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두 편이 제 63회 칸 국제영화제 메인 섹션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다. 이로써 이들은 세계 유수 감독들의 쟁쟁한 신작들과 함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노리게 됐다.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2편 초청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2007년에는 '밀양'과 '숨'이 나란히 경쟁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된 해에는 어김없이 수상소식이 들려왔다. 2004년에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영화는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이래 2003년과 2006년, 2008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경쟁 부문에 진출해 왔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2007년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각 부문 수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아직 전모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와 '하녀'는 칸영화제에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이 2000년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에 여우주연상을 안긴데다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창동 감독은 5편 연출작 중 3편이 칸에 초청됐다.
작품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시'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미자(윤정희 분)가 난생 처음 시 쓰기에 도전해, 세상에 대한 아픔을 시로 표현해내는 이야기다.
손자가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겪는 아픔을 시라는 매개체로 승화시켜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밀양'으로 신과 용서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그려 호평을 받은 것처럼 '시' 또한 깊이가 느껴질 것이란 예상이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고 김기영 감독의 60년대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 전도연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원작인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2008년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상영된 터라 경쟁부문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임상수 감독은 2005년 '그 때 그 사람들'이 감독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하녀'는 당초 리메이크란 점에서 경쟁 부문에 불리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원작이 가진 깊이에 임상수 감독의 새로운 시각이 담겨 경쟁 부문 진출을 이뤄냈다.
여우주연상 수상도 관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시'의 주인공 윤정희는 1960년대 한국영화 트로이카로 불린 명배우다. 대종상과 청룡영화상에서 7차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도빌영화제와 몬트리올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시'에선 소녀 같은 순수함을 이창동 감독의 조련 아래 난초 향처럼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연은 2007년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명실상부한 칸의 여왕이다. '하녀'에선 부잣집에 하녀로 들어가 주인집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면서 점차 아내의 자리까지 탐내는 여인을 연기했다. 순수하기에 욕망을 받아들이는 것마저 자연스런 여인을 전도연 특유의 팔색조 연기로 그려냈다.
윤정희와 전도연, 신구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은 칸에서 호평을 사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시'와 '하녀'가 한국영화가 2편 칸영화제에 초청되면 꼭 상을 탄다는 징크스를 이어갈지, 5월12일 개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