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외화가 한국영화시장에서 대박 관객을 동원하기 시작한 흥행 원년으로 기억될 듯하다. SF 재난 블록버스터 '2012'가 500만을 훌쩍 넘었고, 여름 개봉했던 '트랜스포머' 시리즈 2탄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이 전작을 넘어 743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연말 극장가를 강타, 2010년 초까지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아바타'는 외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일 개봉한 '아바타'는 19일 하루 동안 10만 명의 관객을 모아 누적관객 946만 명을 기록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주말께 10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된다.
'아바타'의 1000만 돌파는 국내 개봉 외화 사상 첫번째이자 전체적으로는 6번째 기록이다. 현재까지 1000만 신화를 달성한 '괴물'(1301만), '왕의 남자'(1230만),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 '해운대'(1140만), '실미도'(1108만) 등 5편의 영화는 모두 한국영화였다.
'아바타'의 1000만 돌파를 앞두고 국내 외화 흥행 톱 10을 꼽아봤다. 국내 영화시장은 지금껏 외화에 비해 한국영화가 큰 강세를 보였다. 배급사 집계, 통합전산망 집계로 500만 관객을 돌파한 외화는 '아바타'를 포함해 총 7편에 불과하다.
현재 2위는 로봇 액션의 진수를 선보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2009)으로 743만 관객을 모았다. 3위는 시리즈의 전작 '트랜스포머'(2007)로 742만 관객을 모았다.
'트랜스포머' 개봉 전까지 4년간 외화 흥행 1위 자리를 지켰던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2003)이 596만 명으로 4위. SF 재난 블록버스터 '2012'(2009), 톰 크루즈 주연의 첩보 액션물 '미션 임파서블3'(2006),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2002) 등 세 편의 작품이 54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아 그 뒤를 잇고 있다.
장르별로는 한국에서 흥행으로 성공한 외화는 SF의 강세가 눈에 띈다. 흥행 1∼3위에 오른 3편의 작품이 로봇 액션과 3D 등 혁신적인 비주얼을 선보인 SF물이다. 이들 작품에서 보듯 액션이 가미될 때 SF의 위력은 더욱 커진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으로 관심을 확대하면 그 경향은 더욱 더욱 두드러진다. '스파이더맨3'(2007, 467만), '터미네이터:미래 전쟁의 시작'(2009, 452만), '아이언맨'(2008, 431만), '다크 나이트'(2008, 408만) 등 SF 액션물이 한국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SF에 이어서는 특수효과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액션 어드벤처물이 흥행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비롯해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2007, 458만),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433만), '인디아나 존스4: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 413만), '미이라3:황제의 무덤'(2008, 411만) 등이 흥행에서 성공했다.
앞서 거론한 SF와 액션 어드벤처는 영화 1편에 1억∼2억 달러를 쏟아 붓는 막강한 할리우드의 자본력이 힘을 발하는 장르라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할 부분. 2007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전격 타결된 가운데 스크린쿼터제도 상영일수가 73일로 줄어든 이후 외화 흥행작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