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결여', 예쁜데 못생겼다고 혼자 우긴 죄

김관명 기자 / 입력 : 2010.01.2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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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아결여'의 박진희, '장밋빛인생'의 최진실


MBC 야심작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극본 김인영 연출 김민식, 이하 아결여)가 지난 20일 첫방송에서 5.5%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보였다.

이날 30.8%를 기록한 동시간대 경쟁작 KBS '추노'의 기세에 밀린 탓도 크지만, '아결여'의 이같은 불안한 출발은 아주 단순한 지점에서 빚어진 '설득력' 부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극중에서 남자들이건 여자들이건 서른 넷 방송사 여기자 신영(박진희)에게 툭툭 내뱉는다. "왜 오빠가 당신 같은 동갑내기 노처녀에 촌스러운 여자랑 사귀겠어요?" "넌 경쟁력이 뭐냐? 나이도 많고 못생기고.."

나이와 외모만으로 평가하는 일종의 막말에 가까운 '루저' 취급인데, 문제는 박진희가 분한 신영의 어느 모습을 보나 시청자 입장에선 이같은 비난을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

극중 신영은 방송사 메인 9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주목받는 여기자에, 큰 눈에 오똑한 코, 도툼한 입술, 여기에 패션 감각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시청자 입장에서 신영은(그리고 이 역을 맡은 박진희는) 당당한 '위너'다.


또한 특별출연한 조한선이 왜 다이아 반지로 프로포즈까지 한 신영을 버리고, 그리고 잘 나가는 동시통역사 정다정(엄지원 분)을 버리면서까지 나이 어리고 버릇없고 주책맞은 어린 여성을 택했느냐는 것도 의문스럽다.(하긴 엄지원이 5번 만났던 의사는 유자차가 부담스러워 도망갔다고 했다)

이쯤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장밋빛 인생' '조강지처클럽' '굳세어라 금순아'를 떠올려보시라. 이 작품들이 특히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못난' 여주인공들의 설득력과 공감 덕분이었다.

극중 노처녀 김삼순 역을 맡은 김선아는 나이와 캐릭터에 맞게 뚱뚱했고 걸걸했으며, 말투 또한 능글맞은데다 모나기까지 했다. 이를 위해 김선아는 체중까지 불렸고 이를 빼느라 수년간 고생했다.

'장밋빛 인생'에서 젊은 시절 남편 뒷바라지에 구질구질한 일상만 남은 최진실은 뽀글파마에 뿔테 안경에 헌 속옷을 걸쳐 입고 "내 이름은 맹순이"를 외쳤다. 또한 나금순 역을 맡은 한혜진도 미용실에 입사하기 전까지 촌스러운 뽀글파마로 자신의 불우하고 못난 처지를 강렬히 상징했다.

이러한 '변장'이 얼마나 잘됐는지, 그 메이크업과 스타일이 얼마나 정교했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최소한 이 같은 설정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 이 캐릭터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어떤 처지에 있는지 단박에 알아챌 정도로 요즘 시청자들은 아량과 이해심이 넓으니까. 그래서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가 점 하나 찍고 다른 인물이라 우겨도 시청자들은 받아들인 것 아닌가.

노희경식 표현을 빌리자면 극중 신영에 대해 홀로 못생겼다고 우기는 '아결여', 모두 유죄. 엄지원이 물벼락을 맞고, 굳지도 않은 아스팔트 바닥에 철퍼덕 넘어지고, 박진희가 보기좋게 남자에게 차이거나 머리를 질끈 묶는 정도로는 안 된다. 그러기엔 전편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안긴 인상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사실, 극중 서른 넷 싱글들이 이처럼 애써 망가지고 손가락질 받을 필요가 있나? '아결여'가 보여주고자 하는 건 이게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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