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광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동일 기자 eddie@ |
가끔 웃음을 터뜨리긴 했지만 그는 질문마다 한 템포 쉬고 생각을 하고,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이광수는 조용한 자신이, 모델이었던 자신이 유쾌하고 발랄한 캐릭터로 받아들여지는 게 전혀 섭섭하지 않다고 했다. 190cm 껑충하게 큰 키도 오히려 캐릭터에 도움이 된다고, 처음부터 코믹한 모습으로 등장했으니 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연기자로 발을 디딘 이광수는 '지붕킥'의 광수처럼 게으르지 않고, '동이'의 영달처럼 호들갑스럽지도 않다. 이제 스물 다섯의 신인배우인 그에게는 본 모습을 보여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키가 정말 훤칠하다. 모델 출신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더라. 섭섭하진 않나?
▶개인적으로는 더 좋다. 더 친근할 수 있을 것 같고. 처음부터 '모델 출신의 누구' 그랬으면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지 않나. 처음부터 코믹하게 등장해 여러가지를 한다면 장점이 될 것 같다. 모델 때도 꽃미남 모델은 아니었다.(웃음)
탤런트 이광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동일 기자 eddie@ |
▶광고 때문에 자른 건 아니다. 원래 머리 바꾸는 걸 좋아해서 이 머리도 하고 저 머리도 하고 그랬는데 마침 그 머리로 오디션을 갔더니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써 주셨다. 원래 촬영에는 제가 굉장히 뒤에 있었는데 '이상하다'고 앞으로 나오라고 하셔서 크게 나왔다.
-수염을 잘랐다고 '동이'에서 못 알아보는 분도 있더라.
▶나도 어색하다. 촬영장 가서 갑자기 잘랐다. 수염 기르고 하는 줄 알았는데, 잘라야 한다고 하셔서. 마음의 준비가 없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하니까 고민없이 편하게 자른 것 같다. 있다가 없으니까 심심해 보이긴 한다. 어차피 언젠가 잘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못 먹은 거다. 평생 수염으로 연기할 순 없으니까, 다행이다.
-아직도 '지붕킥' 광수의 여운이 남은 탓이다. 광수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봤나?
▶끝에 만화방에 취직을 했었는데, 크게 성공하진 않았을 것 같다. 말로만 가수가 되고싶다 했지 노력하는 장면은 크게 없었다. 그냥 그렇게 외롭게 옛날 생각하면서 살았을 것 같다. 인생역전 하려고 노력하는 타입도 아니고. 쓸쓸할 것 같다.
-이광수로선 그런 광수가 어땠나.
▶아무래도 광수보다 저는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광수보다야 노력도 하는 것 같고.(웃음) 광수가 그 생활에 안주하는 건 조금 아쉬웠다. 무시받으면서도 또 거기에 적응해서 신세한탄만 하는 게 답답하고.
-광수와 '동이'의 영달을 비교하자면?
▶제일 큰 차이는 직업이 생겼다는 것? 신분 자체가 다르다. 광수는 불쌍하고 민폐형에 주위에서도 싫어하는 민폐형이다. 어떻게 보이면 거의 바닥이었는데, 영달이는 궁에서 일하는 악공이고 비단옷 입고 비싼 악기를 다룬다. 거느리는 사람도 있다. 둘 다 밝은 캐릭터긴 한데 광수는 어리바리 생각 없이 말을 뱉고, 영달이는 그보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오지랖 넓고.
탤런트 이광수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유동일 기자 eddie@ |
▶가끔. 두 사람은 어떤 걸 해도 용서가 되지 않나. 평소엔 소리도 크게 내지 않고, 생각을 많이 하고 이야기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실수도 하게 된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실수를 해도 '원래 그래' 하면서 웃으며 넘어갈 수 있지 않나. 그런 점은 부럽다. 기대하는 게 없으니 실망하지도 않고. 편하게 사는 거랄까.
-시트콤을 거쳐 정극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시트콤을 하면서 배운 게 참 많다. '그 분이 오신다'와 '지붕킥'을 하면서 배운 게 다른데, 앞에선 애드리브를 하거나 오버를 하는 방법을 배웠고, '지붕킥'에선 대본에 꼭 맞게 움직이며 연기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스타일을 배웠다는 게 제게는 큰 복이다. 김병욱 감독님과 한 다음 이병훈 감독님이랑 하다니 운이 참 좋다. '동이' 땐 더 발전한 연기를 하고 싶다.
-다른 성격의 연기를 하고픈 욕심은 없나?
▶코미디 말고 다른 역할들도 해보고 싶다. '동이' 첫 회 때는 생각도 깊이 하고 훈훈하게 하려고 했다가 혼나기도 했다.(웃음) 밝고 자유롭게 해보라고 감독님도 매일 칭찬만 하시고 배려를 해 주신다. 함께 하시는 선생님들께도 그렇게 당부를 하셨을 정도다. 이번엔 그렇게 잘 해야지. 기회가 된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다. '추격자'의 하정우 같은 정말 나쁜 사람.
-모델로서 장점이었던 큰 키가 혹시 연기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지는 않나.
▶가끔 불편하긴 하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없다. 적응하면 된다. 키가 커서 다리를 벌리고 촬영하는 때가 많다. 배경 가린다고 숙이고 있을 때도 많고. 이젠 적응이 돼 간다. 구부정하게 다니는 게 캐릭터에도 잘 맞을 정도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