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라마 세 개 중에 뭐 볼 건가요?’
‘일단 ‘개인의 취향’을 보고, ‘신데렐라 언니’는 녹화하구, ‘검사 프린세스’는 다시보기로? 하.하.하...’
‘나도 일단 ‘개인의 취향’부터!’
‘와~ 다들 의견이 비슷하네... 다른 팀 작가들도 그러겠다던데...’
이건 수요일 낮(3월31일), 함께 일하는 작가들의 잡담 내용이다. 그렇다. 새로 시작하는 3사의 수목 드라마의 개봉을 앞두고 나눈 대화다. 작가들이 20~30대 여성들이어서일까? 3사 여주인공인 손예진, 문근영, 김소연에 대한 반응들은 대체적으로 비슷비슷했지만, ‘꽃보다 남자’의 스타, 이민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일단 ‘개인의 취향’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리고, 이 대화의 마무리는 이렇게 결론지어졌다. ‘딱 2주만 돌려보면 결판나겠죠, 뭐’ 하고. 모두들 ‘맞다, 그렇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밤 10시로 향해갈 무렵, 나도 3사 채널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내 선택 역시 우리팀 작가들과 마찬가지였다. 광고 때부터 MBC에 채널을 맞춰놓고 ‘개인의 취향’을 기다렸다. 그리고, 2순위인 ‘신데렐라 언니’는 녹화를 하고나니, ‘검사 프린세스’는 어쩔 수 없이 ‘다시보기’로 밀려났다.
특히 ‘개인의 취향’을 1순위로 선택한 이유는 손예진, 이민호에 대한 홍보 기사들이 워낙 많아서 정말 궁금했다. 홍보 기사로 낚였던(?) 것처럼 진짜로 재미있을까? 하는. 그리고, 시청했다. 그 소감은 음... 나름 나쁘지 않네, 였다. 적당히 코믹하고, 적당히 트렌디하다는 느낌. 그리고 손예진, 이민호 커플에 대한 기대감은? 음...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느낌?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내용은 대충 다 보인다는 느낌? 뭐, 이것 역시 순수한 나만의 평가지만.
이어서 ‘신데렐라 언니’를 시청했다. 일단 속도감 있는 이야기 진행과 영화 같은 화면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건 이미숙, 김갑수와 같은 베테랑 배우들이었다. 이들이 전체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예쁘고 잘생긴 어린 배우들만 눈에 들어올 경우 자칫하면 내용이 유치해질 수 있는데, 두 베테랑 배우들이 있어 오히려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2회는 어떨까? 꽤 궁금했다.
그렇게 어제 두 드라마를 연이어 시청한 이후, 나만의 시청 순위가 바뀌었다. 1순위가 ‘개인의 취향’에서 ‘신데렐라 언니’로 말이다. (아, 아직 ‘검사 프린세스’는 못 봤다. ‘다시보기’로 시청하면 또 결과가 바뀔 수도...)
시청자들은 냉정하다. 한두 번 보는 걸로 결정내버리니까. 이건 드라마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다 그렇다. 출연자가 누구누구더라, 하는 건 1~2회일 때만 (속되게 말해서) 먹히는 것(?) 같다, 이 말이다.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 아이돌이 출연하네, 그들이 출연해서 뭘 한다네, 대대적인 광고를 해도 내용의 알맹이가 없으면 똑똑한 시청자들은 바로 외면해버리니까.
시청자들은 이제 더 이상 ‘바보상자’인 텔레비전 앞에서 ‘바보처럼’ 헤~ 넋 놓고 입만 벌리는 사람들이 아니란 얘기다. 다들 평론가요, 다들 분석가다. 심지어 어떤 시청자들은 오히려 제작진들보다 더 똑똑하다. 그래서, 재미없는 프로그램은 ‘문제점’을 기가 막히게 분석한다. 어떤 땐 그들이 올린 시청자 게시판이나 블로그의 내용들을 보면서 맞아, 맞아 하며 무릎을 딱, 칠 때도 꽤 많다는 얘기다. 그러니 방송 제작진들은 더욱 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출연자발(?)에만 의지할 수는 없으니, 탄탄한 내용만들기에 집중해야하니까.
1회 시청률은 ‘신데렐라 언니’가 일단 1승이다. 손예진, 이민호를 내세운 ‘개인의 취향’이 좀 더 젊은층을 겨냥한 내용이어서 나이 있는 분들은 애초부터 ‘신데렐라 언니’를 봤을 수도 있고, 3사 드라마들을 돌려보다가 ‘신데렐라 언니’에 채널을 고정했을 수도 있고... 1등한 이유야 뭐, 여러 가지일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2회 시청률이다. 대부분 1회는 ‘기대감’으로 시청하고, 2회부터는 ‘내용’으로 시청하게 되니까.
3사 드라마의 주인공들 모두 연기력 뛰어나고 인기있는 배우들이니, 이제 남은 건 드라마 ‘내용’이 관건이다. 과연 2회 시청률의 결과는 어떨지, 흥미진진하다. 이대로 굳히게될지, 다시 한 번 바뀔지 말이다. 그리고, 우리팀 작가들에게도 물어봐야겠다. ‘개인의 취향’을 1순위로 꼽았던 그녀들의 순위는 어떨지. 여전히 그대로일지, 아니면 바뀌었을지를 말이다.
<이수연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