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초, 강호동이라는 MC의 영입에 성공한 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는 고무됐다. 그러나 뚜껑이 열린 '해피선데이'의 성적표는 참패.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며 기대감에 걸 맞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강호동, 지상렬, 이수근, 노홍철, 은지원, 김종민이라는 예능꾼을 포진하고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아야했다. '해피선데이'는 '준비됐어요'란 코너의 막을 내리고 '1박 2일'라는 타이틀로 새롭게 출발했다.
연예인들이 직접 운전을 하고, 텐트치고 밥을 하며 시골로 산촌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 코너는 네티즌들을 통해 서서히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이라는 성적표에도 청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만 3년이 지난 지금. 이제 '1박2일'은 전 국민의 반이 보는 명실상부 '국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무려 1년여 가까이 믿을 수 없는 시청률 기록을 쏟아내는 이 '괴물' 버라이어티의 힘, 그 원동력은 무엇이고 이 프로그램의 실제 시청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평균 시청률 30% 이상만 무려 42회, 40% 돌파도 4회 기록
2009년 1월부터 지난 21일까지 총 62회 방송 중 평균 30%(시청률 조사회사 TNS 수도권 기준)이상 시청률을 기록한 횟수만 무려 42회, 이중 꿈의 시청률이라 불리는 평균 40% 돌파도 4회를 기록해 명불허전의 프로그램임을 입증했다.
역대 분당시청률 최고 기록은 올해 1월 10일 방영된 경기도 가평 혹한기 실전캠프 편으로 그 기록은 무려 51.3%. 명실상부 전 국민의 절반이 본 셈이다.
이 기록은 2000년대 이후 방송 된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의 기록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은 KBS 2TV '개그콘서트'(35.3%, 2003.8.31), KBS 2TV '서세원 쇼'(34.7%, 2000.2.29),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34.2%, 2001.2. 27)등의 기록을 월등히 앞서는 기록으로 당분간 이 기록을 깰 프로그램이 없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 '괴물' 예능, 왜 인기일까?
뚝배기 같은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시골로 산골로 여행을 다니는 '1박2일', 이들은 치장을 하거나 이벤트를 벌이지 않는다. 이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고작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도다.
전국노래자랑에 마을 청년대표로 참여 한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형 이벤트도 없다. 메인MC 강호동이 늘 주장하는 '정'이라는 코드를 뚝배기처럼 줄곧 지켜 오면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는 '1박2일'은 이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지역민들이 먼저 반긴다.
한 번씩 맛보는 달콤한 외식의 맛이 아니라 우리 민족 곁에서 늘 함께 한 뚝배기의 장맛처럼 구수하게 다가가는 그들만의 소통 방식은 3년이 지난 지금 그 진가를 더욱 발휘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들의 방식, 친근함은 시청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진화하는 복불복, 진화하는 캐릭터
햇수로 4년째를 맞는 '1박2일'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초창기 복불복 형태에서 벗어나 운동경기, 먹을거리, 설문 혹은 지형지물을 이용한 복불복 게임으로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최근 방송된 통영 욕지도편. 제작진은 단순 선택이나 경쟁의 방법이 아닌 심리게임의 방식을 이용,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을 취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복불복 방식을 선보였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성패를 좌우하는 캐릭터 역시. 잘 먹는 MC 강호동을 비롯한 허당, 엄마, 야생 원숭이, 은초딩, 국민 드라이버 등 각각의 성격에 걸 맞는 캐릭터들을 완성시키고 이에 멈추지 않고 그들 간의 관계까지 확장시키며 매회 주인공이 달라지는 영리함을 선보이고 있다.
초창기 '허당' 이승기라는 신선한 카드의 재미를 톡톡히 보았던 '1박2일'은 이후 섭섭당, 섭섭브라더스, 호동과 수근의 톰과 제리 등 끊임없는 상호작용으로 이야기의 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버라이어티 정신
모든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최선을 다하지만 이들만큼 살신성인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연기자들이 있을까? 이들은 삭발을 감행하고 꽁꽁 언 얼음을 깨고 계곡에 들어가며 밥 먹듯이 굶고 밖에서 자고 뒹군다.
MC몽이 언제 부턴가 외치기 시작한 버라이어티 정신이라는 단어가 이들의 행동을 단편적으로 설명해 준다. 유창한 말솜씨 보다 몸으로 부딪히는 스타일은 강호동이라는 리더의 리드 하에 동생들은 몸 사리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정면으로 부딪힌다.
그리고 이들의 웃음을 드리겠다는 버라이어티 정신은 진정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 시청률로 충분히 보답 받고 있다.
시청률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하다.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반드시 좋은 프로그램일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일요일 저녁 TV앞에 앉아 그들의 여행에 박수를 보내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게 만드는 이 괴물 프로그램의 힘찬 움직임은 한 주 한 주 기록을 생산해 내며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