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박휘순에게 용기를 줬던 책이 있었다. 당대 최고의 스타일 김국진 자서전 '프로는 용서받지 못한다'가 그것이다.
"책에 보면 개그맨에 합격한 뒤로 너무 기뻐서 한강 주변을 막 뛰어다녔다고 하는 구절이 있다. 그 구절을 읽으면서 마음이 울컥했는데, 내가 된 후에 정말 그랬다."
그는 그렇게 용기가 나지 않을 때마다 김국진 자서전을 벗 삼아 윤형빈 변기수 등과 함께 대학로에서 개그맨의 꿈을 키워갔다. 드디어 세 번의 낙방 끝에 기다리는 2005년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이었다.
"나이가 29살이었는데 연령 제한도 있고 해서 언제까지 시험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아마 그 때 안 붙었다면 개그맨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시 코너를 같이 준비했던 윤형빈과 변기수는 낙방, 박휘순은 미안했다고. "솔직히 변기수가 될 줄 알았는데 내가 됐더라. 정말 너무 미안했다. 이 친구들 덕분에 내가 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 해가 운이 좋기도 했고."
박휘순은 그 해 신인상까지 거머쥐며 늦깎이 개그맨 생활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육봉달, '애정의 조건', '봉숭아 학당' 등 인기 개그맨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공개코미디 무대에 머무를 수 없는 법. 그는 지난해부터 버라이어티 쇼에 진출, 만만치 않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수근 형이나 (윤)형빈이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렇고 공개코미디와 버라이어티는 많이 다르다. 공개코미디가 짜여진 극본으로 대사를 치고받는데 비해 버라이어티는 말을 언제 치고 들어갈지부터 고민한다. 그런데 개그맨들은 웃기려고만 하지 자연스러움이 부족하다."
"흐름을 보고 포인트를 주고, 그런 것이 중요한데 그걸 참 잘하는 선배가 유재석, 김국진, 이경규 선배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버라이어티에 나가면 보는 재미가 있다. 어떤 부분이 편집이 안 되는지를 꼼꼼히 체크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MBC '무한도전'을 찍을 당시 화장실 가는 장면이 있는데 쉬는 시간이라 갔는데 그 부분을 살렸다고 말했다. "500미터밖에 있는 나를 당겨서 찍었더라. 그 때 그런 장면이 포인트가 되는 것을 배웠다."
갑자기 '무한도전-레슬링 편'에 출연했을 당시 몸을 사렸던 박휘순이 생각났다. "그게 내가 습관성 탈골이 있는데 그 때 팔이 빠지고 치료를 하던 중이었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무한도전'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갔다. 하필이면 레슬링이었고, 결국 폼만 잡다가 끝났다." 그는 여전히 아쉽다면 다음에 또 출연할 기회를 노리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캠핑카는 KBS2TV '개그콘서트'의 리허설을 할 KBS 방송센터에 도착했다. 박휘순은 "편안하게 왔다"며 감사의 인사를 하고, 빠이빠이 인사를 나눴다.
<차량협조=투어익스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