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홍봉진기자 |
'2인자' 박명수가 '1.5인자' 론을 새롭게 펼쳤다.
그는 최근 방송에 등장해 "나는 1.5인자"라고 외치며, '2인자'에서 서열이 상승했음을 주장했다. 지난 10일 첫 방송한 KBS2TV '해피버스데이'에서도 "이제 '1.2인자'까지 올라갔다"며 자신이 1인자가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이어 'MC 이경규는 몇 인자냐'는 질문에 "왕년에는 인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1.7' 정도 된다"며 "내가 더 높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박명수가 과거 MBC '세바퀴'에 출연해 "이경규·이경실 선배를 어려워 한다"며 눈도 못 마주쳤던 것에 비하면, 그의 확연히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 예다.
그렇다면 그는 정말 '1.5인자'일까.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세로 지목되면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캐릭터들과 그들의 관계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가 처음에 만들었던 '2인자'라는 '서열 매기기' 역시 리얼리티 프로그램 안에서 벌어지는 캐릭터끼리 자연스런 역할을 통한 서열을 드러내 웃음을 주기 위함이었다.
박명수는 MBC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콤비 개그를 선보이며, 상황 극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KBS2TV '해피투게더'에서도 유재석 옆에 앉아 진행을 하기보다 게스트들에게 '돌발' 질문을 하는 등 상황을 재밌게 만들어내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러한 점들이 '1인자'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부족한 한 발 물러난 '2인자'로 불렸던 이유다.
박명수ⓒ홍봉진기자 |
그런 그가 최근에 넘쳐나는 '2인자'들과의 경쟁에서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MBC 파업으로 인해 비록 한 회밖에 방송되지 못한 불운한 시작을 보인 MBC '일요일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에서나 자신의 별명을 딴 케이블 채널 E!TV '거성쇼', MBC 에브리원 '우아한 세계'까지 모두 메인 MC다.
나름 라인도 생겼다. MBC 16기 공채 개그맨인 김경진은 '우아한 세계'의 제작발표회에서 "명수 형이 '30만 원에 10년 장기 계약하자'고 했다"며 억울함을 표하면서도 박명수와 함께 '거성쇼'와 '우아한 세계'에서 호흡을 맞췄다.
또 개그맨 후배 김영철 역시 "'거성쇼'에서 명수 형과 같이 진행하는 데 호흡이 참 잘 맞는다"며 그의 진행 실력을 인정했다. '뜨거운 형제들'의 PD 역시 "탁재훈과 김구라와 호흡이 잘 맞는다"며 기대를 표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캐릭터 간 호흡임을 감안하면 박명수의 진행 실력은 차츰 인정받아 가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그는 지난 1999년 1집 '체인지'를 발표한 후, 2집 'DR.PARK', 3집 '바람의 아들', 4집 '탈랄라'에 이어 최근 유명작곡가 신사동호랭이와 함께 작업한 곡을 발표했다. 어느덧 중견 가수다.
개그맨 출신이라며 그의 음악성을 무시하던 대중들에게 그는 싱글 '바보에게..바보가'라는 곡으로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 상위권을 랭크하며 통쾌한 반격을 한 바 있다. 이제 그의 곡 '바다의 왕자'는 '여름하면 생각나는 노래' 상위권에 랭크될 정도이기도 하다.
최근 UV라는 듀오를 결성하고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개그맨 후배 유세윤은 "명수 형의 이번 곡을 들어봤는데 세련됐다"며 "우리나라에서 개그맨이 세련되게 보이려 하면, 이상한 건데 명수 형의 경우 세련되게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좋게 보는 것 같다"며 "존경하는 선배"라며 꾸준히 가수 활동을 해왔던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지난 4일 방송됐던 KBS2TV '승승장구'에 박명수가 단독 게스트로 출연했다. 톱스타들이 주로 출연하는 이 토크쇼에서 개그맨이 단독 게스트로 출연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이제는 토크쇼 주인공으로까지 올라 선 그, 그를 무수한 '2인자'들 사이에만 넣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까. '1.5인자'라 주장하는 그의 말이 단순히 웃기기 위한 농담만은 아닐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