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유동일기자 |
개그맨 김영철이 데뷔 10여 년 만에 빵~터졌다. 지난 1999년 KBS 14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영철은 '개그콘서트', '스펀지', '경제 비타민', '진실게임' 등 알 만한 프로그램에 매번 등장했다.
하지만 김영철의 이미지는 '있으면 재밌고, 없어도 관심 없는' 감초 게스트였다. 그는 이들 프로그램에서 MC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든가, 하춘화나 김희애의 흉내를 보여주는 개인기가 최고였을 뿐이다.
탄탄한 개인기와 순발력은 있지만, '아주 웃기는 개그맨'으로 분류되진 않았던 그. 그런 그가 '아주 웃기는 개그맨'보다 영어 공부를 선택했다. 이에 우려도 있었다. 그가 '똑똑한 이미지'를 쌓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나, '박사' 이윤석을 롤 모델로 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박사' 이윤석이 웃기진 않았기에.
하지만 김영철은 '뻔뻔한 영철 영어'라는 책을 두 권 내고는, 영어 이야기는 일체 꺼내지도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강호동 선배가 그러더라고요. 내가 영어 얘기 안해서 좋다고." 이런 그의 태도 덕분일까. 그가 영어 책 두 권을 썼다는 사실을 깜빡깜빡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는 뻔뻔하긴 하지만 잘난 척 하지 않는 이미지로 비호감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김효진과 더불어 SBS '강심장'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났다. 쟁쟁한 스타들의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강심장'에서 제 몫을 소화할 뿐 아니라, 매번 시청자들은 물론 현장 게스트들까지 웃음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강심장'의 에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철ⓒ유동일기자 |
그렇다면 김영철은 무엇으로 웃기는가. 우선 김영철의 개인기는 대단하다. 현숙 흉내를 내는 사람을 10명 쯤 된다고 하면, 고 배삼룡 흉내를 내는 사람은 한 100명 정도 된다. 하지만 세상에 하춘화와 김희애 흉내를 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있다 하더라도 김영철이 원조일 것이다.
더욱이 김영철은 다른 개그맨들처럼 '똑같다'며 박수칠 만한 흉내는 아니다. 그래서 김영철식 흉내가 더 재밌다. 특징만 추려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흉내. 그래서 성대모사라고 말하기보다 '흉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김영철 식 '흉내'.
하지만 여기까지는 예전에도 그랬다. 그렇다면 김영철이 요즘 뜬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김영철은 착한 이미지가 아니다. 다른 게스트가 더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 썩 내키지 않아 할 뿐 아니라, 게스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발언도 서슴없이 한다. 이런 식이다. "(천)명훈이 넌 계속 군대에 있지, 왜 오나 몰라. 다들 군대에 영원히 있었으면 좋겠어."
또 오버스럽다. 작은 것에도 과장된 웃음과 튀는 리액션, 그가 당황하는 표정이나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라 치면 카메라는 어김없이 그를 잡는다. 특히 자기가 말해놓고 썰렁한 반응에 대응하는 그의 표정은 압권이다.
이와 함께 그는 참견이 심하다. "어머. 누구 뭐 해요"라며 고자질을 하는가 하면, "누구씨, 좀 앉아라. 앉아"라는 등, 온 스튜디오 안을 돌아다니며 참견을 한다. 그만큼 수다스럽다. "예전에 누구를 만났는데, 누가 이랬다더라"라고 말하는 정말 시끄러운 캐릭터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예전보다 대담하고 솔직해졌다. "오늘 못 웃기겠다. 나 오늘 안 웃기나봐. 왜 이래. 나 좀 웃어줘"라며 개그맨이 못 웃기면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지 절규한다. 그리곤 "나 이야기하면 좀 웃어줘. 호응 좀 해주란 말야"라고 호소한다.
개그 욕심 많고, 오버스럽고, 그러면서도 참견하고 수다스러운 어쩌면 비호감 캐릭터일 수 있지만 그의 캐릭터는 '순진'하다.
눈치 없게 떠들다가 선생님한테 걸린 학생처럼 그의 캐릭터는 '일부러'라는 인위적인 느낌이 없다. 그래서 '소통'이 없는 시대에, 부담스런 '참견'과 '수다'가 있는 친구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닐까.
최근 인터뷰에서 미역 이야기를 한 김영철. 존경하는 선배들에게 어머니가 손수 양식한 미역을 선물한다는 그의 말에 100마디 감사하단 인사보다 소중한 '어머니의 미역'을 선물하는 그의 '진심'이 시청자들에게도 통한 건 아닐까.