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영화제는 지난해 거장들에 공을 들였던 것과는 달리 아시아영화에 경의를 표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 인도 등에서 13편의 영화를 초청했다.
특히 한국영화는 공식 부문에만 3편이, 비평가주간에 1편이 초청돼 아시아영화 중 가장 많은 작품수를 자랑했다. 경쟁부문에는 이창동 감독의 '시'와 임상수 감독의 '하녀'가, 주목할만한 시선에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초대됐다. 비평가주간에는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상영된다.
'시'와 '하녀', 그리고 '하하하'는 올해 세계 유수 감독들의 신작과 경쟁해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한국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2편 초청된 것은 이번이 3번째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2007년에는 '밀양'과 '숨'이 나란히 경쟁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한국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된 해에는 어김없이 수상소식이 들려왔다. 2004년에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밀양'의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올해도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각 부문 수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시'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미자(윤정희 분)가 난생 처음 시 쓰기에 도전해, 세상에 대한 아픔을 시로 표현해내는 이야기다.
손자가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겪는 아픔을 시라는 매개체로 승화시켜 삶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밀양'으로 신과 용서에 대한 묵직한 울림을 그려 호평을 받은 것처럼 '시' 또한 깊이가 느껴질 것이란 예상이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고 김기영 감독의 60년대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 전도연이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원작인 고 김기영 감독의 '하녀'가 2008년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상영된 바 있다. 영화제 초반인 14일 상영이 결정됐다. 바람몰이가 필요한 초반부에 상영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이창동 감독은 칸영화제와 인연도 깊다.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이 2000년 감독주간에 초청되면서 칸과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밀양'으로 전도연에 여우주연상을 안긴데다 지난해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이창동 감독은 5편 연출작 중 3편이 칸에 초청됐다.
임상수 감독은 2005년 '그 때 그 사람들'이 감독주간에 초청된 데 이어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역시 주목할만한 부문상을 탈지가 관심사다. 홍상수 감독은 올해로 6번째 칸에 초청됐다. 하지만 수상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하하하'는 홍상수 감독의 일상에 대한 통찰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작품인 만큼 올해는 수상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올해 주목할만한 부문 심사위원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포함된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과연 '시'와 '하녀'가 한국영화가 2편 칸영화제에 초청되면 꼭 상을 탄다는 징크스를 이어갈지, 또 홍상수 감독이 처음으로 트로피를 안을지, 영화제 개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