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서영희가 칸 해변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서영희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에 '김복남 살인사건'이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칸을 찾았다. |
서영희가 꿈을 이뤘다. 시트콤 '그 분이 오신다'에서 칸에 다녀온 여배우 역을 맡았던 서영희가 현실에서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12일(현지시간) 칸에서 만난 서영희는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서영희는 제63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주연을 맡은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감독 장철수)이 초청돼 칸을 찾았다.
칸의 대로 격인 크로와제 거리를 함께 걸으며 나누는 이야기 속에서 달콤한 흥분이 남아있었다. 서영희는 "감독님에게 처음 칸에 초청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에이, 뻥이죠'라고 했어요"라며 웃었다. 지중해의 시원한 바람이 웃는 서영희를 스쳤다.
"영화를 하면서 평생 갈 수 있을까 생각했던 곳이잖아요. 오니깐 더 많은 욕심이 생기는데요." 날리는 머리카락을 다듬는 손길에 다부짐이 느껴졌다.
서영희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 타이틀롤인 김복남 역을 맡았다. 어느 외딴 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섬에서 노예처럼 지내던 여인이 왜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가 그려진다. 장철수 감독이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만큼 충무로에는 알음알음 세다는 소리와 좋다는 평가가 나돌던 작품이다.
서영희는 "'선덕여왕' 출연할 때 같이 촬영을 했어요. 여수에서 한참을 더 들어가는 섬에서 찍었죠"라고 담담히 말했다. 태연한 듯 말했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TV드라마와 영화를, 그것도 섬을 오가면서 찍는 작품을 함께 한다는 게.
서영희는 '선덕여왕'이 끝난 뒤 결국 앓았다. "강철인 줄 알았더니 힘들긴 힘들었나 봐요"라며 웃는 그녀에게 칸은 작은 선물이기도 했다. 서영희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누가 '상 탈 수 있다'라며 꼬드겼거든요"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적은 출연료와 고생이 불 보듯 뻔 한데도 서영희가 선뜻 뛰어든 데는 지독한 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서영희는 영화 속에서 늘 피해자였다. '스승의 은혜'도 그랬고, '추격자' 역시 그랬다. 이번에 서영희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택했다.
"사실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봐요.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센 영화가 더 힘이 나는 게 사실이에요." 영희라는 순박한 이름이지만 그녀는 이렇게 늘 당찼다.
서영희는 "이번에 칸에 오니깐 돌아가면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오고 싶단 욕심이 나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차곡차곡 쌓아왔지만 "이제 시작이에요"라며 신인 같은 속내를 내비쳤다.
서영희는 칸에서 귀국하면 이번에는 코미디영화에 도전한다. '조지와 봉식이'에 신현준과 호흡을 맞춘다. 서영희는 "출연작들 때문에 제가 우울할 것이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또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어느덧 칸 해변에 함께 섰다. 아침까지 드리웠던 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쏟아졌다. 햇살 속에 환하게 웃는 서영희가 눈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