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성동일 한정수 조성일 데니안 안석환 이한위. |
그 옛날 동탁이 있었고, 이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18제후가 모였었다.
후장군 원술, 기주목 한복, 예주자사 공주, 연주자사 유대, 하내태수 왕광, 발해태수 원소, 진류태수 장막, 동군태수 교모, 산양태수 원유, 제북상 포신, 광릉태수 장초, 장사태수 손견, 북해태수 공융, 서주자사 도겸, 서량태수 마등, 북평태수 공손찬, 상당태수 장양, 그리고 이들을 격문한 조조. 이들의 말발굽에선 서슬퍼런 먼지가 휘날렸다.
3회만에 26%라는 시청률 하이킥을 기록한 KBS 수목극 '추노'가 딱 이 18제후 분위기다. 드라마 메인이야 조선 최고의 추노꾼 '대길'(장혁)과 관노로 전락한 옛 장교 '태하'(오지호)지만, 눈이 쫓기에 바쁘고 숨이 따르기에 벅찰 정도로 '추노'에는 기막힌 조연들이 대거 나온다.
성동일 한정수 공형진 조진웅 윤문식 김지석 이한위 데니안 이종혁 김응수 조성일 안석환..남자 배우들만 따져도 이렇다. 이들이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지난 13일 제3회가 방송된 현재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추노꾼 '천지호' 역의 성동일이다. 대길(장혁)이 표범인 줄도 모르고 키운 죄값(?)을 톡톡히 치르며 이빨을 갈고 있는 천지호로 성동일은 마침내 제 옷을 입었다. 느린 듯 흐느적거리는 말투, 검고 누렇고 필히 대부분은 썩었을 이빨, 퀭한 눈동자. 그러면서도 쾌도난마로 사람 목숨 눈 깜빡할 새로 해치우는 그 잔인, 과격, 폭주, 공갈, 협박. '국가대표'의 그 훈남 코치 모습은 이미 오간 데 없다.
대길 패밀리의 든든한 심복 '최장군' 한정수는 또 어떤가. 짐승남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 미끈한 몸매와 단아한 외모는 오히려 초콜릿 복근의 장혁을 능가한다. 여기에 추노패 브레인이라 할 명석한 두뇌와 귀에 달라붙는 명품 목소리까지. 그래서 여성 시청자뿐만 아니라 남성들까지, 큰주모 조미령과 작은주모 윤주희가 시도때도 없이 최장군을 향해 날리는 요염한 눈빛과 추파,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심으로 인정한다. 그는 조선시대에 태어난 영화 '300'의 제라드 버틀러다.
자칭 조선 최고의 포수라는 '업복이' 공형진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업복이는 추노꾼 대길에게 잡혀 뺨에 도망노비 낙인이 찍힌 인물. 해서 3회에서는 느릿느릿 내공 있는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원수' 대길에게 총 한 방을 정확히 날렸다. 이처럼 원한과 독기 가득한 업복이지만, 비슷한 인생 살 게 뻔한 초복이(민지아)한테는 손도 제대로 못잡는 순정-소심남이렷다.
이밖에 요즘 건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능구렁이처럼 협박 잘하는 천지호 앞에서 사족을 못 쓴 '방화백' 안석환과 힘없이 노회한 '마의' 윤문식 콤비도 '추노'의 대표 조연들. 또한 '국가대표'의 코믹-열혈 해설자로 이름을 날린 조진웅은 태하가 있던 훈련원 최고의 고수 '곽한섬'으로 열연했다.
이밖에 태하와 동기생으로 만년 2인자의 한을 품은 '황철웅' 이종혁의 보기만 해도 서늘해지는 표정연기도 압권. 뇌물을 건넨 천지호에게 입이 함지박만해진 '비리 포교' 이한위의 코믹연기도 빼놓으면 섭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