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의 고현정, KBS 2TV '아이리스'의 이병헌, 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김명민 |
고현정, 이병헌, 김명민….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올 한 해 뛰어난 활약으로 사랑받은 대표적인 톱스타라는 점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극중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한 이들의 죽음은 강렬한 잔상과 긴 여운을 시청자에게 안겼다.
고현정은 MBC '선덕여왕'을 통해 미실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창조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을 재조명하기 위해 제작진이 생각한 것은 주인공 못잖은 적을 만드는 것. 기꺼이 2인자를 맡은 고현정은 실존 논란까지 있는 미실을 생동감 넘치는 악녀로, 한 많은 여인으로, 냉철한 정치가로 그려냈다.
미실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엄숙한 죽음이었다. 스스로 왕이 되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 미실은 자신이 사랑한 나라를 위해 패배를 감내하기에 이른다. 스스로 독약을 마신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꼿꼿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시청자를 맞았다. 과연 그녀다웠다.
이병헌은 40% 가까운 시청률로 최근 종영한 KBS 2TV '아이리스'에서 NSS요원 김현준 역을 맡았다. '아이리스'는 2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자 남북이 대립하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이병헌은 이를 성공으로 이끌며 톱스타의 면모를 과시했다.
극중 김현준은 마지막에 의문의 죽음을 맞아 더 큰 여운을 남겼다. 연인과의 행복한 만남을 위해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 총격을 받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 의외의 결말에 시청자들은 허탈감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현준의 죽음으로 '아이리스2'에 대한 궁금증도 더 커졌다.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은 근육이 점점 퇴화되는 불치병 루게릭병 환자 백종우로 열연을 펼쳤다. 20kg 넘게 감량한 김명민은 그 자체로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이은 열연이었다.
종우의 죽음은 극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김명민은 아내로 분한 하지원의 오열 속에 끝내 감기지 않는 눈을 감았다. 관객의 눈물도 함께 터져나왔다. 김명민의 열연에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은 남우주연상으로 화답했다. 그의 첫 남우주연상 트로피였다.
22일 밤에는 MBC '선덕여왕'이 종영한다. 선덕여왕 말기의 가장 큰 반란 '비담의 난'이 벌어진 가운데, 이날 방송에서는 여왕 덕만(이요원 분)을 사무치게 연모했던 비담(김남길 분)의 죽음이 그려질 예정이다. 눈물을 머금고 비담을 버려야 했던 덕만이 대단원의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다. 그들 역시 죽어서 더욱 진한 아쉬움을 남길 올해의 스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