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중년의 여인이 홀로 어린 딸을 키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은 어린 딸을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하지만 이 여인이 어린 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쓰레기통을 뒤져 주린 배를 채워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세상은 이 모녀가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냉혹한 현실이었어요.
하지만 이 여인은 삶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어린 딸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하루는 어린 딸이 고열에 시달리며 복통을 일으켰어요. 눈은 흰자위만 보였고, 숨은 꼴딱 꼴딱 넘어갔죠. 여느 때와 마찬가지처럼 쓰레기통에서 주워 먹인 음식 때문에 탈이 난 것이죠. 이 여인은 어린 딸을 가슴에 안고 울부짖었어요. '하나님 부처님 산신령님, 내 딸 데려가면 알아서하세요. 난 당신들과 '맞장'떠서 이길 수 있는 악질이에요. 내 딸 데려가기만 하면 그때는 다 끝이에요'라고.
여인은 약하나,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강합니다. 이 여인도 그랬죠. 결국 이 여인은 하늘과 '맞장'에서 이겼습니다. 그리고 이 여인은 사랑하는 딸과 살기 위해서라며 이 남자, 저 남자 품에 안겨 떠돌이 생활을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하늘에서 쨍하고 볕이 뜬 거죠. '반짝'.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부자아빠와 살고 있는 한 아이를 만나게 됐어요. 그 아이는 효선이. 효선이는 엄마가 그리웠고, 여인이 자신의 어머니가 되어주길 바랬답니다. 여인은 이 아이를 이용해 부자아빠에게 접근했어요. 작전성공. 결국 이 여인은 이 집안 여주인이 됐고, 사랑하는 딸과 함께 살게 됐답니다. '만세!'라고 외치며...(to be continued)
지난달 31일 첫 방송된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신데렐라 언니'(극본 김규완, 연출 김영조 김원석) 이야기다. 지금까지 총 6회를 방송한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청자를 흡입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유럽에서 옛날부터 구전되던 대표적인 동화 '신데렐라'에서 모티브를 딴 작품이다.
동화 '신데렐라'가 계모와 그의 두 자녀로 인해 모진 구박과 핍박을 받던 착하고 예쁜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나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면,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가 아닌 계모의 딸인 신데렐라의 언니의 관점에서 바라본 어른들의 동화다. 이 드라마에서 신데렐라는 효선(서우 분), 신데렐라 언니는 은조(문근영 분)다.
이 드라마에는 동화 신데렐라처럼 왕자님도 있다. 효선이와 은조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기훈(천정명)이다. 그리고 은조만을 사랑하는 연하의 멋진 남자 정우(택연)도 등장한다. 이 드라마는 정말 제목처럼 '신데렐라 언니'를 둘러싼 등장인물의 사랑과 새로운 가족이 된 이들 사이의 이야기가 주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엄마의 잔혹동화다.
만약, 효선이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다면, 은조에게 엄마가 사랑스런 존재였다면, 이 드라마의 갈등은 야기되지 않았다. 지난 15일 방송분에서 엄마의 잔혹동화는 절정에 달했다.
엄마의 삶에 치가 떨려, 엄마로부터 해방을 꿈꾸는 은조, 빨아먹을 것이 있으면 대롱을 꽂고 속을 모두 비워 낼 때까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엄마를 보며 "제발, 효선이 아빠는 좋아해서 붙어 있다고 말해줘. 뜯어 먹을 게 많아서가 아니라"고 울부짖었다.
돌아온 엄마의 답은 역시 '최고'였다. "그래 좋다. 뜯어 먹을 게 많아서 좋아"였다. 즉 엄마가 살아가는 방법은, 딸에 대한 엇나간 모정이 기저에 있으며, 그 안에서 효선이도, 은조도 모두가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신데렐라 엄마' 이미숙. '중년의 여우' 이미숙은 이 드라마에서 요부와 우아한 중년 부인의 모습을 오가며 관록의 연기를 선보이며 잔혹동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