸 10년이 지금 나를 만들었다. '전우치'를 예고편으로 서서히 변하겠다는 뜻이다.

-벌써인지, 이제인지, 서른이다.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일적인 고민보다 사적인 고민이 더 많았다. 20대를 너무 일하면서도 보내다보니 어느 순간 개인적인 삶이 사라진 것 같다. 삶을 풍부하게 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전우치'에서도 그랬고 동적으로 변한 것 같기도 한데.

▶둘 다 나인 것 같다. 그동안 정적인 게 더 부각됐다. 스스로도 내 전부인 것처럼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안의 나를 알아가면서 동적인 나를 찾았다. 지금은 정적인 것을 잠시 접어두고 동적이고 싶다. 새로운 나를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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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일 기자 eddie@


-'전우치' 속 인물처럼 배우를 동경했나.

▶그렇다. 3년 정도 신인 배우 시절을 보냈다. 배우가 되길 열망했고 열정이 너무너무 풍부했었다. 지금도 너무 뜨거운데. 지금은 또 다른 나를 보여주고 싶다. 욕심쟁이가 된 것 같다.

-'전우치'에서 요괴로 인해 자신의 욕망을 눈뜬다. 지금 임수정은 욕망에 눈 뜬 상태인가.

▶지금이 그런 시기다. 더 거침없이 더 당당하게 나 자신에게 솔직하게 살고 싶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한 때 남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갇혀 산 것 같다. 매번 뭔가를 보여드리고 싶다. 그런 희망과 상상을 하고 있다.

-소지섭,비,강동원 등 전작에서 함께 한 상대들을 항상 도드라지게 하는 것 같은데.

▶상대를 도드라지게 하기만 한 것처럼 보였다면 또 그게 벽이라면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경험 끝에 생긴 것인가, 원래 그렇게 생각한 것인가.

▶원래 갖고 있었는데 늦게 깨달은 것 같다. 그래서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최근 1~2년 사이 그런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알게된 것이다.

-어떤 고민의 시간이었나.

▶극과 극의 많은 감정을 경험했다. 환경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남들은 잘 몰랐지만 약간의 슬럼프, 우울증, 좌절, 외로움 등을 느꼈다. 다시 폐쇄적이 됐고 외로움을 스스로 키웠다. '전우치' 현장에서 밝고 즐겁게 일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고독이 더 커졌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너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 시간이 나를 키워낸 것 같다.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그 시간이 소중했기 때문이다.

-배우란 직업이 즐겁나.

▶다시 즐거워졌다. 몰랐던 나를 알게 됐고. 배우는 영화 같은 직업이다. 그런데 난 극적인 삶을 살고 싶지 않다. 그래도 배우이기에 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 때문에 상처받지만 이제 O.K.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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