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런 출발, 휘황한 아우라...스테디 스타들

[김태은 기자의 룩&워치]

김태은 이슈팀장 / 입력 : 2010.0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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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버트 그레이프'에 출연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영 어게인'에 출연한 키애누 리브스
강산이 두 번 바뀌어도 변함없이 톱스타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타이타닉’에서 “나는 세상의 왕이다”라고 외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36), 여전히 전성기다. 2013년까지 30개 이상의 작품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완연한 중년인 키애누 리브스(46)도 20여년 전과 다름 없는 용모로 ‘불사의 존재’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고대와 중세를 넘어온 불멸의 드라큘라 같은 존재라고 주장하는 해외 영상마저 나돌았을 정도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신인시절은 있었다. 될성부른나무로 ‘찍은’ 신예가 스타덤에 올랐을 때의 흐뭇함, 그것이 ‘팬심’인가보다. 함께 영화를 보러다니던 친구에게 핀잔을 들으면서도 좋아한 디캐프리오와 리브스다. 떡잎 단계에서 이미 스크린을 장악하는 매력은 나를 ‘예언가’로 만들었다.

디캐프리오와 처음 마주한 영화가 ‘길버트 그레이프’(1993)다. ‘섹시남’ 조니 뎁(47)은 타이틀롤을 맡은 이 영화에서 미국의 시골동네 식료품가게 점원을 연기했다. 남편이 목을 매달아 자살한 충격으로 몸무게가 200㎏이 넘어버린 어머니, 정신연령이 어린이 수준인 17세 동생 어니, 골칫거리 누나와 여동생 등이 나온다.

디캐프리오는 어니였다. 고래 같은 어머니 품에 파묻혀 어리광을 부리는 금발 소년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틈만 나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말썽을 피우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생기발랄하게 보여줬다. 침을 질질 흘리는 ‘저능아’에게 반한 나에게 친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후 그는 무섭게 성장했다. ‘로미오와 줄리엣’(1996), ‘타이타닉’(1997) 등을 거치며 순식간에 세계적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여년이 흐르면서 여릿여릿 미소년이 중후한 남자로 늙었지만 특A급 스타라는 사실은 요지부동이다.

리브스는 시간여행이 소재인 ‘엑셀런트 어드벤처’(1989)라는 코미디 SF로 처음 대했다. 20대 중반 큰 키의 리브스가 장난꾸러기 고교생을 연기하는 모습이 어리벙벙해 보이기는 했지만, 동서양의 장점을 모두 지닌 마스크에 혹했다. 물론, 친구는 역시 “멍청한 꺽다리”라고 야유했다.

리브스는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 속으로’(1991), ‘아이다호’(1991) 등의 영화에 연이어 출연하며 스타가 됐다. 하와이안과 중국계가 섞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리브스는 검은머리의 시크함으로 여성팬들을 사로잡았다. ‘드라큘라’(1992), ‘스피드’(1994), ‘매트릭스’(1999) 시리즈 같은 히트작뿐 아니라 ‘리틀부다’(1993), ‘코드명J’(1995), ‘구름속의 산책’(1995), ‘데블스 에드버킷’(1998), ‘콘스탄틴’(2005)등을 꾸준히 챙겨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인터넷시대가 도래했다. 동시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1980년대에 TV로 보며 눈도장을 찍은 그 미소년이 이 리브스였던 것이다. 당시에는 국내 제작 콘텐츠가 부족했다. 미국 ‘디즈니 가족극장’류의 TV영화나 외화시리즈가 많았다. ‘영 어게인’(1986)도 그 중 하나다. 40세 남자가 자신의 바람대로 17세로 돌아갔다가 과부가 된 첫사랑과 재회, 고민하는 판타지다. 다시 열일곱살이 된 남자주인공이 리브스였다.

엔딩 크레디트조차 제대로 올리지 않던 그 무렵의 지상파TV 시스템으로는 이 미소년의 정체를 파악하기란 불가능이었다. 잘생긴 무명배우의 잔영은 오래 남았고, 21세기 들어 인터넷을 서핑하다 그가 리브스였음을 알았을 때의 반가움이란….

정열과 세월은 반비례한다. 웬만한 스타를 봐도 별다른 감흥은 없다. 단, 이 둘 만큼은 예외다. 청춘의 고비고비를 추억하게 하며 함께 나이들어간다는 사실 때문일지 모른다. 개인 혹은 팬에게 ‘스테디스타’란 이런 의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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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런트 어드벤처'에서 키애누 리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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