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개그콘서트', '해피버스데이', '승승장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KBS 제공 |
예능프로그램은 '레드오션(red ocean)'이다. 산고(産苦)에 버금가는 고통 끝에 결과물을 내놓아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이내 막을 내려야 한다. 운 좋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랑을 계속해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이런 피를 말리는 경쟁 속에서 '1박2일'부터 '개그콘서트'까지 KBS 예능프로그램들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들의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 KBS 예능의 '수장' 김영선 예능제작국장을 만났다.
"'승승장구', 아직 미완(未完)..보여줄 것 더 많다"
KBS 2TV 화요예능프로그램 '승승장구'(연출 윤현준)는 얼마 전 눈에 띠는 기록을 세웠다. 바로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SBS '강심장'을 시청률에서 앞지른 것. 지난 13일 '승승장구'는 12.2%(AGB닐슨)의 시청률로, 이날 10.7%를 기록한 '강심장'을 눌렀다.
2월 2일 첫 방송 후 2달만이다. 다수의 게스트가 출연, 화려한 입담을 선보이는 '강심장'을, 1, 2명의 게스트가 나와 소박하게 얘기를 이어가는 '승승장구'가 이긴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았다.
김영선 국장은 "'지는 게임'을 한다는 느낌에서 용기를 갖게 됐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김 국장은 지난 1998년 다수의 게스트가 나와 입담대결을 펼치는 '서세원의 토크박스'라는 프로그램으로 국내 토크버라이어티의 신기원(新紀元)을 열었다. 때문에 토크버라이어티를 바라보는 애정이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담당PD가 김승우라는 인물을 MC로 캐스팅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김승우가 연기자로서 인정은 받았지만 MC로서는 미지수잖아요. '기대 반 우려 반'이었죠. 첫 녹화를 하고 보니까 토크쇼의 의미를 유지하면서 나름 재미가 있더라고요.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결과가 좋아서 용기를 갖게 됐어요. 그간 '지는 게임'을 한다는 느낌이 이었거든요."
'승승장구'는 배우 김승우가 주MC를, 방송인 최화정, 개그우먼 김신영, 2PM의 우영, 소녀시대의 태연 등 4명이 부MC로 이끌어 가고 있다,
"김승우는 연기자였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잖아요.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경험이 있는 최화정을 통해 이를 보완하려 했습니다. 아이돌 게스트에 대비해 우영이나 태연 같은 젊은 친구들과 감을 유지할 수 있는 MC도 추가했고요. 김신영 같은 경우는 돌발적이고 예측 못하는 상황에 대한 고려가 있었고요."
김 국장은 "김승우라는 사람의 가능성이 아직 다 비춰지지 않았고, 나머지 MC들과의 팀워크가 여전히 미완성"이라며 "계속해서 이를 완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다음 주(20일 방송)도 경쟁프로그램을 앞설지 우려는 된다"면서도 "그래도 '승승장구'만의 모습을 계속해 이어잘 것"이라고 말했다.
"폭로가 난무하는 토크버라이어티는 KBS는 안 할 겁니다. 연예인 개인이 겪었던 문제를 일반 시청자들에게 까지 알려야 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에는 관심 없습니다. 가십이나 화제성 등 즉흥적인 것보다 긴 호흡으로 인간적인 향기가 풍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