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일 공형진 조진웅(왼쪽부터) <사진=KBS> |
KBS 2TV 수목극 '추노'가 25일 종영한다. 지난 1월 6일 첫 방송한 '추노'는 방송과 동시에 유려한 화면과 빠른 극전재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추노'가 시청자를 사로잡은 것은 그 안에 존재하는 연기자들의 열연이 큰 보탬이 됐다. 대길 역 장혁과 태하 역 오지호 쫓고 쫓기는 두 남자의 호연도 눈에 띄었지만 조연들의 명연기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다 가치 있게 만들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얼굴에 검댕을 칠했지만 이들 '명품 조연'들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나 천지호야"..'천지호' 성동일
"내가 누구야? 천지호야". 죽어가면서도 호탕하게 대길에게 가려운 '발꼬락'을 긁어 달라고는 저승길 노잣돈 엽전 두 냥을 물고 떠나간 사나이. '추노'에서 천지호는 주인공 대길 곁에서 대길에 버금가는 존재감으로 극적 사실감을 더한 캐릭터다.
천지호를 논하자면 성동일의 연기력을 빼놓을 수 없다. '빨간 양말' 시절부터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캐릭터 몰입력을 보여줬던 성동일은 '추노'에서 그 완성을 보는 듯 했다.
누런 이, 떡 진 머리로 그르렁 거리며 킥킥대는 성동일을 보노라면 성동일이 천지호인지 천지호가 성동일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 비열한 천지호에 혀를 차다가도 웬지 눈길이 자주 가는 이유는 성동일이 보여준 빼어난 연기 덕이라 할 것이다.
◆조선 최고의 스나이퍼..'업복이' 공형진
'형진 스나이퍼'. '추노'에서 대길에 가장 위협적인 인물은 좌의정 이경식(김응수 분)도 황철웅(이종혁 분)도 아닌 업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굴에 노비 노(奴)를 새긴 업복은 늘 장총을 지니고 다니며 대길을 죽일 기회만 엿보는 인물.
업복을 연기한 공형진은 그간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줬던 코믹 이미지를 벗고, 결연한 노비의 모습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특히 지난 22회에서 노비들을 규합해 선혜청을 급습하다 동료 노비가 관군에 잡히자 동료들을 염려, 사살 후 오열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태하의 명이라면..'곽한섬' 조진웅
'한 번 진 꽃이 다시 핀다더냐.'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어눌하지만 아내에 지극한 사랑으로 눈길을 끌었던 브루터스 리를 맡아 눈길을 끌었던 조진웅은 '추노'에서 확실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조진웅은 '추노'에서 충(忠)과 애(愛)과 뭔지 확실히 보여줬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원손을 지키라는 태하의 명에 따라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무사 한섬의 면모를 잘 보여줬다.
원손을 안고 도망치던 과정에서 흠모하는 마음을 지녔던 궁녀 필순(사현진 분)이 숨지자 절절하게 떠나보내던 조진웅의 모습은 여전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