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우성이 돌아왔다. '무법자'가 3월 18일 개봉한다. 2007년 12월 개봉한 '내사랑' 이후 2년만이다. 영화로 '왕의 남자', 드라마는 '연애시대'로 전성기를 유지해갔던 감우성이다.
'도도'라는 제목으로 제작됐던 '무법자'도 촬영이 끝난 지 2년여 만에 개봉한다. 22일 만난 감우성은 살짝 지쳐보였다. 언제나 크리스탈 같이 쨍 소리가 날 것 같은 그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감우성은 남자배우 최초로 생리대 광고를 할 만큼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로 꼽혔다. 영화 속에선 '알포인트' '왕의 남자' '거미숲'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성을 구축해왔다.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감우성 시대가 끝난 걸까, 아님 이제 시작일까? 감우성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쳐보였지만 달라지진 않았다. 여전히 감우성이었다.
-'내사랑'이 개봉한 지 2년 여만에 주연영화가 개봉하는데.
▶'도도'(무법자)가 끝난 지 2년이 지났다. 글쎄, 한 게 없어서.(웃음)
-골프영화인 '백프로'를 준비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못하게 됐다. 몇 개월 동안 골프를 전문적으로 배웠던 터라 허탈하기도 했고.
-멜로 이미지가 강한데 '무법자'에선 아내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형사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멜로를 안하면 뭘 할까, 그런 고민은 해본 적 없다. 최근 영화는 '내사랑'이고, 마지막 드라마는 '연애시대'라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영화는 계속 다른 모습이었으니깐.
-그럼에도 감우성하면 멜로 이미지가 큰데.
▶마지막 잔상이 그렇다보니 그렇게 기억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남자들에 사랑받는 캐릭터보다 여자들에 사랑받는 캐릭터를 많이 했으니깐. 뭐가 됐든 기억해주는 게 있으면 감사할 뿐이다.
-'무법자'를 택한 게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는 아닐 테지만 변화가 느껴지긴 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업을 한 게 별로 없었다. 실제 있었던 일을 하면 더 진짜처럼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훨씬 더 열정적으로. 진짜를 진짜처럼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지만.
-진짜를 하고 싶었다면 그동안 허구를 연기하는데 피로를 느꼈나.
▶배우라는 직업이 허구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젖어 있다보니 진짜에 목마르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진짜 같은 작품을 찾았다. 여전히 디테일에 목마르다.
-'무법자' 개봉이 많이 늦어졌는데.
▶재고 처리로 느껴지나?(웃음) '추격자' 이후 비슷한 스릴러들이 우르르 몰리다보니 식상함을 줄 수도 있을까 우려는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추격자' 아류로 기획된 게 아니다. 스릴러라고 표현하기보단 범죄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재구성했다. 반전 코드가 있긴 하지만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이다.
-아내를 죽인 범인을 쫓는 형사 역인데.
▶형사든 평범한 사람이든 큰 의미가 없다. '테이큰'이나 '모범시민'과는 다르다. 불행한 사건에 연루된 개인이라고 생각했다.
-2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는데.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제가 생각하는 배우 모습은 그대로인데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와서 누구를 만나고 타협할 생각은 없다. 언제나 나를 필요로 하면 열심히 할 뿐이다.
-바뀐 시대에 적응을 못한다고 생각하나.
▶시대가 바뀌는데 적응 못하는 게 단점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쌓아왔던 노력을 버리기는 아쉽다.
-감우성은 언제나 타협하지 않는 배우였다. 안티도 있었지만 그 길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어린 시절에 대한 미련한 기억 때문이다. 어린 시절 할리우드 영화를 보고 꿈을 키웠다. 그렇게 열심히 연기하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그 외 것들은 나를 자극하지 못했다.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물이 받쳐줘야 하지만. 지금 세대를 비춰보면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몇 작품을 더 할지 모르지만 그 욕심을 버리고 싶지 않다.
-바람이 있다면.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해외에서 인정받는 배우 대열에 끼어보고 싶다. 스타가 아닌 배우로.
-감우성의 절정기는 지났나.
▶난 선천적인 조건이 훌륭하지 않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그래도 배우라는 직업을 20년 동안 유지해왔다. 요즘이 내 절정기라고 생각한다. 설사 남들이 찾지 않아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누가 봐도 훌륭하다 싶은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래서 아직 타협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