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에서 한류의 미래를 본다"

[新한류를 꿈꾸는 사람들]①김종학프로덕션 박창식 대표

문완식 기자 / 입력 : 2010.02.1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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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식 대표 ⓒ문완식 기자


"요즘도 매일같이 시험 보는 꿈을 꿔요."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시험과 관련해서는 도통 좋은 기억이 없어 그렇다고 한다. 그런 그가 또 하나의 시험을 치르고 있다.


SBS 월화사극 '제중원' 제작사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대표는 "이제 좀 시작되지 않을까요"라며 '제중원'의 흥행에 대한 기대를 걸었다. 지난 1월 4일 첫 방송한 '제중원'은 첫 회 월화극 시청률 1위를 기록했지만 이내 자리를 KBS 2TV '공부의 신'에 내주고 만다. MBC '파스타'와 경쟁을 하고 있다.

'제중원'은 비록 월화 안방극장에서 시청률 면에서 수위를 내준 상태지만 박 대표에게는 시청률을 떠나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드라마로 보였다.

"사실 '제중원'이 다루고 있는 시기는 불과 100년 전에 불과해요. 그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궁금하지 않을까요. 사실 초반 전개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반부에 당시 시대 배경에 대한 묘사 없이 다이내믹하게 가면 초등학생들이 볼 때는 삼국시대 이야기와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해요. 사극이니만큼 시대의 진정성을 살리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청률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너무 시청률에만 몰입되면 작품 자체의 '진정성'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당장 알렌이 조선에 의학을 전하는 내용만으로도, 지금 한국의 의학이 미국식으로 시작한 것이나 고종이 왜 미국의 의학을 받아들이게 됐는지 알 수 있다"며 "지금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변화의 와중인데 과거 100년 전 개화를 맞으면서 당시 사람들의 고민을 엿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중원' 같은 드라마를 좋아하는 층이 분명히 있다"며 "그들에게 구한말 시대 우리 생활상에 대해 많이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제작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요즘 개천에서 용 나던 시기는 지났다고 하는데 '제중원'에서 백정 황정이 양의가 되는 걸 통해 젊은이들에게 피나는 노력이 결국 보답을 준다는 용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86년 우연한 기회에 MBC 드라마국에 입사, PD의 길을 걷게 됐다. 이어 SBS를 거쳐 지난해 7월부터 김종학 프로덕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한민국은 드라마에 미쳐있는데, 그 걸 하는 우리도 미쳐있는 셈이죠(웃음).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에요."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외주제작사들의 모임인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회장 신현택)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보는 한류와 그 미래를 물어봤다.

"공통으로 느끼지 않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사극이 한류의 미래가 될 수 있어요. 요즘 이란이나 중동 지역에서 '대장금'의 인기가 대단하다고 하는데 이는 보편성을 띠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이란 사람들이 현대 서울을 다룬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크지 않아요.

문화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호기심은 가질 수 있어도 재미는 느낄 수 없죠. 사극은 '대장금'의 음식이나 '허준'의 의술처럼 주제 자체가 보편성을 띨 수 있어요. 문화가 다르더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거죠. 거장 이병훈 감독의 '동이'의 경우도 음악을 다루고 있는데 그러한 보편성으로의 접근이 사극의 미래이자 한류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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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표가 자신이 구상중인 '제중원의료테마파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완식 기자


만드는 데 이골이 난 그지만 그는 '제중원'을 넘은 또 하나이 꿈을 꾸고 있다. 바로 '제중원'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다. 박 대표는 사무실 벽에 붙어있는 조감도와 도면을 보여줬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의료박물관'의 대강이었다.

"'제중원'을 제작하면서 지금은 불타 없어진 제중원의 모습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중원을 재현해 의료박물관을 짓고 싶어요. 이런 게 지금 없거든요. 양의의 역사가 100년이 넘어가는데 그 사료를 모아 놓거나 발전 흐름을 정리해 놓은 게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사를 봐도 많이 아쉬운 부분이죠."

그는 "우리 의료사를 정리하고 싶다"며 "과거로부터 의료기구들이 발달한 모습이나 수술실의 발전 모습을 등을 정리, 교육의 장으로 만들려 구상 중"이라고 했다.

"사실 의료사 정리 목적 외에도 현재 드라마 속에서 응급실 장면을 찍으려면 기존 병원 응급실에 가서 환자들 방해하면 찍는 게 다반사에요. 못할 일이죠. 그런 장소들이 한 곳에 정리돼 있으면 드라마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환자들 방해 안하고 찍을 수 있죠."

김종학 프로덕션은 올 하반기 한의학을 다룬 '신의'(가제) 제작을 준비 중이다. 한해에 양의학과 한의학을 다룬 드라마가 연거푸 선보이는 셈이다. 그는 '신의'이후 앞서 말한 의료사박물관에 한의학을 추가, 의료테마파크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드라마든 의료박물관이든 꿈을 꾼다는 데서는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꿈을 꾸든 진정성이란 진심을 잃지 말아야겠죠."

어쩌면 그래서 그는 매일같이 시험 보는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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