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 세븐…내년 주목할 가수들"③

2PM(왼쪽)과 싸이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홍봉진 기자 honggga@

2009년이 채 열흘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다사다난했던 올 해, 가요계도 조용할 날이 없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좋은 일 만이 아닌, 팬들을 가슴 아프게 한 사건들도 적지 않게 있었다. 연말을 맞아,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관명 부장과 길혜성 김지연 이수현 등 가요팀 기자들 그리고 대중문화평론가 강태규씨가 마주 앉아 올 한 해 가요계를 정리했다.

◇사건들로 본 올 가요계는?


▶강태규=올해 가요계 최고 사건은 아무래도 2PM 리더 재범 탈퇴가 아니었을까요. 가요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이슈를 낳았으니까요.

▶김지연=저도 재범의 탈퇴사건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인터넷의 무자비함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잖아요. 저희도 가끔 네티즌 반응 같은 걸로 기사 쓰는데 저희 스스로도 반성해야할 것 같아요.

▶길혜성=5인조 그룹인 동방신기 3인(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이 소속사와 전속권 문제를 놓고 벌인, 이른바 동방신기 사건도 만만치 않았죠. 이번 사안은 가수와 기획사 간의 전속권 부문에 대한 기존의 생각과 틀을 완전 바꿔 놓을 수도 있거든요.


▶강태규=동방신기 사건을 보고서 '법원에서 저렇게도 판단할 수 있구나' 했어요. 음악적 학습이 되어 있는 가수라면 전속 계약 없이 서포트의 개념으로 음반 1장당 계약을 할 수 있죠. 하지만 아이돌의 경우에는 옆에서 완전히 모든 걸 기획하고 준비해 나가야 생존이 가능하거든요.

▶강태규=동방신기의 경우는 분배 문제에서 잘 소통하지 못한 게, 소속사인 SM 측의 문제라면 문제라고 볼 수 있죠. 가수와 소속사 간에 불신이 생기면 소속사가 그런 걸 잘 정리해야 하는데 말이죠. 저희는 동방신기의 수입이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회사는 세부적으로 알고 있잖아요. 동방신기는 그런 내용에 대해 가감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 SM이 좀 신중해야 했지 않을까 생각해요. 상대가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그게 안 됐던 거죠.

◇풀어야 할 숙제로 본 올 가요계는?

▶길혜성=올해도 가요계는 풀어야할 숙제들은 여전히 많이 남겼죠. 산업적 측면에서는 이통사의 요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죠.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수익 분배 부분에서 가장 대우받아야할 창작자들에겐 여전히 적은 수익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내년이 되면 이동통신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테니, 요율 배분 문제도 다시 한 번 공론화될 거라 생각합니다. 구조적인 문제로는 거대 기획사들의 득세 현상을 들 수 있죠. 가수를 꿈꾸는 실력 있는 친구들이 거대 기획사만 계속 찾으니, 부익부빈익부는 강해질 확률이 높지만, 이럴 때 일수록 언론과 방송이 실력있는 가수들이 속한 중소 기획사 조명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해요. .

▶강태규=음반시장에서 음원시장으로 중심이 넘어 오면서 온라인이 거대시장이 됐어요. 그러면 온라인 관련 회사들이 각종 관계 자료들이 투명성 있게 공개해야할 필요가 있죠. 하지만 가장 큰 시장이 됐는데도 여전히 정확한 수치가 아닌 개념 정도로만 파악된다는 게 문제에요. 또한가요계가 비주얼에 의한 선정성에 치우쳤다는 점도 문제죠. 가요계는 음악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비주얼이 먼저 주목받는 환경이 조성돼 있잖아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온전한 음악이 나올 수 있는 출구가 봉쇄되는 거죠.

▶이수현=올 초만 하더라도 한국판 빌보드 차트, 한국판 그래미 어워즈를 만들겠단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연말이 됐지만 가시적인 결과가 나온 사업은 하나도 없어요. 연예제작자협회에서 '드림콘서트'도 올해는 다르게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난해와 비슷했죠.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후속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뒷심들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김지연=이제 가요계에는 아이돌만 남은 것 같아요. 쉬는 날 SBS '인기가요'를 보는데 100% 다 아이돌들이더라고요. 싱글과 미니음반의 폐단도 분명 있어요. 계속 듣고 싶어도 달랑 1곡 들어있는데 틀면 뭐하겠냐는 거죠. 사람들이 음반 듣는 게 낯설어지면서, 음반으로 듣던 사람들도 멀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이비는 한 번 틀면 계속 재생 버튼을 안 눌러도 될 정도의 곡이 들어 있잖아요. 아이돌과 비주얼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그렇게 계속 들을 음반은 사라지는 것 같아요.

▶강태규=그건 결국 음악을 어떻게 듣느냐는 문제에요. 요즘 대중들은 음악을 생산해내는 자의 사운드 그대로 듣는 게 아니에요. 휴대폰 등으로 음악을 듣게 되면 CD로 듣는 사운드의 풍성함이 쪼개지거든요. 그렇다면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의 의도대로 대중에게 전해지지 않는 거죠.

▶김관명=개인적으로 전 남 따라하기가 문제라고 봐요. 아이돌 열풍도 그렇고 후크송, 댄스 같은 게 히트 치면, 살아남기 위해 그렇겠지만 가요계가 전부 비슷해지잖아요. 그건 결국 공멸을 초래할 거에요. 가요 뿐 아니라 영화도 하나의 소재나 장르가 성공하면 비슷한 게 꼭 2, 3편씩 나오잖아요.

▶강태규=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트렌드를 역행하는 발상 자체를 구조적으로 할 수 없어요. 다 비슷한 음악으로 돈을 버니 따라가지 않을 수 없거든요.

◇새해에 가장 기대되는 가수는?

▶김지연=아웃사이더와 박지윤이에요. 새해에는 싱어송라이터나 음악적으로 역량 있는 솔로 가수들의 약진을 기대해봐요.

▶김관명=재범 합류를 전제로 한 2PM. 파괴력이 엄청날 것 같아요.

▶길혜성=국내에서는 여자 가수 중 이효리가 기대돼요. 서른 넘어서 댄스 음악을 하는 여자 가수가 거의 없는데 그 점에서 이효리는 한국대중음악사에 분명 획을 그었다고 생각해요. 노래 뿐 아니라 패션도 기대가 되고요. 남자 가수 중에서는 싸이죠. 프로듀서이기한 싸이는 여러 면에서 음악적 재능이 풍부하거든요. 미국에서는 원더걸스, 아시아권에서 SS501을 꼽고 싶네요. SS501은 아시아권에서 국내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인기가 훨씬 높은데, 내년에 잘 풀린다면 식어가는 한류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강태규=내년에는 뮤지션들이 좀 나올 것 같아요. 하반기엔 유희열, 이적, 김동률 등 90년대부터 오늘의 가요를 이끌어온 팀들이 활약할 듯해서 기대가 되죠.

▶이수현=저는 록그룹 마이앤트메리의 보컬인 정순용이 만드는 솔로 음반과 세븐의 새 음반이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