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성 "연하남 벗고 양아치 입었다"(인터뷰)

임창수 기자 / 입력 : 2010.05.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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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성 ⓒ이동훈 기자 photoguy@


배우 이태성이 달라졌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적당히 자란 수염. 반듯하고 훈훈했던 MBC 일일극 '살맛납니다'의 '장유진'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는 말을 건네니 일부러 남성미가 느껴지게 스타일링 했단다. 8개월이나 연기한 연하남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새로운 영화 '내 남자의 순이'에서 처음으로 코믹연기에 도전한다. 속도위반으로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연하남 의사에서 머리를 붉게 물들인 양아치로의 변신이라니. 커도 너무 큰 변화의 진폭 뒤에는 끊임없는 '변화'를 향한 그의 열망이 숨어있었다. 이태성을 만났다.


생각 없이 웃긴 무대포도 쉽지만은 않더라

그가 맡은 '광수'는 인생 한 방 역전을 노리는 무대포 사고뭉치 캐릭터. 언뜻 단순 무식한 점이 드라마 '9회말 2아웃' 때의 '김정주'와 닮았지만 이태성은 캐릭터의 성격과 그 캐릭터가 놓인 상황을 연기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그의 첫 번째 코믹 연기 도전이라는 점에서 평범한 상황에서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광수는 정말 거의 생각이 없는 애예요. 무대포로 무언가 밀어붙이는 에너지는 정주와 닮은 점이 있지만, 좀 더 본능적이고 충동적이죠. 그런 캐릭터의 성격보다도 상황을 가지고 재미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 코미디 영화만의 특성인 것 같아요. 감정이 지나치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는데, 처음에는 그런 중심을 잡는 것이 어려웠죠."


하지만 기가 세기로 유명한 박해미, 신이와 작업을 하면서도 의식하거나 주눅이 든 적은 없었단다. "딱히 그 분들이 기가 세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요"라며 빙긋 웃는 그의 모습에서 남모를 자신감이 읽혔다.

연하남은 이제 그만

사실 그의 차기작이 코믹영화라는 건 다소 의외다. 데뷔작 '사랑니'부터 MBC 드라마 '9회말 2아웃', '살맛납니다'까지 내리 연하남을 연기했던 이태성이다.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연하남. 그게 이태성의 아이덴티티 아니었던가.

"이제 연하남은 그만해야죠. 배우로서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건 좋은 게 아니잖아요. 지금은 이것저것 해보면서 제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구요. 어쨌거나 저를 소스로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첫 작품이었던 '사랑니'가 다소 무겁고 진중해 반듯한 이미지의 연하남 역할을 많이 하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극에서 벗어나 비교적 빠른 템포의 코믹연기에 도전하게 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 꾀한 변화라고. '내 남자의 순이' 도 우연히 커피숍에서 만난 시나리오 감독에게 대본을 받고 '망가지는 역할이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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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photoguy@


'살맛'나지만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아

MBC 드라마 '살맛납니다'는 여러 가지로 그에게 의미가 큰 작품이다. 이태성은 평균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일일드라마에서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운 연하남 장유진을 연기하며 사랑받았다. 그는 '살맛'을 '배우로서의 틀을 깨트려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살맛' 이후로 더 많은 분들이 절 알아봐주셨고, 일일드라마의 힘이랄까. 그런 걸 많이 느꼈죠. 무엇보다 대중들이 모르는 건 아무리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걸 느꼈어요.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기위해선 제가 우선 힘이 있어야겠더라구요. 그러기 위해선 일단 저를 많이 알려야할 것 같고.."

이태성은 스스로 배우로서 정점에 서는 시기를 30대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자신의 브랜드를 꾸준히 키우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음반활동이나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그는 2007년 데뷔한 가수 성유빈의 친형이며 그 자신도 뛰어난 노래실력의 소유자다.

20대 대표작은 진한 남자영화였으면

배우 이태성의 현재 목표는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이태성'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을 하나 남기는 것이다. 군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는 대표작이 절실할 터. 그는 20대의 가장 큰 장점은 열정과 에너지라 생각한다며 진한 남자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마초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20대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를 마음껏 폭발시킬 수 있는 역할이라면 더욱 좋겠죠. 제가 못해본 분야이기도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배우로서의 가치를 꾸준히 키우며 트레이닝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이태성. '사생결단', '달콤한 인생', '해바라기' 등의 영화 제목을 읊으며 20대 마지막 필모그래피를 준비하는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목적지를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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