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드' 고수 "내 아픔의 80%는 사랑 탓"(인터뷰)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0.01.0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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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 ⓒ유동일 기자


4년.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잠깐만 떠나있어도 이내 잊혀 지기 쉬운 연기자들에게는, 그 시간은 영겁의 시간이다. 그러나 이 배우, 복귀하자마자 예의 강렬한 눈빛으로 추운 겨울 여심을 녹이고 있다. '행운아'랄까.


고수가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영화 '백야행'을 통해 헌신적인 사랑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던 그는, 브라운관에서는 또 다른 거친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수는 SBS 수목극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극본 이경희 연출 최문석)에서 극중 뭐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남이지만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사는 강진 역을 맡아 한예슬(지완 역)과 슬픈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둘의 엇갈리는 사랑에 겨울 밤 안방극장 시청자들은 설렌다.

폭설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7일 오후 고수를 만났다.


-2006년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이후 4년 만에 드라마 출연인데.

▶전개 속도가 빨라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지금은 적응돼서 괜찮다. 대본도 다른 드라마들과 달리 이르게 나와 혹독한 스케줄은 아니다. 감독님(최문석PD)이 '본방'은 꼭 볼 수 있도록 촬영 스케줄을 잡으신다(웃음).

-영화 '백야행'에서 출연이 드라마에도 도움이 된 건가.

▶'백야행' 때는 현장모니터가 가능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알다시피 여건상 그렇게 못한다. 그래서 편집실을 다니면서 본다. 복귀작이라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내 연기가 어떻게 보일지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모니터링을 안했던 거 같다. 최근에 많이 해보니 확실히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강진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나.

▶감정 소비가 많은 극적 역할을 맡았는데 초반부터 그런 게 많았다. 어른이 돼서 지완과 재회했을 때의 감정, 사랑하지만 사랑하면 안 되는 상황 등 초반부터 많아 힘들었다. 현장에서도 감독과 스태프들이 매번 엔딩 신 찍는 거 같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그게 멜로드라마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니까 마음이 아리고 사랑이 이뤄질까 말까 하는 게 정통 멜로의 묘미라고 본다. 초반엔 그렇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서 예전보다 연기할 때 감정 잡기가 쉬운 편이다.

-연기하기는 힘들지만 그러한 강진이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

▶글쎄..현실에는 존재하기 힘들겠지만 강진은 내가 보기에도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드라마는 많은 이들에게 환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드라마 끝나고도 생각이 날 수 있는 캐릭터가 됐으면 한다.

-현실의 고수는 어떤가.

▶제가 많이 강진에게 배운다. 일과 사랑에 임하는 자세나 부모님에게 하는 모습이나. 지금까지 그렇게 캐릭터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강진과 비슷한 면도 없지 않아 있고.

-강진이 사랑받는 건 고수의 절절한 눈빛 때문이라고들 한다. 현실에서도 극중 지완과의 사랑처럼 아픈 사랑을 해봤나.

▶작품에서는 캐릭터가 존재 하지만 표현은 연기자의 몫이다. 연기자의 색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절절한 사랑은 해봤다는 얘긴가.

▶사랑은 좋은 거다. 상처를 주지만 약이 될 수 있다. 내 아픔의 80%는 사랑에 대한 아픔이다. 하지만 사랑의 경험만이 화면에서 보여 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여러 가지 나의 경험과 생각이 표현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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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 ⓒ유동일 기자


-아픈 사랑을 많이 해봤나.

▶ 많지는 않고 서너 번 정도? 그때는 절실하게 사랑했다. 사람은 다르지만 같은 아픔이 반복됐다. 사랑하는 이에게 헌신적일 때도 있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을 때는 잘해주지 못한 거 같다. 올해는 사랑을 하고 싶다.

-사랑에 아픔이 적지 않은데 결혼 생각은 해본 적 없나.

▶ 혼자 있으면서 느끼고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혼자 있으면 희로애락의 폭이 좁아지는 거 같다. 나중에 가정을 만들면 인간으로서도 그렇고 보다 큰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직은 그러나 혼자 할 일이 많은 거 같다. 지금은 일단 일을 해야 될 때다.

-이상형이 있나.

▶예전에는 외모를 많이 봤다. 그런데 갈수록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신경 쓰이 게 됐다. 요즘 들어서는 착하고 자기 일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섹시하다. 그런 여성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백야행'의 손예진이나 '크리스마스..'의 한예슬이나 복귀하자마자 미녀들과 함께 연기하는 행운을 누렸다.

▶많은 남자 분들이 시기하니 머쓱하다. 그분들이 봤을 때 난 '행운남'이다. 연기 잘하는 손예진씨는 딱 '좋았다'는 느낌이다. 예진씨는 예쁘면서도 멋진 배우다. 한예슬씨는 착하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다. 성격도 밝고. 두 분과 연기하면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끼고 있다. 즐겁고 감사하게 일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지완과 우정(선우선 분)은 어떤가.

▶실제 선우누나는 좋은데 우정 스타일은 글쎄..실제로는 지완 쪽이 더 끌린다.

-강진과 지완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아직 결말은 모르겠지만, 멜로드라마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한다. 과정이 재미있다. 재미가 슬픔으로 올 때도 기쁨으로 올 때도 있고. 둘이 힘들수록 즐겁지 않을까.

-이경희 작가나 최문석PD는 강진 연기에 어떻게 평하는지.

▶감독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가시는 편이다. 따로 연기에 대해 지시하거나 그러시지는 않는다. 연극하듯이 연기자 스스로가 연기하면 거기 맞춰서 찍는 스타일이시다. 감독님은 컷이 끝나면 '좋아'라고 말해주신다. 작가님은 '힘내라'고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시다.

-'추노'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

▶어제 '크리스마스..'를 보느라 '추노'를 보지는 못했다. 장르의 차이도 있고 시청자들도 취향에 맞게 보시니까 서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기자가 '추노'때문에 '크리스마스..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하자) 오늘은 다시 우리 드라마 보실 거라 믿는다(웃음).

-차기작에 대한 생각은?

▶아직 작품을 정하지는 않았다. 예전보다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작품을 많이 하면서 실력을 쌓고 싶다.

-배우로서의 고수가 생각하는 '배우 고수'는 어떤 단계에 와 있나?

▶내가 생각하는 '배우'는 너무 거대한 이상향이라 '배우'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40, 50년 지나서도 시청자들이나 보는 분들에게 신뢰감이 드는 연기를 하고 싶다. 요즘 들어 예전 70,80년대 기사를 보고는 하는데 지금과 별로 차이가 없는 거 같다. 연기자로서의 삶도 지금 이 시기의 연기자의 삶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연기자의 굴레'에 나도 들어가는 건가하는 생각도 든다. 하루하루 살다보면 이순재 선생님이나 나문희 선생님 같은 대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배우로서의 고수는 이제 '영점'(零點)에 겨우 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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