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가장 오래한 배우로 기네스북 가능"(인터뷰)

김건우 기자 / 입력 : 2010.01.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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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 ⓒ 유동일 기자 eddie@


배우 안성기는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굿다운로더 공동위원장 등 영화계의 굵직한 일을 도맡아 하고 영화 행사에는 빠지는 법이 없다. 또 배우로서 연기를 쉬지 않고 매년 한 작품씩을 하는 열정도 가졌다.

안성기는 새해를 영화 '페어 러브'에서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형만으로 시작했다. 26살 나이차이가 나는 친구의 딸과의 사랑. 낯설지만 잔잔한 사랑에 관객들은 공감한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고 나이 차이도 없는 거지"라며 다가온 사랑에 망설이는 형만의 모습에는 '기쁜 우리 젊은 날' '라디오스타' 등에 보여준 어수룩한 모습이 담겨 있다.

안성기는 "'페어 러브'는 성인이 된 후 82번째 작품이다. 형만과 실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사람냄새 나는 영화라는 점이 끌렸다"고 말했다. 충무로의 큰 어른 안성기를 만나 영화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페어 러브'는 오랜 기간 기다렸다고 들었다.


▶'페어 러브'만 놓고 다른 작품은 안 해라는 마음은 아니었다. 이 작품이 촬영에 들어가면 언제든지 달려가겠다고 했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미있고 훈훈했다. 또 마지막 신이 여운이 있으면 생각을 나게 했다. 요즘 영화들은 이러한 부분들이 많이 잊어져 가는데, 새로운 느낌과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였다.

-출연작 중 유일하게 전 회차에 참여한 영화라고 들었다.

▶이번 작품이 성인이 된 뒤 82번째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극중 조카의 회상장면이 나오는 신을 찍는 날에도 밤에는 내가 출연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도 98% 가까이 등장한다.

-형만 캐릭터는 '기쁜 우리 젊은 날' '라디오 스타' 등 과거에 연기했던 캐릭터와 닮은 점이 많다.

▶형만은 평생 카메라를 고치는 일만 해온 사람이다. 일의 집중도에 있어 공감이 갔다. 대사 톤이 늘어지거나 기름지지 못한 것들이 실제 나와 많이 닮았다. 아무 생각 없이 다가가자. 나의 모습 안에 놀아보자 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서투른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저도 영화만 몇 십 년을 해오지 않았나.

- 젊은 여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것은 2002년 '피아노 치는 대통령'의 최지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어땠는지.

▶이하나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은 배우다. 저는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장면도 다시 한 번만 찍자고 할 정도였다. 조금이라도 감정 표현을 더 하려는 좋은 욕심을 가졌다. 젊은 연기자와 호흡이라 해서 크게 다른 것은 없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배우들과 연기가 새롭겠다는 것보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게 무엇이냐가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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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 ⓒ 유동일 기자 eddie@


-다작을 하지 않는 배우로 잘 알려져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다작을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한 번에 3~4편의 작품을 찍었다. 물론 그때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컸다. 하지만 작품을 위한 충분한 준비시간이 없어 좋은 작품을 찍을 수 없단 생각이 들었다. 요즘에는 1년에 1편을 찍는 게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한 편만 집중해 촬영하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다. 영화 행사에 빠지지 않는데. 이유가 있는지.

▶정말 촬영이 없는 날에는 갈 곳도 많고 부르는 곳도 많다. 물론 저만의 시간도 갖고 싶다. 하지만 주위에서 갑자기 행사에 참석 안한다면 무슨 일이 있냐며 이상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특강 등 미리 약속을 잡는 것에 부담감이 많다. 그래도 지금까지 링거 한 번 맞은 적이 없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더 많은 다양한 제의가 있을 것 같다.

▶현재도 제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더 이상은 못한다고 버티는 편이다(웃음). 지난해 '굿다운로더' 캠페인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하지 않는다. 또 스스로 행정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산을 고민하는 등 저와 잘 안 맞는다.

-다양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꾸준히 한다.

▶배우를 해나가는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계의 현안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하는 거다. 그 일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연관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웃음).

-더 오랜 시간 연기를 한다면 기네스북에 오르지 않겠나.

▶아마도 가장 오랜 기간 연기를 한 배우로는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많은 작품을 한 기록은 500편 넘게 출연한 신성일 선배가 있기 때문에 힘들다.

-'굿다운로더' 위원장을 맡은 것은 의외였다.

▶영화계의 현안이기 때문에 누가 해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 '굿다운로더'가 잘 돼야 2차 부가시장이 살아나고 활기 있게 돌아가지 않겠나. 그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했기 때문에 나섰다.

-덕분에 '굿다운로더'에 대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지난해 '해운대' 불법유출 사건 이후에 관객들이 불법 다운로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같다. 점점 인식이 전환돼서 합법 사이트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가길 바란다. 다운로드 가격도 현실화 돼야 한다.

-하지만 영화계의 현실에서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도 빠질 수 없지 않을까.

▶물론 배우들의 출연료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 분야와 비교를 했을 때 1년에 영화 1편을 한 배우의 연봉이 5~6억이라는 것은 차이가 있다. 절대 액수는 크지만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다.

-결국 현재 영화계는 규모가 큰 영화들만 살아남는 것 같다. 가령 '페어러브'도 작은 영화로 취급된다.

▶왜 작은 영화로 취급받게 됐는지 모르겠다. 배급을 조금 더 크게 했으면 큰 느낌이 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쉽다.

-취미가 골프로 알고 있는데.

▶골프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렇게도 쳐보고 저렇게도 쳐보고. 운동도 되고 재미도 있다. 운동을 통해 몸이 가벼워야 일이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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