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다른 드라마와 다른 이유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입력 : 2010.04.2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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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누구가 어쨌다더라. 누구랑 누구랑 얼레리 꼴레리라더라. 누구네 집이 어찌됐다더라...’

인생을 살다보면 설마 진짜 그럴까?, 싶을 정도로 주변에 참 신기하고 희한한 일들이 꽤 많이 벌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일들보단 다른 사람들의 이상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일들에 두 눈이 반짝, 두 귀가 쫑긋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꼭 이렇게 말하며 비밀을 전파(?)한다.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비밀이야, 다른 사람한테는 말하지마...’라고 은밀히 속삭이며 말이다.

하지만, 그 비밀을 듣는 사람은 어떤가? 열의 아홉은 이 대사를 똑같이 반복하며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는가. 이런 걸 보면 자극적인 소문에는 더듬이를 한껏 치켜들고 뭐, 하나 놓칠 새라 정보를 캐려는 게 인간의 본성인가보다.

우리 인생살이의 모습이 이래서일까? TV 속 드라마도 잔잔한 것보다는 ‘막장’이 더 인기니 말이다. 이걸 증명하듯이 잔잔한 바다처럼 조용한 드라마는 ‘작품성’에선 인정받을지 몰라도 ‘시청률’에는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시청자들은 출생의 비밀에, 불륜에, 폭력에, 겹사돈에, 얼굴 변신에, 복수에... 하여간 온갖 희한한 사건들이 터져야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다르다. 제목처럼 드라마 분위기가 잔잔하다. 그리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물론 드라마 속 소재는 모두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다. 동성애자들의 사랑에, 본처 외에 후처가 다섯 명이나 되는 바람둥이 할아버지라는 자극적인 소재도 등장하니까. 하지만, 이런 소재에도 불구하고 ‘막장’으로 가지 않는 것이 참 신기하다. 도대체 이유는 뭘까?

첫째, 등장인물들끼리 서로 뒤통수 때리는 사건이 없다. 소위 ‘막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드라마들은 어떤가? 어떤 상황, 예를 들면 권력이나 사랑 쟁취 등의 목표를 두고 양쪽의 대립되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서로가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이러쿵저러쿵하는 사건들이 꼭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곤란하게 하기위한 온갖 음모와 권모술수는 수학 공식처럼 필수 법칙으로 등장하면서, 등장인물들은 제갈공명 못지않는 전략가적 기질(?)을 발휘한다.

그래서 이걸 보는 시청자들은 꼭 이렇게 얘기한다. ‘야~ 정말 드라마다. 저게 말이 돼?’라고. 하지만, 어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엔 또 어떤 희한한 사건들이 벌어질지 궁금해하면서 시청하게 된다. 마치 누구누구가 어쨌다더라, 하는 소문에 관심을 갖듯이 말이다.

그런데, ‘인생은 아름다워’엔 배신과 음모가 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일상처럼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들이 매끼를 먹으면서 소소히 얘기하는 장면들과 각각의 인물들이 자신의 직업, 위치에 맞는 일들을 하는 상황들로 한 시간이 흘러가니까.

둘째, 나쁜 사람, 즉 악인이 없다. 대개의 드라마들은 파워레인저처럼 꼭 착한 쪽과 나쁜 쪽이 등장한다. 그래서, 착한 쪽은 ‘으이구~ 저 바보. 왜 저렇게 당하기만 해?’ 속터질 정도로 미련하게 당하고, 나쁜 쪽은 ‘세상, 저렇게 독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못됐다. 그러니 또 시청자들 입에선 ‘으이구~ 세상에 저런 사람들이 어디 있어? 말이 돼?’ 라는 얘기가 저절로 나올 수밖에.

하지만, ‘김수현표 드라마’에선 몽둥이로 패(?)주고 싶을 만큼 ‘못된 녀석’이 없다. 다들 적당히 선하고, 적당히 속물스럽고, 적당히 독하고... 이 모습들 역시 보통의 우리들 모습과 닮았나? 기분 나쁜 일 있으면 화내고, 좋은 일 있으면 웃고, 어떤 상대에게는 착하고, 또 다른 상대에게는 고약하게 구는 모습들이 우리들의 일상이랑 거의 비슷하다 이 말이다. 그래서, 등장인물 중 어느 하나 욕할 수 없다. 각각의 인물들 상황이 다 이해되니까.

이런 특징들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있노라면 뭐 하나 특별히 뽀샤시(?)하게 빛나는 에피소드나 등장인물이 없어도, 감정이 동화하게 된다. ‘맞아, 맞아. 저런 게 바로 우리 인생살이지.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고개 끄덕이고 두 무릎 딱 치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화선지에 물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사는 모양새는 네모, 세모, 제각각이어도 한 명 한 명 각각에겐 다 아름다운 삶이라는 걸. 이게 바로 ‘김수현표 드라마’의 큰 매력인 것 같다.

여기에 ‘인생은 아름다워’의 보너스 하나. 바로 ‘엔딩씬’이다. 첫회부터 계속 엔딩씬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요렇게 조렇게 넘어지며 끝났는데, 이건 아무리 조심해도 넘어질 일들이 생기는 인생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거라고. 특이한 점이라면, 9회까지는 계속 ‘꽈당~’하고 엎어졌는데, 지난 주 일요일 10회 방송에선 이민우와 우희진의 자가용이 앞차를 살짝 들이박는 모습으로 약간 변형되었다. 자, 내일 방송되는 11회에선 ‘꽝당~ 인생’의 모습이 어떻게 변형되어 ‘엔딩’할지... 앞으로 매회 그걸 기다리는 재미 또한 쏠쏠할 것 같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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