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것 같다. 보통 체격에 네모진 턱, 뿔테 안경을 낀 그는 지극히 평범했다. 옥동자나 조원석처럼 "참 웃기게 생겼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얼굴이다. 오늘 인터뷰한다고 나름 엣지 있는 블랙 패션까지 선보였지만, 세련된 의상도 평범함으로 둔갑시키는 재주가 그에게는 있는 듯하다.
"나 닮은 사람이 전국에 1000명은 되나보다. 사실 동네에서 볼 만한 얼굴이다. 평범한 얼굴에 뿔테 안경만 쓰면 딱 나다."
함께 간 스태프에게 실험해 본 결과 박휘순 따라잡기는 어렵진 않아보였다. 그저 평범한 얼굴이면 됐다.
이를 본 박휘순의 한 마디에 캠핑카 안이 뻥 터졌다. "그래도 내가 아름다울 휘에 순할 순자 쓰는데. 아름답게 순해라."
그의 평범한 외모 이야기는 계속 이어갔다. 그는 평범한 얼굴 덕분에 길거리 캐스팅에도 성공했다고 했다.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이라고 있는데 홍대를 걸어가다가 감독한테 캐스팅됐다. 백수 역할로 딱 이라고 하더라."
그 후로 백수, 고시생, 체육선생님 등의 단골 배역을 맡았다고. "사실 옆집 백수 오빠 같은 느낌이 나에게 있나보다. 선배들이나 동료들은 그게 친근함이라고 하더라. 평범하게 생긴 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하하."
그래서인지 박휘순은 메이크업을 안 하면 사진을 잘 안 찍는다고 그의 매니저는 귀띔했다.
"잘 못 알아보거든요. 연예인 대접이 받고 싶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데 문득 무슨 말을 해도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박휘순을 발견했다. "원래 연예인이 다양한 표정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표정이 어떤 것을 해도 똑같다. 일반 분들이 카메라 앞에 서면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하는데 내가 그런 편인 것 같다."
"일반인 마인드? 그런데 어떻게 연예인을 하게 됐나.(기자)" "나도 스타 기질이 있었던 때가 있었다.(박휘순)"
개그맨이 꿈이었던 그는 중학교 시절까지는 활발했던 그는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엄친아'였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정말 못했는데 어느 날 오기가 생겼다.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1등, 그 다음 시험에서 3등, 그 다음 시험에서 또 1등을 했다. 그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꾸준히 공부에 취미를 붙이고 했던 것 같다."
지금 출연 중인 KBS2TV '공부의 신'에 대해 그는 "유승호 씨가 내 어릴 적과 많이 닮았다. 나도 그렇게 무조건 외웠던 것 같다. 공부는 방법이 따로 없는 것 같다. 무조건 달달 암기하는 수밖에"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유승호랑 닮았다는 이야기 좀 걱정되는데"라며 소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랬던 그가 고비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부가 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는 연극반에 가입해 연기와 연출 재미에 푹 빠져 살았다. 결국 부모님의 걱정과 함께, 원하던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자신감을 무척 잃게 됐다.
"그 때 내가 참 자신이 없었을 때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첫 사랑에게 고백을 하고 쓰디쓴 시련의 아픔을 보고 이후로 재수를 하게 되면서 말이다. 친구들은 다 대학생인데 나는 아르바이트 하면서 닭 튀기고 햄버거 만들면서 우울한 한 때를 보냈던 것 같다."
그렇게 개그맨의 꿈을 포기하는가 싶었다.
<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