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애인이 실제 연인으로? 문제는 '불륜'

[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김태은 이슈팀장 / 입력 : 2010.01.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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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일·엄앵란이 출연했던 1964년작 '동백아가씨' 포스터
어느 영화에서 애절한 사랑을 연기한 배우 A와 B가 열애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들은 영화 촬영이 끝난 후에도 식지 않는 감정으로 시내 모처에서 종종 만났다고 한다. 사실인지, 루머인지, 확인된 바는 전혀 없다.

실상을 파헤치려는 미디어의 움직임도 잠잠하기만 하다. 둘 중 한 명이 기혼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남녀관계는 보고도 못 본 척 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는 명분이다. 또 다른 영화에 함께 출연, 열애설의 주인공이 된 남녀배우의 매니저가 “한 번 잔게 사귀는거냐”고 따져물어 스캔들을 잠재웠다는 뜬소문도 있다.


아무리 픽션이지만, 몰입해 연기하다보면 진짜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불륜’ 옹호가 아니다. 연기하는 동안 고조된 강렬한 감정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할 따름이다.

그러나 남녀가 모두 미혼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세기의 커플로 통하는 신성일·엄앵란 부부의 케이스가 보기다. 신성일은 “1964년 ‘동백아가씨’를 찍으러 갔다가 호텔 창문을 통해 엄앵란씨 방에 침입한 것이 결정적이었지”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장기간 같은 곳에서 숙식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으로 ‘커밍아웃’하는 커플도 있다. 1989년 히트 드라마 ‘사랑의 굴레’에 출연한 고두심은 솔직했다. 그해 KBS 연기대상을 따내기도 한 고두심은 “상대방에게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드라마 스페셜 프로그램에 나와 진행자가 “애정연기를 하다보면 상대역에게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느냐”는 요지의 질문을 했을 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인 연기를 한 후 실제 애인관계로 발전하거나 부부로 맺어지는 커플이 드물지 않다. 팬들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커플은 더 많다. 헤어지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예전의 스캔들을 인정하는 연예인들이 일종의 증거다.

잘생기고 매력이 넘치는 남녀가 키스신, 베드신 등을 벌이면서 애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 절제하는 능력이 있기에 프로페셔널이다.

감정을 무 자르듯 끊어버릴 수는 없다. 그저 흘러가기를, 무뎌지기를 기다릴 뿐이다. 연예인들의 연애를 놓고 ‘일반인’의 잣대로 손가락질할 이유는 없다. ‘그들만의 세상’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물론, 남들에게 보여주는 삶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연예인이라면 현실감각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극중 상대배우와 애인이 됐다가 갈라선 뒤 “작품속 인물과 사랑에 빠졌던 것 같다”는 어느 여배우의 고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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