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근 기자 |
차승원. 올해 나이 마흔 하나.
그는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다. 29일 개봉하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체제를 뒤엎으려는 혁명가로, 6월 개봉 예정인 '포화 속으로'에선 멋을 아는 베테랑 북한군 장교로 등장한다.
영화 뿐 아니라. 하반기 방송되는 TV드라마 '아이리스2-아테나'에선 북한 스파이로 암약한다. 모두 멋스런 배역들이다. 차승원은 요 근래 정점을 이루고 있는 40대 남자배우들과는 또 다르다.
연극무대서 단련된 송강호 설경구 김윤석 등과 달리 차승원은 모델 출신이다. 가지 못한 길을 동경하는 것은 인지상정. 차승원은 멋진 외모에 유쾌한 분위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국경의 남쪽'과 '아들'이 대표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대중은 차승원의 눈물을 원하지 않았다. 차승원이 변신을 시도하면 외면하기 일쑤였다.
차승원은 다시 가장 잘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멋진 남자. 그는 멋있는 불혹이 되길 원했다. '눈에는 눈,이에는 이' '시티홀' '시크릿' 등 최근작에서 차승원은 점점 뜨거워졌다. 대중은 그런 차승원을 환영했다.
-'시티홀'을 촬영하다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제의를 받았는데.
▶주위에서 이준익 감독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유해진씨도 많이 얻고 나올 것이라고 조언을 해줬고. 사랑에 대한 무한한 애정 같은 것을 느꼈다. 아, 내가 모자라는 부분이 이런 것인가 생각도 했고.
-맡은 배역인 이몽학은 혁명을 꿈꾸는 풍운아인데. 감정을 계속 누르고 연기를 해서 어려웠을 법 한데.
▶처음부터 어려운 인물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칼을 쓸 때만 야수성이 드러나도록 송곳니 모형을 끼었다.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계속 꾸는 인물이고. 솔직히 나는 이해했다. 남자가 잘못된 탐욕이더라도 그 길의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것을.
-맹인검사 역을 한 황정민도 고전했겠지만 눈 감고 휘두르는 칼을 일일이 받아내면서 했으니 그 또한 큰 고생이었을텐데.
▶쉽지 않았다. 중간 중간 컷이라도 많았으면 모를까. 처음부터 쭉 이어서 찍다보니 그냥 이 악물고 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다가 어느 순간 멋진 배역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특히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포화 속으로', '아테나'는 차승원의 미중년 3연작이라 불리는데.
▶맥이 없는 게 싫다. 20대에 맥이 없으면 순수해 보인다. 하지만 40대에 맥이 없으면 그냥 추레한 것이다. '레슬러'의 미키 루크처럼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외적으로도 노력을 하고 있다. 또 그런 캐릭터의 끝을 쳐보고 싶다. 멋있는 40대 남성이란 것에 극한까지. 그런 다음 멜로나 코미디를 하고 싶다. 물론 예전 같은 코미디와는 좀 다르겠지만.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이기도 한데.
▶누가 고맙게도 그런 기사를 써줬다고 하더라.(웃음)
-차승원은 '핫'하면서도 '쿨'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상반된 이미지인 터라 자칫하면 허공에 뜰 수도 있다. 불혹의 나이에 스스로를 지켜주는 중심이 있다면.
▶중심은 가족이다. 요즘 들어 가족이 점점 더 좋아진다. 집사람과 산 기간이 부모님과 산 기간보다 더 많다. 책임감이 아니라 가족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즐기게 된 것 같다.
이명근 기자 |
-최근 2~3년간 쉼없이 출연한다. 다작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한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오히려 작품을 너무 안한다. 너무 잰다. 난 안 되면 다음 작품으로, 그것도 안되면 또 다른 작품으로 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40대 남자배우들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차승원은 그들과는 또 다른 부류인데. 모델 출신 배우들에겐 선례가 되기도 하고.
▶분명히 군들이 따로 있다. 그런 군들에서 내가 또 하나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후배들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하지 않도록 경험을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요즘 따라 모델 출신 후배들이 자주 연락을 해온다. 그런 후배들을 보면 뿌듯하진 않는데 흐뭇하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 사실 등장하는 장면은 30신 정도 밖에 안된다. 하지만 '타짜'의 아귀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각인되는데.
▶배우의 몫도 있지만 감독님과 다른 분들의 공이 크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몽학을 찾는 이야기니깐.
-'포화 속으로'로 두 달만에 다시 관객을 만나고, '아테나'로 안방극장에서도 활약을 하게되는데.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다. 분명한 것은 '포화 속으로'는 이재한 감독의 영화라는 점이다. 다른 전쟁영화와는 또 다를 것이다. '아테나'는 '아이리스'보다 스케일은 더 크지만 보다 소프트할 것이다. 사실 나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