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개인의 취향'의 이민호, 손예진, '검사 프린세스'의 김소연, '신데렐라 언니'의 문근영 |
MBC '개인의 취향' 첫 회에서는 이민호와 손예진이 봄 분위기 물씬 나는 로맨틱 코미디 속 캐릭터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능력있는 건축사 전진호로 등장한 이민호는 과장 없는 연기로 까칠남 캐릭터를 그려냈고, 눈치없는 가구 디자이너 박개인 역의 손예진은 실수연발의 푼수로 분해 웃음을 자아냈다.
'꽃보다 남자' 구준표 신드롬의 주인공 이민호는 만화 속 과장된 캐릭터를 벗고 성숙해진 모습과 깔끔한 패션으로 옛 이미지를 말끔히 지웠다. 덕분에 '까칠남'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구준표가 안 보인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캐릭터에 대한 부담을 덜고 연기로 평가받고 싶다던 이민호에게는 긍정적인 출발인 셈. 파트너 손예진은 이민호가 또래 남자배우들이 하고 싶어하는 남성적 캐릭터로 180도 변신을 하지 않고 '개인의 취향'을 선택한 것을 두고 '여우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그려왔던 손예진은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어리바리하고 지저분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자신의 연인이 친구와 결혼하는 걸 식장에 가서야 알아챌 만큼 눈치없는 여자고, '건어물녀'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꾸밈없는 여자다. 남성보다는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캐릭터다. 손예진은 첫 등장부터 질끈 묶은 머리에 이마에 밴드를 붙인 채 등장했다. 손예진이기에 귀여웠고, 공감이 갔다는 평가다.
두 배우의 변신 덕분에 전작으로 편성된 특집극이 3%대 시청률로 종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취향'은 12.5%의 껑충 뛴 시청률로 출발할 수 있었다.
경쟁작 KBS 2TV '신데렐라 언니'에선 문근영의 변신이 돋보인다. 오랫동안 '국민 여동생'으로 사랑받으며 건강하고 활기찬 캐릭터를 주로 표현했던 문근영은 상처를 안고 사는 여주인공 은조 역을 맡았다. '신데렐라' 원작에서는 단순한 악녀에 불과했던 언니 캐릭터가 덕분에 입체감 있는 현대적 캐릭터가 됐다. 문근영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소망해 왔던 이미지 변신의 기회다.
문근영의 드라마틱한 변신 덕분일까? '신데렐라 언니'는 15.8%로 수목극 1위를 차지하며 1위로 출발했다.
'아이리스'의 여전사 김소연은 SBS '검사 프린세스'로 180도 변신을 감행했다. '아이리스'에서 차갑고 냉철한 공작 요원으로 주목받았던 김소연은 이번엔 여성미가 너무 넘치는 여검사로 분했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를 연상시키는 이번 작품에서 김소연은 갈색 퍼머머리, 짧은 치마와 컬러풀한 재킷 등 패션부터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며 전작의 이미지를 지웠다.
시크한 댄디남 이민호, 눈치없는 푼수 손예진, 상처입은 여인 문근영, 못말리는 패션리더 김소연. 배우들의 영리한 변신 덕에 수목극 경쟁을 보는 재미가 2배다. 이들의 양보 없는 경쟁이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